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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an 09. 2024

지금 당신을 기다립니다.

062.

얼마 안 있어 당신이 이 대합실에 나타납니다.

여기 이렇게 당신을 기다리는 나는

한참 전부터 시계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물론 나는 우연을 가장한 채 당신을 기다립니다.


한 번씩 내가 앉은자리에서 내다보이는

플랫폼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당신이 저 길을 밟고,

내 눈앞을 가로막은 저 문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이제 5분 남았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입니다.

과연 5분에 뭘 할 수 있을까 싶겠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난 당신의 모습을

몇 번이고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해 봅니다.


내게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요?

생각지도 못한 이곳에서 나를 만난 당신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요.

어떤 모습을 하든

당신을 만난 기쁨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당신이 탄 열차가 들어온다는 방송이 나옵니다.

이내 열차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쏟아져 내립니다.

대여섯 개의 출구로 나온 당신을

아직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기다림의 차원이 달라졌습니다.


천천히 기차가 미끄러져 나갑니다.

드디어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늘 봐왔던 그 모습 그대로의 당신이 맞습니다.

반가움에 감정이 치받아 오릅니다.

당연히 내색해선 안 될 일입니다.


겨우 1분의 만남이지만

당신을 기다린 1시간 반이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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