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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Mar 22. 2023

무엇을 찾는 중일까?

  날도 풀리고 여기저기 꽃들도 만발한데 차가운 북풍이 느껴진다.

마음 둘 곳을 찾는 중이다.

인스턴트 같은 사람들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주는 사람이 있다.

시린 마음을 충분히 녹이고도 남는 사람이 있다.

특별히 내게 무언가를 해줘서가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그 사람이 주위의 사람들에게 하는 모습을 보고 그냥 그 사람의 정감 어린 마음을 느껴서 내가 알아서 따스해지고 있는 중이다. 사람다운 사람에 많이 굶주린 티를 낸다.

 

  어느 햇볕아래 어느 꽃이 피었나를 궁금해하기보다 따순 사람을 그리워한다.

늘 생각했었다. 진정한, 요새 말로 찐친이 있기를 원했었다.

내게는 그런 친구가 있다.

도란도란 얘기 끝에 내 남편에게도 자랑했었다.

나이가 나보다 많은 아주 따뜻한 친구가 있다고.

포근한 햇볕이 되어주는 분이라고.


  십 년이란 시간 동안 내 마음을 다독여주었던 분,

늘 받기만 한 것 같아서 언젠가는 그분을 감동시키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속상한 내 속을 쏟아내면 "그러면 안 되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나를 속상하게 했던 사람에게 내 대신 말해주는 사람. 쉽게 말해서 제대로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

딱 한 사람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진하게 제대로 나를 품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끼게 해 줘서 고맙다.


  세월 속에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고 했다.

고백컨데 난 딱히 익어가는 것 같지가 않다.

별거 아닌 것에 자꾸 시리고 아프다.

더 늙어지면 얼마나 더 시리고 아플까를 걱정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육신이 늙어가면서 눈도 귀도 어둡고 흐려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건데 늙어가면서 왜 자꾸 보석상 주인도 아니고 진짜와 가짜를 식별해 내는지 모르겠다.


   진짜와 가짜를 식별하는 기준은 아주 단순하다.

그냥 따뜻한 사람이면 진짜라고 느껴버린다.

정에 굶주린 건지 정 있는 사람이면 만사형통이다.

어느 시인이 그랬다. 사람은 겉보기와는 다르다고.

적어도 정이 있고 없고는 구분할 수 있는 눈이 밝아지고 있다.

다 품어도 부족할 나이가 아닌데 정 없는 사람은 사람으로 안 보게 되고 정 있는 사람만 찾는다.


   사람 도리니, 격식이니 이런저런 것에 갇혀서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이제부터라도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고 살고 싶다.

예전에는 '왜 저렇게 시간을 낭비하면서 살까?'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다.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고, 좋아하는 건 마음껏 해도 괜찮은 시간이 된 것 같다.

차갑고 정 없는 사람을 그냥 어떤 사물로 보면 그만이다.

자꾸 사람의 울타리 속에 넣으려고 해서 내가 아픈 것 같다.


  예전에 몰라봤던 수국이 좋다.

예전에는 색 검은색 회색만 찾아 입던 옷들을 이젠 밝은 파스텔톤의 옷들을 찾아입다.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던 것들도 지금은 이해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스치고 말았을 일들도 지금은 시리고 아파서 피하게 된다.

젊음이 날 치열하게 했었던지 뭐가 좋은지 뭐가 또 아프고 시린지 살피지 못하고 살았다.

이제는 햇볕 좋은 곳에서 정이 넘치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며 따뜻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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