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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pr 16. 2023

행복함을 느끼다.

행복

  세 잎 클로버는 행복,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의 말을 품고 있다고 들었다.

지천에 세 잎 클로버가 있는데 그 속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고 또 찾는다.

어쩌다 찾게 되면 책갈피에 끼워두고 한 번씩 찾아서 보고 흐뭇해한다.

행복하면 그만인 것을 행복함 앞에선 눈을 감고 우리는 행운을 바란다.

 

  휴일 아침, 여느 때와 같이 텃밭을 둘러보고 경사진 등산로를 올랐다.

연둣빛 새싹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군무를 추면서 소곤대듯 사각거린다.

쉬엄쉬엄 올랐건만 숨이 차올라 띄엄띄엄 있는 밴치에 몸을 맡겼다.

앉으니 눕고 싶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밴치와 한 몸이 되어버렸다.


  연둣빛 도토리나무와 짙은 초록의 소나무가 하늘이 되어주었다.

'우와~, 예쁘다!, 음~,행복하다! '

유심히 보다 보니 소나무에 소나무잎이 없이 마른가지가 보였다.

그걸 보자, 자장개비라고 마른 소나무 가지를 꺾어서 나무로 사용했었던 기억이 났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시절, 어린 우리들은 그런 일상을 보냈었다.

이산 저산을 다니면서 산도라지며 산버섯, 고사리, 취나물을 취했었다.

뿐만 아니라 겨울이 오기 전에 월동준비를 위해 산에서 나무를 해오기도 했다.

농사일을 거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렇게 소소한 가사도 철마다 시기에 맞는 일들을 했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나듯 하늘을 꽉 메운 소나무 아래서 아련한 어린 나를 만났다.

눈에 보이는 초록의 향연에 취해서 행복하고 덤으로 추억이 되어버린 지난 시간들을 느껴버렸다.

짧은 시간의 쉼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지만 내 속에 묻어둔 시간들을 꺼내서 깊은 그리움의 향기를 느낀다.

그러고 보면 감동적인 책 한 권 그 이상으로 내가 아는 나의 이야기가 눈물샘과 입꼬리를 더 강력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


  행복이든 사랑이든 그 무엇이든 느끼는 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진수성찬 앞에서 거식증 환자처럼 음식 먹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지가 행복한 것 투성이 인데 그걸 못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깊이 사랑하는데 본인은 그걸 또 못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인체의 신비' 뭐 이런 표현으로 압축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살수록 우리의 몸은 정말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애석한 건 우리들은 그 훌륭한 몸을 다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얘길 들었었다.

아니, 너무 많이 다 사용하려는 욕심 앞에서 무형의 '느낌'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싶다.

우리의 몸은 수많은 일들을 하지만 정작 내 속에 축척된 것들을 느끼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돌고 돌리고 그러다가 일생을 마감하고 마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생각이다.

휴일 속의 휴식, 잠시 숲 속에 누워도 보고 찰싹거리는 파도 앞에 앉아서 멍도 때려.

쉼 속에 행복이 있다.

흘려보내지 말고 잠시라도 느끼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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