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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15. 2023

글 쓰기 성서, 무덤까지 가져갈 책

017: 나탈리 골드버그의『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고……

한창 책에 미쳐 있던 시절, 전 우연히 나탈리 골드버그라는 사람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던 어느 지인이 저에게 이 책을 추천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여러 글에서 이미 밝혔듯, 전 글쓰기 책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까지 글쓰기와 관련해 읽은 책은 아마도 족히 200여 권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1/200입니다. 단연 으뜸입니다. 만약 제 주변의 누군가가 글을 쓰고 싶은데, 글쓰기와 관련하여 한 권의 책을 추천해 주세요,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권할 것입니다.


제가 글쓰기 책을 싫어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읽었다고 해서 바로 실행이 될 리가 없는 각종 팁들을 마치 글쓰기의 최고 비책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제가 지금 이 말씀을 드리면 한 열 번은 한 걸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 책 읽는다고 살 빠질 리는 없는 것입니다. 좋은 글쓰기 책을 읽었다고 해서, 그 책을 읽은 누군가가 모두 글을 쓴다거나, 모두 작가가 된다면, 세상에서 글쓰기만큼 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작가가 되는 일 역시 가장 쉬운 일에 속할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글쓰기 책은 읽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읽은 대로 적용을 해야 하지만, 글을 써 보신 분들은 그런 경험이 있는 줄로 압니다. 꽤 괜찮은 책을 읽고 막상 노트북 앞에 앉으면, 혹은 빈 노트를 펼쳐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으면,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경험 말입니다.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아무리 좋은 책을 읽었어도, 그건 그저 읽었다는 경험 외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책 속에서 힌트를 얻어 알게 되었거나 깨닫게 된 낱낱의 팁들이 부유할 뿐인 것입니다.


모름지기 글쓰기 책이라면 글을 쓰는 자잘한 팁을 가르쳐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을, 혹은 한창 쓰다 실의에 빠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어루만져 줄 수 있어야 그것이 진정으로 잘 쓰인 글쓰기 책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 책에도 글을 쓰기 위한 자잘한 팁이 어느 정도는 나와 있긴 합니다만, 거의 대부분은 우리가 왜 글을 써야 하는지, 글이 내 삶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살아가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삶과 글쓰기를 병행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진솔하고도 때 묻지 않은 생각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제가 다이어트 책을 읽는다고 해서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했던 바로 이 책에 나와 있습니다. 이 책을 몇 번이나 읽었지만, 또 아는 지인에게 몇 권이나 선물했지만, 아직까지 이 책의 리뷰를 써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리뷰가 따지고 보면 첫 번째 리뷰입니다. 일전에 그런 광고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제품의 이름입니다), 정말 좋은데, 진짜 좋은데,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지금의 제 심정이 딱 이렇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책 안에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하나도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진가를 직접 확인해 보시라는 뜻에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이 책을 얘기하는 걸 들으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만약 아직 읽지 않은 글쓰기 책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글을 써야겠다는 그 마음 하나는 단단하게 무장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이 책은 저에게 성서와도 같습니다. 글쓰기 성서라는 얘기입니다. 글쓰기와 관련한 세상의 모든 책을 다 내다버리고 딱 한 권만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저에게는 이 책이 될 것입니다. 죽을 때 반드시 제가 무덤에 가지고 갈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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