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있어 당신이 이 대합실에 나타납니다.
여기 이렇게 당신을 기다리는 나는
한참 전부터 시계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물론 나는 우연을 가장한 채 당신을 기다립니다.
한 번씩 내가 앉은자리에서 내다보이는
플랫폼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당신이 저 길을 밟고,
내 눈앞을 가로막은 저 문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이제 5분 남았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입니다.
과연 5분에 뭘 할 수 있을까 싶겠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난 당신의 모습을
몇 번이고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해 봅니다.
내게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요?
생각지도 못한 이곳에서 나를 만난 당신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요.
어떤 모습을 하든
당신을 만난 기쁨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당신이 탄 열차가 들어온다는 방송이 나옵니다.
이내 열차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쏟아져 내립니다.
대여섯 개의 출구로 나온 당신을
아직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기다림의 차원이 달라졌습니다.
천천히 기차가 미끄러져 나갑니다.
드디어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늘 봐왔던 그 모습 그대로의 당신이 맞습니다.
반가움에 감정이 치받아 오릅니다.
당연히 내색해선 안 될 일입니다.
겨우 1분의 만남이지만
당신을 기다린 1시간 반이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