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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an 23. 2024

일정한 시간에 글쓰기

003.

글을 쓸 15분을 언제 내는 게 좋을지 정하라. 앞으로는 이 15분 안에 글을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이 오후 3시 30분 이후에 끝난다면 4시부터 4시 15분까지의 15분을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정확히 4시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글을 쓰기 시작해 4시 15분까지 계속 글을 써야 한다.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정했으면 하고 싶은 일이 있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든 상관없이 그 시간은 반드시 비워두어야 한다. ☞ 본 책, 85쪽




수많은 글쓰기 책들 중, 많은 사람들에게서 상당히 좋은 평을 받고 있는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에서 한 구절을 가져왔습니다. 많은 작가, 그중에서도 특히 소설가들도 매일 꼬박꼬박 글 쓰는 것을 추천하곤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매일 꼬박꼬박 쓴다고 해서 막상 글을 써보면 잘 써지는 날은 몇 편의 글이라도 쓰게 되지만, 잘 써지지 않는 날은 아예 쓰지 않게 되거나, 심지어 잘 써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너무 강한 나머지 자신이 정한 그 룰을 어길 만한 상황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은 이런 식으로 하루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새벽같이 출근하고, 하루 종일 일에 파묻혀 있다가 퇴근 후 즉시 모임을 가진 뒤에 꽤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날은 글을 쓰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되는 겁니다.


원래 좋은 행동은 심리학적으로 3주 정도를 반복해야 자기 습관화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 참 불공평하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은 한두 번만 해도 금세 습관으로 정착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지 않고 지나간 그날 하루는 결국, 똑같은 다음 하루를 만들어 갈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어느새 처음의 다짐은 사라지고, 시간 나는 날에만 글을 쓰는 입장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도러시아 브랜디는 그래서 우리에게 하늘이 두 쪽 나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15분을 만들어 놓으라고 합니다. 이 15분은 어떻게든 지켜내라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생겨도 이겨내라고 합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우린 '하고 싶은 일' 따위는 능히 참아낼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문제가 되지 않겠나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저는 저 나름대로 갑자기 '반드시 해야 할 일'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타인과의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저 또한 사회생활은 해야 하니 모든 약속을 잡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제가 정한 나름의 이 15분에 해당하는 '매일 글쓰기' 시간에는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일정한 시간에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해 주는 구절이었습니다. 무슨 '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쓸 만큼 공사다망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5분 정도의 시간을 마련하는 지혜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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