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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an 31. 2024

당신과 나와의 이야기.

087.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당신과 나와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면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얼마나 잘 쓸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지만,

아마도 내 마음을 그만큼 잘 담아내는 도구도 없을 듯합니다.


제목은 무엇으로 지으면 될까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니 사랑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할 테지요.

공간적 배경은 아무래도 살짝 비틀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적나라하게 쓰면 위험 부담이 따르니까요.

등장인물은 당연히 당신과 내가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합니다.

1인칭으로 쓰면 좋을까요, 아니면 3인칭으로 쓸까요?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1인칭이 편하긴 하겠지만,

그러면 여자 주인공의 심리를 하나부터 열까지 상상해야 합니다.

3인칭으로 쓰면 객관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어도,

내가 창조한 두 인물에게 생생한 현실감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되든 지금의 이름을 그대로 쓸 수는 없습니다.

철수나 영회 같은 가장 흔한 이름으로 하자니,

어쩐지 스토리마저 가볍게 여겨질 것 같아 망설여지긴 합니다.

남자 주인공이나 여자 주인공 이름을 지을 때

어떻게든 당신과 나의 이름에 들어가는 글자들은 제외해야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누군가 이들의 이름을 통해

당신과 나를 상상하면 곤란하니까요.

그냥 당신이 읽었을 때

이 이야기는 당신과 나의 이야기구나, 하는 것을 당신만 알면 되는 겁니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기도 합니다.

현실에서 있었던 당신과 나 사이의 모든 일이 소재가 될 테니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뿐만 아니라

당신을 그리워하고 마음 아파하는 그 모든 감정들이 소개될 것입니다.


과연 이 이야기를 당신이 읽게 된다면

당신과 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될까요?


난 그런 이야기가 쓰고 싶습니다.

무작정 읽었을 때

단번에 우리의 이야기임을 눈치채게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언젠가 무방비 상태에 있는 당신이

이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하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생각만 해도 설렙니다.

어떤 스토리 라인이 그려질지,

지금의 내 마음을 얼마나 잘 담아낼 수 있을지,

이야기 속에 담긴 남자 주인공의 마음이 당신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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