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제 국가, 폴란드
스웨덴 와서 가는 두 번째 여행!
그 목적지는 바로 폴란드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그단스크와 바르샤바.
어느 날 친구의 초대로 어느 학생 기숙사 디너에 가서 새로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 늘 하는 대화, '여행 어디 다녀왔어?'
그때 새로 사귄 중국 친구는 '그단스크'라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폴란드의 어느 도시를 다녀왔다고 한다. 듣고 보니 비행기표가 엄청나게 저렴해서 다녀온 것! 대구에서 제주도 가는 것보다 더 저렴한 티켓으로 다른 나라를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운이 좋게도, 마침 한 period(우리 학교 공부 기간은 한 학기가 두 period로 나뉜다)의 시험 치는 주간에 한 과목은 시험이 빨리 끝나고 다른 하나는 과제물 대체여서 여행을 다녀올 틈이 생겼다. 가장 싼 비행기표를 찾아보니 마찬가지로 폴란드 그단스크 가는 표가 132 크로나 (약 16000원)밖에 하지 않았다. 놀라워라! 그단스크를 가는 겸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도 보고 가고 싶어 기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정말 별 계획 없이 저렴해서 떠난 이 여행.
어떻게 흘러갈까?
비행기 기다리면서, 비행기에서, 여행 일정 중 숙소에 돌아와서 계속 과제를 붙잡고 있었다. 여행과 과제... 둘 다 포기 못 하지
떠나용 슝 ~
2시간도 되지 않아 도착했던 거 같다.
그단스크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호스텔로 이동했다. 호스텔은 그단스크의 올드타운 근처에 있었는데 아주 깔끔하고 모던했다. 다만 사람이 북적이지는 않고 정말 잠만 자고 가는 곳 같긴 했다. 하루가 끝나고 숙소에 다시 돌아왔을 때 옆 침대의 독일인 친구와 대화를 나눴었다. 이 친구는 이 일정 이후에 자신의 남자친구가 있는 다른 도시로 간다고 했던 거 같다. 아무튼 유럽 친구들은 유럽 여기저기에 지인이 있는 거 같아 부러웠다. 나는 외국에 나가있는 친척, 친구가 하나도 없는 점이 아쉽다. 그 외국에 나가있는 사람이 내가 먼저 되어야겠다!
정말이지 그단스크의 올드타운은 따사롭게 아름다웠다. 스톡홀름 올드타운은 조금 채도와 대비가 낮았는데 그단스크는 파스텔 색깔에 훨씬 쨍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거기에다 날씨까지 스웨덴과 다르게 맑아 정말이지 눈이 즐거웠다. 올드타운 중심에 있는 교회 건물은 건물 균형을 꽉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1층은 주로 기념품샵, 레스토랑이었으나 레스토랑 비중이 더 높았다고 거리에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폴란드 통화는1 즈위티에 약 300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마트 물가는 스웨덴 물가의 2/3 정도인 듯하고 한국보다 조금 더 싼 거 같았다. 그래도 동유럽이라고 엄!청! 저렴하진 않았다. 사실 폴란드는 기준에 따라 중유럽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보편적으로 냉전시대 때 공산주의 진영이던 국가들은 동독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유럽으로 불린다고 하며 UN과 CIA가 정의하는 범위가 다르다. 폴란드 사람들은 폴란드를 동유럽이라고 하면 아니라고 질색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동유럽이든 중유럽이든, 나는 여행이나 즐기련다.
올드타운을 걷고 있는데 지나가는 어떤 사람이 사과를 우걱우걱 먹으면서 걷는 게 멋있고 자유로워 보여서 나도 편의점에 들어가서 작은 사과 하나를 샀다. 정말 뜬금없는 전개이지만 나도 이렇게 거리 걸으면서 사과 우걱우걱 먹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다.
스타벅스에서 간단하게 온라인 회의를 끝낸 후, 주변에 있던 2차 세계대전 박물관에 갔다.
아무래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인 만큼 피해도 많고 그걸 잊지 않고 후대에도 알려주기 위해 지은 거 같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아프고 비극적이어도 세상에 꺼내놓고 기억해서 두 번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조선 여자들을 위안부로 데려간 사실도 기록되어있었다. 인간은 정말 끝을 모르는 존재라는 걸 늘 느낀다.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가로지르는 흰 독수리를 보고 그 자리에 나라를 세웠다는 건국 신화답게 폴란드의 국기는 흰색 빨간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물관을 둘러본 뒤 발길이 가는 대로 걷다가 이르게 된 곳. 맞은편의 관람차와 GDANSK 표시가 상징적이었다.
그단스크 운하(강인가?)의 야경
사람들도 많고 야경도 예뻐서 혼자 즐기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폴란드 친구에게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지만, 추천해준 곳이 영 땡기지 않아 혼자 걸어 다니며 비싸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지갑이 가벼운 학생이기 때문에 여행 중에 대충 먹는 편이지만, 폴란드는 물가도 저렴할 거라 생각해서인지 비싼 식당에 들어가보고싶었다. 폴란드의 음식 피에로기를 먹었는데 안이 오리인가.. 어떤 오리류 고기여서 새롭기도 했지만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폴란드 물가가 저렴할 줄 알았지만 역시나 관광지의 레스토랑은 저렴하지만은 않았다. 혼자 스프와 만두 그리고 칵테일 한 잔 해서 3만 원 정도가 나왔다. 그래도 혼자 여유롭게 밖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웃겼던 게, 수프를 먹으면서 다음에 나올 만두를 기다리고 있는데 30분 동안 안 나오길래 직원에게 물어보니 내가 지금 먹는 음식을 다 먹으면 주는 거라고 한다!! 띠용! 한 번에 다 나와서 다 같이 먹는 한국 문화와는 너무 달랐다!
다음 날 아침, 그단스크 올드타운을 가로질러 러닝을 했다. 아침에 보는 첨탑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여러 국가들에서 러닝을 하는 것이 나의 버킷리스트이다.
오전 발 바르샤바행 기차를 타기 전 어느 카페에서 아침으로 라떼를 마시러 왔다. 얼그레이 라떼였는데 독특하고 좋았다. 평일 아침부터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마시는 사람은 관광객 말고 없을 거 같았는데 어떤 여성분 한 분이 혼자 마시고 핸드폰하고 있더라.
그단스크 중앙역에서 바르샤바로 가는 기차. 6인실로 나눠진 방들로 이뤄져있었다. 약간 해리포터 1편에 나오는 호그와트행 기차 객실같았다. 아쉽게도 나와 같은 방에 있던 폴란드 아저씨는 영어를 못 하셔서 서로 조용히 이동했지만, 아저씨가 본인 먹으려고 가져온 빵을 내게도 조금 떼어주셨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웃으면서 감사를 표했다.
폴란드의 김밥천국 급으로 자주 보인다는 자비엔첵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숙소 옆에 있을 줄야.
음식은.. 좀 짜기도 하고. 익숙한 맛이었다.
사실 .. 내가 사전 조사를 별로 안 해서 그런지, 아니면 적당히 발길이 가는대로 여행 하는 타입이라 그런지 바르샤바에는 할 게 그렇게 많지 않았다.결국 올드타운에서 문화과학궁전까지 걸어오며 주변 구경을 했다. 학교를 마친 학생들, 집에 가는 직장인들이 많이 보였으며 서울같이 바쁘게 사는 도시의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주변을 보며 걷다가 발견한 네일아트샵! 당시 맨손으로 설거지하느라 큐티클 대환장 파티가 난 내 손톱을 치유하고자 무작정 들어갔다. 저렴할 거 같다는 예상을 하고 가격을 물어보니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젤네일이나 네일아트는 좋아하지 않아서 손톱 기본 관리만 받았다. 베트남에서 폴란드로 건너온 가게 주인과 직원들이었다.
내가 여기서 할 것이 뭐가 있냐하는 질문에 손톱을 해주던 언니가 몇 개 알려주긴 했지만 지금으로선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손톱을 끝내고 결제를 할 때 사장님이 결제해주시며 어떤 종이를 건내주셨다. 거기엔 바르샤바에서 할 수 있는 관광들이 빼곡히 적혔었다. 옆에서 농담 따먹기하며 놀고있는 줄로만 알았던 사장님이 사실은 옆에서 이렇게 적고 계셨다니! 이런 사소한 걸로 참 감사했다.
손톱을 하고, 그 옆에 큰 옷가게들을 구경하다가 해가 지고 나서는 문화과학궁전에 갔다. 엄청 높고 균형있고 압도되는 고딕 형식의 건물이었다. 가기 전 해가 질 때까지 맥도날드에서 맥플러리 냠냠하며 문화과학궁전에 대해 알아봤다.
유럽 연합에서 현재 8번째로 높은 마천루인 이 건물은 과거 소련 스탈린이 선물해준 건물이라고 한다. 한 때는 일부 폴란드 사람들이 보기만 해도 때려 부수고싶은 건물이었다는데 현재는 받아들이고 잘 이용하고 있다네. 지금의 문화과학궁전은 말 그대로 문화, 과학 관련 행사가 이뤄지는 복합 건물이자 바르샤바를 볼 수 있는 전망대의 역할을 하는 거 같다.
입장권을 구매하고 엘레베이터를 타 전망대까지 올라가봤다. 입장권은 아주 저렴했고 엘레베이터는 아주 빨랐다.
화려한 도시였다. 엄청나게 높은 건물은 없어도 서울의 여의도같은 기업 동네 느낌이 났다. 야경을 보면 기분도 좋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시원한 밤에 보는 야경은 늘 특유의 몽글함과 감정을 느끼게끔 한다. 야경을 보고 나니 너무 춥기도 하고, 어두워서 무섭기도 해서 지하철을 타고 올드타운의 호스텔로 이동했다.
이 날이 과제 마감일이었다. 숙소에서 마무리하고 후련하게 놀러나갈 수도 있지만, 카페광인 나는 노트북을 챙겨서 광장 근처 카페로 갔다. 가는 길에 날씨가 좋아서 사진도 혼자 잘 찍고 놀았다.
원색이 주는 안정감이 참 좋았다.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난다만.. 뭐가 저렇게 바빴을까... 아무튼 선택과 집중이 어려웠던 학기였다. 다 하고싶었던 걸 어떡해? 그리고 어쨋든 해냈으니! 그렇게 과제를 끝내고 숙소로 다시 돌아가 노트북을 두고 마음도 몸도 가볍게 다시 나왔다.
쇼팽의 노래를 들으며 쇼팽 동상으로 가고있었다.
코페르니쿠스! 폴란드에 유명한 위인이 많네
쇼팽 동상이 있는 야젠키 공원까지 걸어갔다. 거리가 꽤 됐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본 자전거 카페 ! 정말 똑똑하다
쇼팽 공원
벤치에 앉아서 멍하게 있다가 왔다.
저녁은 폴란드 친구와 함께. 사실 이 친구는 전에 스톡홀름 여행 갔을 때 우연히 만나 친해진 폴란드 직장인 친구! 외국에선 정말 나이 상관 없이 친구가 되는 거 같다. 물론 나이 차이에서 오는 벽이 느껴지긴 하지만 국경을 넘어서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을 별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이어지는 거 같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났다는 사실부터가 특별한지도? 이 친구가 어떻게 지내는지 지금은 모르는데 생각난 김에 연락해봐야겠다.
이 날 저녁은 친구가 퇴근하고 올드타운 내의 한 식당에서 만나 밥을 먹었다. 폴란드 음식을 시켰는데 그닥 맛이 없어서 친구도 나도 다소 실망했지만, 친구가 결제 해줬다.
그리고 거리를 좀 돌아다니다가, 카페에서 케이크 한 조각 먹고 헤어졌다. 그 다음 날 브런치를 함꼐 하기로 약속하고!
다음 날 ( 4일차 마지막 날 )
친구와 인기가 많은 브런치 가게를 갔다. 이 날은 토요일이었어서 브런치 가게에 사람이 많아 줄을 서서 들어갔다. 인기 있던만큼 맛도 있던 가게였다! 브런치는 따뜻한 햇살 맞으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참 소중한 거 같다.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며 브런치를 먹고 이번엔 내가 계산하고싶어 친구가 화장실 간 사이에 스르륵 결제 했다.
친구가 공항까지 태워다준다고 했지만 미안하기도 하고, 덥석 다른 사람 차 타기가 겁이 나기도 해서 괜찮다며 공항 버스를 탔다. 이 친구와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그렇게 폴란드 여행이 끝이 났다. 사실 바르샤바보다 그단스크가 더 좋았던 폴란드 여행이다. 바르샤바는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반면 그단스크는 하나도 기대를 안 해서인 거 같다. 올드타운도 그단스크가 좀 더 예뻤던 거 같다.
처음 가본 동유럽 ( 동, 중유럽이 의견이 갈리지만 그때까진 동유럽인 줄 알았으니 ) 이었고 내가 생각했던 고즈넉한 동유럽의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7월에 갔던 프라하가 딱 동유럽의 포근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저렴한 비행기 값으로 폴란드를 다녀오고 여행 중 친해진 친구를 다시 한 번 만난 것에 의의를 둔다! 다들 폴란드 크라쿠프가 좋다고 하는데 거기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보고싶다.
최근에 지난 폴란드 여행기를 다시 적어보며 폴란드라는 나라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알아봤다. 최근 회자되는 새로운 형제 국가 폴란드. 강대국들 사이에 끼여서 다사다난했던 사건들을 겪어온 폴란드 역사는 마치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였던 대한민국의 역사와 비슷했다. 작년에는 한국과 폴란드가 방산계약까지 체결하며 활발한 교류를 보였다. 폴란드와 한국은 역사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서로 협력해서 강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나 폴란드는 작년에 EU 내부 고발을 하며 EU의 민낯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세상엔 모순이 참 많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크게 변한 것 없이 평화롭게 흘러가지만, 실제 정치권과 권력층은 지금도 조금씩 세상을 바꾸며 역사를 쓰고있다. 인간의 욕심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똑같은 실수와 역사는 반복될 거 같다. 부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시민들이 늘어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때가 많아 그냥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그래도 반드시 해야하는 생각이니깐, 인간의 모순과 참혹한 모습들이 보이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최대한 밝게 살아가고자 한다.
내가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을까? 사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과 지구를 위해 기여하고싶다. 그래야 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있을 거 같다. 내 꿈은 단순하다. 개인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상을 행복하고 감사하게 보내며, 커리어적으로는 내 능력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에 기여하고싶다. 많이 배우고 나를 수련해야하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 단점들이 너무나도 잘 보이고, 잘 고쳐지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다. 하지만 포기만 하지 않고 파이팅!
내일도 웃으면서 일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