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 기적의 '빈틈'을 보았습니다.
저는 지금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불편한 질문이었습니다.
"GLP-1 약이 이렇게 잘 듣는다면, 왜 약을 끊은 사람들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까?"
위고비(Wegovy), 젭바운드(Zepbound). 의료계에서 "게임 체인저"라 부르는 약들입니다. 체중의 15~20%를 줄여주고, 심혈관 위험도 낮춥니다. 놀라운 수치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도, 그 숫자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보다 그 숫자들 '사이의 공백' 이 더 눈에 밟혔습니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의 결과는 좋습니다. 그러면 약을 끊으면? 유지는? 약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은? 그 질문들이 저를 창업의 자리로 이끌었습니다.
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실린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의 연구입니다.
미국 재향군인부(VA)의 Million Veteran Program — 세계에서 가장 큰 의료 데이터베이스 중 하나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에서 2형 당뇨병(Type 2 Diabetes Mellitus) 환자 98,261명을 12년(2011~2023) 동안 추적했습니다.
측정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①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 GLP-1 RA) 복용 여부
② 8가지 건강한 생활습관 준수 정도
8가지 건강 습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질 높은 식단 / � 규칙적인 운동 / � 금연 / � 충분한 수면 /� 절주 / � 스트레스 관리 / � 사회적 연결과 지지 / �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없음
결과 지표는 주요 심혈관 사건(MACE: Major Adverse Cardiovascular Events) — 심근경색·뇌졸중·심혈관 사망이었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시나리오 1️⃣ — GLP-1 약만 복용한 그룹 : 심혈관 사건 위험 16% 감소
시나리오 2️⃣ — 8가지 건강 습관을 모두 지킨 그룹 : 심혈관 사건 위험 60% 감소
시나리오 3️⃣ — GLP-1 약 + 6~8가지 건강 습관을 함께한 그룹 :약도 없고 습관도 없는 그룹 대비 심혈관 사건 위험 43% 감소
저는 이 세 숫자를 처음 보았을 때 한 가지 생각만 들었습니다.
"이건 의학 논문이 아니라, 창업 아이템의 타당성 검증(Validation)이다."
의사의 눈으로 보면 이 연구는 "생활습관 중재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그런데 창업자의 눈으로 보면, 이 연구는 엄청난 시장 공백(Market Gap) 을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현재 GLP-1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입니다.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에 이어 경구용 GLP-1(오포글리프론, orforglipron)까지 등장하면서, 앞으로 수백만 명이 이 약을 처방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연구가 말하는 건 무엇인가요?
"약만으로는 16%입니다. 나머지 27~44%는 생활습관이 채웁니다."
제약회사는 약을 팝니다. 의사는 처방을 씁니다.
그런데 처방 이후의 삶 — 수면, 스트레스, 관계, 식사 패턴 — 을 지속적으로 코칭하는 시스템은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보이는 시장 공백입니다.
여기서 창업자로서 제가 가장 오래 고민한 부분이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7시간 자야 한다는 것.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는 것. 모릅니다? 다 압니다. 그런데 왜 안 될까요?
행동과학에서는 이것을 '의도-행동 간극(Intention-Behavior Gap)' 이라고 부릅니다. 지식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행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구조와 의미가 없어서입니다.
BJ Fogg의 행동 모델(Behavior = Motivation × Ability × Prompt)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헬스케어 앱은 Ability(기능) 는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Motivation(동기) 와 Prompt(적시적 자극) 이 약합니다.
우리가 AI 기반 코칭에서 집중하는 건 이 부분입니다. 단순히 "오늘 운동하세요" 알림이 아니라, 사용자가 왜 건강해지고 싶은지 — 그 가치(Value)와 연결된 코칭.
ACT(수용전념치료,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의 관점에서 보면, 건강 행동이 지속되려면 행동이 사람의 핵심 가치(core values) 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과 "내 아이와 오래 걷기 위해 운동하는 것" — 데이터가 아닌, 이야기가 행동을 만듭니다.
Harvard의 Frank Hu 교수는 논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약물 치료 시대가 와도 건강한 식단,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사회적 연결에 대한 공중보건적 투자는 여전히 필수적이다. 이것들은 약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증폭시킨다."
창업자로서 저는 이 문장을 이렇게 번역합니다:
"GLP-1이 보급될수록, 그 약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생활습관 코칭 인프라'의 수요는 더욱 커진다."
이건 제약 시장과 경쟁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GLP-1 약이 더 많이 팔릴수록, 우리의 시장은 커집니다. 약은 식욕을 억제할 수 있지만, 삶의 의미를 설계하지는 못합니다.
그게 우리의 영역입니다.
저는 이 연구 결과를 보면서 우리 제품 로드맵의 방향이 정확하다는 확신을 다시 한 번 얻었습니다.
BioNutrion이 설계하는 것은 단순한 건강 앱이 아닙니다.
GLP-1 복용자와 비복용자 모두를 위한 — "약 이후의 삶"을 코칭하는 통합 플랫폼입니다.
데이터가 제시한 3가지 핵심 영역이 우리 제품의 3개 축이기도 합니다:
① 영양(Nutrition) — 단순 칼로리 계산이 아닌, GLP-1 복용자에게 맞춘 단백질·미량 영양소 전략
② 행동(Behavior) — ACT/DBT 기반 동기 코칭, 수면·스트레스 관리 루틴 설계
③ 연결(Connection) — 혼자 하는 건강관리가 아닌, 커뮤니티 기반 지속성 확보
9만 8천 명이 12년 동안 보여준 데이터가 우리 제품의 타당성 검증(Proof of Concept)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스타트업은 항상 '이미 작동하는 것의 빈틈' 에서 탄생합니다.
GLP-1은 작동합니다. 잘 작동합니다. 그런데 그 16%와 60%의 차이 — 약과 생활습관 사이의 27~44% 공백 — 그 빈틈이 바로 우리가 채워야 할 자리입니다.
약은 식욕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내일 다시 일어나 걷게 만드는 것, 스트레스 속에서도 좋은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 — 그건 여전히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기술로 지원하는 것이 BioNutrion의 미션입니다.
처방전은 시작입니다. 당신의 일상이 결말을 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일상 옆에 있겠습니다.
그림: 크리스티나의 세계 -by Andrew Wyeth
원문 링크: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dia/article/PIIS2213-8587(25)00395-X/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