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다 보니 마지노선이 가까워 옵니다.
자칫했다가는 1분도 안 되는
그 짧은 타이밍을 놓칠 판입니다.
어떻게 기다려온 시간인데. 하는 생각에 속이 타들어갑니다.
지금 튀어나가야 볼 수 있을 텐데, 하면서도
무려 5분을 더 지체하고 말았습니다.
평소처럼 느긋하게 걸어간다면
그냥 혼자서 음료만 마시다 와야 합니다.
그런 내게 무슨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걸어가면 8분 정도 걸리고,
뛸 수만 있다면 3분 내로 앞당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많이 와 봤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길을 달려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오늘 이렇게 뛰게 될 거라는 건
나조차도 예상치 못했던 일입니다.
문을 나서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발걸음에 속도가 붙더니
10미터도 못 가 어느새 달리기 시작합니다.
채 3분이 걸렸을까요?
시계를 들여다보고 늦지 않았음을 확인합니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잠시 돌리고
매장의 출입문을 열고 실내를 둘러보다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맞은편에 당신이 앉아 있었습니다.
0.1초 정도였을 겁니다.
당신을 구별하는 데 오래 시간이 필요할 리가 없습니다.
분명히 당신을 확인하고도
순간 다른 사람이었으면 했습니다.
한숨은커녕 반 숨도 돌리지 못한 상황에서
당신과 마주쳤으니 숨이 넘어갈 기세입니다.
왜 이렇게 긴장되고 떨리는지요?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를 맡으려 돌아가는 걸음이 오늘따라 무겁기만 합니다.
누군가가 툭 치면 당장이라도 넘어질 듯
두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이렇게 가까이에 당신이 있는데도
난 차마
눈길 한 번 돌리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