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7.
난 6층에 삽니다.
나와는 다른 아파트에 사는 당신은 8층에 살더군요.
아파트 밑에서 올려다보면 한참 헤맬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당신이 사는 8층의 그 집을 찾으려면
한 번쯤은 눈에 힘을 줘야 합니다.
시야가 살짝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질 때쯤
밑바닥에서부터 여덟 번째 층이 눈에 들어오니까요.
맨 오른쪽에서부터 두 번째 집,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당신이 사는 집입니다.
앞쪽은 다른 동이 가로막고 있지만,
그나마 뒤쪽은 야산 하나가 버티고 서 있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외풍이 만만치 않을 텐데 하며
하지 않아도 될 괜한 걱정부터 앞섭니다.
당신이 내 집에 올 수 없는 것처럼
나 또한 당신이 사는 집에 갈 일은 없을 겁니다.
어느 순간에 천지가 개벽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내일이 되면 나는 또 늘 그랬던 것처럼
당신이 사는 집 아래를 지나갈 겁니다.
무슨 의식이라도 되는 듯
난 그때마다 위를 올려다보며 당신의 집을 확인하겠지요.
정작 그 시간에 이미 당신은 밖에 나와 있지만
마치 집안에서 차를 마시고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있을
당신을 그리며 또 그렇게 스쳐 지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