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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Feb 05. 2024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091.

어찌하다 보니 마지노선이 가까워 옵니다.

자칫했다가는 1분도 안 되는

그 짧은 타이밍을 놓칠 판입니다.

어떻게 기다려온 시간인데. 하는 생각에 속이 타들어갑니다.

지금 튀어나가야 볼 수 있을 텐데, 하면서도

무려 5분을 더 지체하고 말았습니다.


평소처럼 느긋하게 걸어간다면

그냥 혼자서 음료만 마시다 와야 합니다.

그런 내게 무슨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걸어가면 8분 정도 걸리고,

뛸 수만 있다면 3분 내로 앞당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많이 와 봤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길을 달려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오늘 이렇게 뛰게 될 거라는 건

나조차도 예상치 못했던 일입니다.

문을 나서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발걸음에 속도가 붙더니

10미터도 못 가 어느새 달리기 시작합니다.


채 3분이 걸렸을까요?

시계를 들여다보고 늦지 않았음을 확인합니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잠시 돌리고

매장의 출입문을 열고 실내를 둘러보다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맞은편에 당신이 앉아 있었습니다.


0.1초 정도였을 겁니다.

당신을 구별하는 데 오래 시간이 필요할 리가 없습니다.

분명히 당신을 확인하고도

순간 다른 사람이었으면 했습니다.


한숨은커녕 반 숨도 돌리지 못한 상황에서

당신과 마주쳤으니 숨이 넘어갈 기세입니다.

왜 이렇게 긴장되고 떨리는지요?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를 맡으려 돌아가는 걸음이 오늘따라 무겁기만 합니다.

누군가가 툭 치면 당장이라도 넘어질 듯

두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이렇게 가까이에 당신이 있는데도

난 차마

눈길 한 번 돌리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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