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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소리 Aug 11. 2024

평범한 대학시절의 시작

대학시절이었다.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성장하여 지방에 평범한 대학에 입학했다.

나는 내가 원하던 대학에는 진학을 못했다. 특출나게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체육학과를 선택했지만 특별하게 잘하는 운동도 없었다. 그래서 목표했던 대학을 가지 못했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었기에 누구도 탓을 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단지 미안한 마음이 컸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국립대학교에 진학을 했으면 하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사립대학교 중에서도 더 비싼 체육학과에 진학할 수밖에 없는 성적이었다. 그래도 입학 성적이 과에서 3등으로 입학하게 되어 장학금을 40만 원을 받았었다. 그때 수업료는 340만원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공사판에 막노동도 해보고, 택배 상하차도 해보고, 전단지를 배포하는 아르바이트와 고깃집에서 불판을 닦는 일, 서빙 등 부모님 모르게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나는 아르바이트가 꼭 필요한 아웃사이더였다. 평범한 대학교 생활이 필요했는데 평범하지 않게 생활을 해야 되는 형편이었다. 물론 그때는 어려운 형편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을 다니는 게 평범했었을지도 모른다. 대학교 1학년 시절 아버지가 하청을 받아 공사하는 현장에서 사고가 났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를 받고 아무 생각도 없이 집으로 갔다. 다행히 아버지는 살아계셨지만 아버지 친구분과 같이 일하던 사람 3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엄마와 돌아가신 아버지 친구의 가족분들을 태우고 경기도에 한 병원으로 갔다. 운전을 해서 가는 동안 초조하고 떨리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초췌하고 많이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힘이 없이 많이 지쳐있는 듯했다. 항상 큰 산 같았던 아버지였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전해 들은 사고 내용으로는 아버지가 현장 책임자로 일을 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 일이 끝나는 것 같아 다른 공사 현장에 측량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동안 사고가 났다고 한다. 아버지는 나의 수업료를 조금 더 벌어보겠다고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다른 현장에 먼저 측량을 간 것이다. 하청업자로서 인력비를 주고 공사를 하기 때문에 공사소요를 하루 줄이면 몇십만 원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었다. 나도 방학 때 따라다니면서 일을 해봐서 대충 흐름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두 분은 이미 땅속에 묻혀있어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 친구분은 얼굴만 밖으로 나와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아버지 친구분은 나도 같이 일도 하고 인사도 하고 얼굴도 알고 지난던 분이었다.

 

아버지는 사고로 인해 경찰조사를 받고 그간 밀렸던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었다. 다행히도 혐의가 없이 사고는 잘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그간 받지 못한 공사대금과 돌아가신 분 들에 대한 일부 책임져야 될 비용이 고스란히 빚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 하청을 줬던 그 큰 회사는 하청업자에게 주는 공사현장은 다른 현장보다 더 어려운 곳을 주고 무책임하게 책임을 다 떠넘겼던 것 같았다.

그 사고 이 후로 우리 집은 월세방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때 기억으로는 아버지가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돈 600만 원 정도가 있었다. 아버지가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내가 아버지의 회사를 찾아가 돈을 받고자 했었다. 갓 대학생이 된 어린 내가 어린 패기로 돈을 받으러 고 가기에는 생각보다 회사의 규모는 크고 무서웠다. 회사에서는 깡패같이 보이는 젊은 사람을 내려보내서 나를 통제했었다. 그래도 그때는 그 돈이 너무 간절했다. 여기저기 많은 힘듦이 있었기에 정당하게 돈을 받고 싶었다.


그 후로 학자금 대출이 계속 필요해서 엄마는 나에게 휴학을 하고 군대에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의 평범한 대학시절은 시작되었다.



* 대학시절의 시작엔 많은 이벤트가 있었으나 그정도 이벤트는 누구나 겪는 아주 흔하디 흔한 일이었다.

   그 시절을 겪지 않고 성장했다면 나는 어떠한 인생을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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