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꺼낼 수만도 없다.

삶

  오십 엔 본인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곱고 따뜻한 인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걸까?

맑고 깨끗한 표정을 상시 짓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할까?

아주 치열하게 극한의 삶을 겨우 이겨내었건만 얼굴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어쩌란 말일까?

  누군들 힘들지 않았겠냐고, 힘든 건 본인뿐인 것처럼 하소연 일색인 것 같아서 함구하고 산다.

아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분명히 아무 잘못도 없었고 오로지 피해자일 뿐인데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뭉뚱그려서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걸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그 누구한테도 다 꺼낼 수 없다.

참는 것이 일상이라 자신도 모르게 아픔과 슬픔을 얼굴에 새기며 살아낸다.

  그 인고의 세월 속에서 나의 일기장 노릇을 한 내 얼굴을 뒤늦게 세재를 듬뿍 부어 씻으면 씻어질까?

의술의 힘을 빌어서라도 어떻게 바꿔야 하나?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기도 버거운데 날마다 날마다 수행하는 수도자처럼 내 얼굴에 묻어나는 아픔과 힘듦을 덜어내었어야 했었나?

본인 얼굴을 책임지라느니 하는 말, 뒤늦게 어쩌지도 못하는데 무겁게 다가온다.  

  원컨대 꽃길만 걷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육신의 질병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 고약한 사람을 만나서 벼랑 끝을 경험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쩌지도 저쩌지도 못해 보고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상황을 이겨내고자 몸부림치며 살아내다 보면 내 얼굴이 내가 원치 않은 모습으로 거울 속에 비칠 수밖에 없다.

    오십 엔 본인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죄짓지 말고 바르게 잘 살라는 말이겠지?

그간 힘들었더라도 죄짓지 않았다면 오십부터라도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테니 잘 살라는 말이겠지?

어릴 때 철없이 나쁜 짓하여 성인이 된 후 마음 잡고 잘 살아보려고 하는데 자신의 과거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다. 또 어릴 때부터 버리지 못한 나쁜 언어 습관이 주변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잘 못한 건 잘 못한 사람의 잘 못이다.

잘 못해놓고 사과나 반성은커녕 피해자에게도 그 원인이 있다고 또 가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책임을 묻지 마라.

얼굴에 깊은 주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 넘고 또 산을 넘은 사람들의 흔적이다.

왜 너는 표정이 그러냐고도 묻지를 마라.

말로 다 못해서 표정이 대신 말하고 있는데 넌 그걸 읽지 못하냐고 되묻길 바라느냐고 묻겠다.

책을 다 읽지 않고도 책 표지를 보고도 내용을 짐작하게 된다.

우리의 얼굴도 그 사람의 일생을 함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굴은 다 꺼내놓지 못했던 얘기들까지 사실대로 얘기해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