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Oct 14. 2023

작가가 부럽다고요?

016: 김훈 외 16인 공저, 『소설가로 산다는 것』을 읽고……

우리 속담에,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모든 의사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고소득 전문직의 전형인 그들을 대개의 사람들은 부러워하고 동경합니다. 그 같은 동경의 눈길 속엔 평균 수면 시간이 너덧 시간도 안 되는 고된 수련의 시절 같은 건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저 현재의 사회적인 명망과 어느 정도는 보장되는 탄탄한 경제력이 부각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찬가지의 논리인지 우선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바로 남의 떡은 커 보이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여기에 모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작가라는 그 직업을 동경한다는 것이겠습니다.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름 세 글자만 의지해서 구체적인 내용도 모르면서 우린 기꺼이 작가라는 그들의 작품을 읽는 데에 있어 주저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작가라는 그 내력을, 그리고 그나 그녀의 이전 작품들을 신뢰하기에 또 다른 작품을 과감히 빼 들게 되는 것이겠습니다.


이 책은, '우리 시대 작가 17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글'이라는 거창한 부제가 달려 있는 책입니다. 일일이 그 이름들을 거론할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가와 싫어하는 작가가 분명히 경계 지어지는 이름들이었습니다. 사실 이 책 속엔 그들이 말하는 글이란, 소설이란, 그리고 창작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 등에 대해선 별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리 보면 분명 이 책은 소설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그들의 일상적인 삶은 어떨까 하는 것에 대해 초점이 맞춰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작가들이 있다 보니 그들의 색깔도 참으로 다양하단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먼저 슬며시 고개를 드는 편견 하나를 들라면, 짧은 생각을 바탕으로 보건대 아무래도 젊은 작가들일수록 그들의 사고방식은 다분히 실험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좋게 표현한 것이고 터 놓고 얘기한다면 적지 않게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가라는 사람들은 자기 만의 관념을 바탕으로 깊게 관찰합니다. 또 그 과정에서 사고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품을 구성합니다. 그건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만, 어쩌면 검증도 안 된 생각들이, 혹은 일반화되기 쉽지 않은 생각의 편린들이 책 속 여기저기에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들 중 일부의 작가들(김경욱, 김연수, 박민규, 윤성희, 하성란)의 글은 몹시도 불편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이긴 하지만 제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작가들의 글들일수록 그런 특징이 강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작가로서의 삶이나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잘 드러난 글은, 김종광, 김훈, 이순원, 전경린, 그리고 한창훈 작가 정도였던 것 같아 보였습니다. 어느 정도 소설을 읽은 이들이라면 퍽이나 그 이름이 귀에 익은 이들이라 하겠습니다. 뭐랄까요, 이들의 글은 적어도 제겐 참으로 편안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자신이 쓴 소설을 폐기처분하면서 소설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있는 사색을 펼쳐 보인 김종광 작가의 글, 자기 몰입과 외부를 향한 은유의 성취라는 관점에서 창작론을 설파한 전경린 작가의 글, 그리고 섬으로 들어가 어선과 작업선을 타며 생활한 특이한 이력이 작품의 든든한 배경과 주제를 만들어 낸 한창훈 작가의 글은 제법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또 다른 하나의 편견을 더하자면, 연령층이 높을수록 그들의 글은 더없이 편안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는 것이겠습니다. 그것이 삶의 연륜인지, 아니면 이것저것 다 실험해 본 혈기왕성한 때를 지난 베테랑 작가들이라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고방식의 차이랄까요,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관점에 있어서 미묘한 차이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래도 저는 작가라는 그들의 타이틀이 몹시 부럽다는 생각은 버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직 작가가 되어 보지 못했으니 그들의 삶의 애환이나 고충 등을 이해하기 불가능하고,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그 많은 난관은 제쳐두고 유독 눈에 들어오는 그 명성이나 부(?) 따위, 혹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그것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부러움을 살 만하단 생각엔 변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이런 모습들이 부럽냐고 자문해 보면 솔직히 그조차도 확신에 찬 대답은 못할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일관성을 갖고 산다는 것은 퍽이나 어려운 문제인 듯합니다. 아마추어 작가 지망생들처럼 생업이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틈틈이 책을 읽고, 사유하고, 또 그걸 바탕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생산해 낸다는 것은 완성 뒤에 안겨지는 기쁨이나 보람보다도 사실은 그 과정 속의 멸시와 비아냥과 심지어는 생업에 지장을 받을 만큼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먼저 부각되기 마련입니다. 명작인지 졸작인지는 어차피 대중들의 평가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명작을 쓰는 사람이든 졸작을 쓰는 사람이든 이것 하나는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도 느끼고 즐거움도 느낀다는 것입니다.


남의 떡은 커 보입니다. 그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보고 싶습니다. 커 보이는 게 아니라 정말 내 떡보다도 큰 것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순수하고 그저 맑기만 한 아이들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