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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5. 2023

글쓰기가 왜 좋으냐고요?

좋아하는 데에 이유가 필요할까요?

종종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왜 글쓰기가 좋으냐고 묻곤 합니다.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 대로 쓸 때마다 고생스럽기 짝이 없는 그 따분한 일을 좋아할 수 있냐고 말합니다. 어떻게 지금까지 그렇게 글을 쓸 수 있냐고 묻습니다.

물론 저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좋으니까요. 이 말 한마디면 모두 해결됩니다. 좋다는 데 굳이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요? 그러고 나면 이제 제가 묻습니다. 글쓰기를 왜 안 좋아하냐고 말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말합니다. 글쓰기는 고리타분한 작업이다, 힘든 작업이다, 쓰고는 싶지만 도저히 글을 쓸 시간이 없다, 그리고 글을 잘 쓸 자신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곤 합니다.

고리타분하다는 것만 빼면 저 역시 글쓰기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매일 뭔가에 덮어 씐 것처럼 글을 쓰는 저 역시도 글을 쓸 때마다 힘듦을 느낍니다. 맞습니다. 왜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저는 그 힘듦 속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보람을 얻습니다. 남들이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간에 뭔가 뿌듯한 작업을 해낸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글이라는 꼴을 갖추고 세상 밖으로 나온 그 결과물이 마음에 들더냐고 하면 그건 솔직히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어쨌거나 제가 생각한 것들이 한 편의 글이 되어 나올 때마다 장하다 혹은 기특하다며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사실 그런 마음이라도 없다면 글이라는 건 정말이지 지난하고 외로운 싸움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글을 쓸 시간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려 합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24시간을 빠듯하게 보냅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시간을 잘 관리하는 건 아닙니다만, 잘 찾아보면 뭘 할 만한 시간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말은 곧 우리가 글을 쓰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마음껏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많은 글쓰기책에서 하루 20분 혹은 30분씩이라도 글을 쓰기를 추천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글쓰기 혹은 더 나아가 매일 글쓰기입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써야 한다는 마음을 실행에 옮기는 것, 그것이 가장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 외에는 그 어떤 방법도 뾰족한 비책도 없습니다. 결코 시간이 없어서 못 쓰는 게 아니라 시간을 못 찾아서, 안 만들어서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잘 쓸 자신이 없다는 점입니다. 조금은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작가는 누군가에게는 추앙을 받지만, 누군가는 그를 혹은 그녀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곧 절대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히가시노 게이고를 희대의 작가로 칭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누군가는 깊이가 없다고 싫어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어쩌면 세계적인 작가임에 틀림이 없지만, 저는 너무 나약하거나 혹은 너무 유행에 따라가는 듯한 글쓰기 방식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혹시 작가님들 주변에 정말 그 사람은 글 하나는 끝내주게 쓴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가 인정하는 작가일까요? 저의 기준이 다르고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다른 것처럼, 그 혹은 그녀에 대한 평가 역시 갈리기 마련입니다. 자, 이로서 세상에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증명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글을 잘 쓸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누구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없다는 데에서 작지 않은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좋아하는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느낌은 들더라도 습관적으로 자리에 앉아 (어쩌면) 저에게만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일 것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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