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믹이 된 비만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아이러니한 시대를 살고 있다. 한편에서는 기후 위기가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비만이라는 또 다른 위기가 인류의 건강을 잠식하고 있다. 언뜻 무관해 보이는 이 두 현상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궤적을 그리며 진행되고 있다.
첫째, 인류는 두 위기 모두에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가 수십 년 전부터 있었듯이, 비만의 폭발적 증가도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효과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둘째, 두 문제 모두 '티핑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의 1.5도처럼, 체중 증가에도 되돌리기 어려운 임계점이 존재한다. 일단 그 선을 넘으면 회복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 셋째,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개인이 아무리 탄소 배출을 줄여도, 아무리 식단을 조절해도, 시스템적 변화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0년 가까이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내가 가장 자주 마주한 감정은 '좌절'이었다. 환자들의 좌절, 그리고 나의 좌절. 체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의지박약'으로 규정하며 끝없는 자책의 굴레에 빠져 있었다. 다이어트를 시도할 때마다 찾아오는 요요현상은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그들을 원점, 아니 그보다 더 뒤로 밀어냈다.
의사로서의 나는 더 무력했다. 의과대학에서 비만에 대해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었다. 영양학, 운동생리학은 커리큘럼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며 오히려 내가 배워나갔지만, 교과서의 이론과 현실의 간극은 너무나 컸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세요"라는 처방전이 얼마나 공허한 울림인지, 나는 매일 확인해야 했다.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비만이 되면 더 많이 먹게 되고,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원인과 결과가 뒤엉켜 있는 이 복잡한 실타래를 누가 감히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뇌의 식욕 조절 중추의 이상, 유전적 소인, 환경적 요인, 사회경제적 조건 - 이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있다.
WHO의 통계는 충격적이다. 1975년 이후 비만 인구는 3배 이상 증가했고, 현재 전 세계 성인의 39%가 과체중, 13%가 비만이다. 더 놀라운 것은 비만 인구의 3분의 2가 개발도상국에 거주한다는 사실이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인류는 이제 굶주림보다 과식으로 더 많이 죽는 시대를 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비만과 기후 변화의 불편한 연결고리를 발견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농업 생산성 저하, 식량 공급의 불안정성은 역설적으로 값싼 초가공식품의 범람을 불러왔다. 육류 소비의 증가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 되어 기후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이는 다시 식량 시스템을 교란시킨다. 비만은 영양 과잉이 아니라 영양 결핍의 또 다른 얼굴인 셈이다.
지난 50년간 비만을 성공적으로 예방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시키는 접근법의 실패는 명백하다. 기후 변화 대응이 개인의 에코백 사용을 넘어 시스템 전환을 요구하듯, 비만 문제 역시 개인의 의지력을 넘어선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두 개의 시계와 경주하고 있다. 하나는 지구의 온도를 재는 시계, 다른 하나는 인류의 체중을 재는 시계. 두 시계 모두 위험 수위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별 증상에 대한 처방이 아니라, 이 두 위기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다. 그것이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