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새의 등에 실린 짐을 내려놓고, 봄볕 아래 서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건져 올린, 찬란한 3월 ."
by
김혜자
Apr 3. 2026
그녀는 겨울의 끝자락 초봄이 올 무렵 온몸이 녹아내리도록
피폐되어 있었다.
그녀의 남편을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건져 내기 위한 필사적으로
몸을 던져 가며, 희생의 대가를 치르는듯했다.
그녀는 남편을 살려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 그들은 항상 같이였으니까.. 병실을 지키며 당신은 살아야 해, 죽으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을 넋두리 하면서 치워도 끝없이 똥을 싸대는 남편 기저귀를 갈아치웠다.
열이 치솟아 내리지 않을 때는 그녀는 밤을 지새우며 온몸을 닦아주었다. 잠을 설쳐가면서, 자신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것도 모른 채 온 힘을 다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병시중,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녀의 남편이 온전치 못한 몸으로 집으로 퇴원하던 날 공교롭게도 옷방의 행거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졌다. 그녀의 남편은 소름 끼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외쳤다.
"집구석이 망해간다고" , "유리창이 깨어진다고 벽이 무 터진다고" 그녀는 통곡했다. 제발 정신 차리라고... 그녀의 가슴은 멍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에 대한 트라우마 그녀는 남편이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할 때마다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애원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소용이 없었다. 원수였다 그녀는 남편이
완쾌되면 짐을 싸서 곁을 떠나리라 굳게 다짐했다.
약을 한 움큼씩 집어삼킨 탓인지 그녀의 남편은 피부병으로 등언저리는 짓이겨 있었다.
또 다른 시련이 다가왔다. 자다 벌떡 벌떡 일어나 깨웠다.
피부병 약을 두 시간마다 발라주어야 했다.
그녀의 남편은 두어 달 지나면서부터 점차 치유되었다.
이제는 그녀에게 시련이 왔다. 간병 후 육체적,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손발이 저리고 가슴이 찌릿 거리며 아파왔다. 뒷머리도 당기며, 다리에 힘이 주욱 빠져 아침준비도 힘이 들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으며 한탄했다."혹시 죽을병이라도 걸린 것일까." 고뇌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몸무게가 빠진 남편을 위해, 계란도 삶아야 하고 토마토 낙지도 전복도 요리해야 하는데 그녀는 흔들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가슴은 뛰고 머리에 쥐가 내렸다. 입맛은 사라지고 몸무게도 줄어 완전 신경쇠약에 걸려 누군가 건드리면' 툭' 까무러질 것 같았다.
밤이 되면 무서워서 알 수 없는 불안에 떨었다
묵주. 성경책. 성수를 안고 잠을 청했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녀는 남편의 얼굴만 봐도 머리가
띵! 하고 아팠다... 원수야 원수... 그녀는 넋두리했다
원수와 살고 있다고. 그래도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우울증 걸린 친구는 남편을 보내고 지낸 3년 동안 죽을 자리만 찾았다고 했는
데, 아무리 미워도 옆에 있는게 낫다고
그녀의 40년지기 친구는 작년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고생만 하다 하늘나라로 갔다. 친구의 죽음은 심적 고통을 크게안겨 주었다.
그녀는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저 원수가 또 아프면 어떠냐? 밥은 누가 해주고 반찬, 옷가지는, 죽든 말든 내버려두어야 하는데 그녀는 끝없이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앞 이빨로 깨물고 있는 듯하다
친정부모님을 닮아 크게 아픈 적이 없었던 그녀는. 평소에 건강체크를 열심히 하며 운동 식이요법 나무랄 데 없이
해왔다. 남편이 아프기 전에는, 그렇지만 두어 달 동안 남편의 병시중으로
전혀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했다.
병원에 달려갔다. 긴장 탓인지 혈압이 올라 있었다. 심장 내과는 어찌 사람이 그리도 많은지 마치 대한민국 모든 이들이 심장병에 신음하고 있는 듯 보였다. 모두가 겁에 질린 사람들처럼 고양이 앞에 쥐처럼 웅크리고들 앉아 있었다.
그녀 역시 그들 부류와 다를게 없이 진료실 앞에 떨고 있었다. 심장내과에서 혈압계를 채워 주면서 하루동안 관찰 한 모양이다. 겁에 질려 하루 종일 몸에 열기가 솟았다.
덩달아 혈압도, 맥박도 춤을 추었다.
혈압이. 160/70.. 요지부동이다.
병원에 혈압계를 던지듯 반납하고 집으로 오니 요동치는 혈압과 맥박은 정상수치로 회복되었다.
정상수치 혈압
병원에서는 하루 관찰한 결과 혈압약을 권했다.
한 달 치 타오고 사흘동안 먹다 던져 버렸다. 혈압약을 먹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서이다.
그리고 조깅을 다시 시작했다. 아직도 그녀의 맘은 불안에 떨고 있다. 배우자의 아픔은 그들의 가족에게 또 다른 트라우마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겨준 것이다.
추운 겨울에도 인고의 끝에 봄이 되면 파랗게 솟아 나오는 쑥!
그녀는 아픈 추억은 버리기로 했다. 그러나 가슴 깊은 응어리는 지워지지 않는다.
이제 막 붉게 피어나는 영산홍을 보며 다짐했다. 묵묵히 저들처럼 살아가겠노라고...
살아남기 위해 바위틈에 숨어 태어나고 자란 파란 쑥,
봄을 알리기 위해 피어나는 붉게 피어난 영산홍!
하얀 목련, 붉게 타오르는 춘백,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보며 숨을 단전 끝까지 들여 마셨다. 뱉어봐도 커다란 응어리는 뱉어지지 않는다.
세월이 할퀴고 간 상처는 호흡 한 번으로 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는 세상을 꾸역꾸역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들판에 흐드러진 노란 민들레, 이름 모를 들꽃들, 그리고 3월의 찬란한 끝자락에 피어나는 벚꽃과 푸른 하늘까지,
지난겨울 뼈저린 아픔을 놓아주기로 했다.
그녀는 다시 찾아온 봄의 생명력 속으로 조심스레 발을 내디뎠다.
눈이 부시게 피어나는 벚꽃, 올여름 그늘을 만들어줄 느티나무는 움을 트고 있다.
3월이면 새싹으로 세상은 초록으로 물들고 3월 끝자락에는 온통 벚꽃이 춤추는 세상, 민들레, 패랭이꽃도 설레게 하는데, 지난겨울 그녀는 짐을 가득 실은 채 가엾은 노새가 되어가는 자신을 미처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쳐 쓰러질 것 같던 순간마다 웃음을 선사하며 힘이 되어준 아름다운 친구들이 있었다. 이제 그녀에게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만끽해야 할 의무와, 곁을 지켜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남았다.
그것이 바로 그녀가 내일을 살아가야 할 가장 분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
keyword
그녀
남편
작가의 이전글
그는 삶에 지쳐있는 내게 릴케의 '고독' 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