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은 기적의 약입니다. 그런데 ...

저는 그 기적의 '빈틈'을 보았습니다.

by 김주영

창업의 시작은 항상 '불편한 질문'입니다

저는 지금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불편한 질문이었습니다.

"GLP-1 약이 이렇게 잘 듣는다면, 왜 약을 끊은 사람들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까?"

위고비(Wegovy), 젭바운드(Zepbound). 의료계에서 "게임 체인저"라 부르는 약들입니다. 체중의 15~20%를 줄여주고, 심혈관 위험도 낮춥니다. 놀라운 수치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도, 그 숫자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보다 그 숫자들 '사이의 공백' 이 더 눈에 밟혔습니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의 결과는 좋습니다. 그러면 약을 끊으면? 유지는? 약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은? 그 질문들이 저를 창업의 자리로 이끌었습니다.


2026년 2월 25일, 하나의 연구가 모든 것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실린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의 연구입니다.

미국 재향군인부(VA)의 Million Veteran Program — 세계에서 가장 큰 의료 데이터베이스 중 하나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에서 2형 당뇨병(Type 2 Diabetes Mellitus) 환자 98,261명을 12년(2011~2023) 동안 추적했습니다.

측정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①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 GLP-1 RA) 복용 여부

② 8가지 건강한 생활습관 준수 정도

8가지 건강 습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질 높은 식단 / � 규칙적인 운동 / � 금연 / � 충분한 수면 /� 절주 / � 스트레스 관리 / � 사회적 연결과 지지 / �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없음


결과 지표는 주요 심혈관 사건(MACE: Major Adverse Cardiovascular Events) — 심근경색·뇌졸중·심혈관 사망이었습니다.


세 개의 숫자가 시장 전체를 설명합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시나리오 1️⃣ — GLP-1 약만 복용한 그룹 : 심혈관 사건 위험 16% 감소

시나리오 2️⃣ — 8가지 건강 습관을 모두 지킨 그룹 : 심혈관 사건 위험 60% 감소

시나리오 3️⃣ — GLP-1 약 + 6~8가지 건강 습관을 함께한 그룹 :약도 없고 습관도 없는 그룹 대비 심혈관 사건 위험 43%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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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세 숫자를 처음 보았을 때 한 가지 생각만 들었습니다.

"이건 의학 논문이 아니라, 창업 아이템의 타당성 검증(Validation)이다."


창업자의 눈으로 읽으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보입니다

의사의 눈으로 보면 이 연구는 "생활습관 중재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그런데 창업자의 눈으로 보면, 이 연구는 엄청난 시장 공백(Market Gap) 을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현재 GLP-1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입니다.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에 이어 경구용 GLP-1(오포글리프론, orforglipron)까지 등장하면서, 앞으로 수백만 명이 이 약을 처방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연구가 말하는 건 무엇인가요?

"약만으로는 16%입니다. 나머지 27~44%는 생활습관이 채웁니다."

제약회사는 약을 팝니다. 의사는 처방을 씁니다.

그런데 처방 이후의 삶 — 수면, 스트레스, 관계, 식사 패턴 — 을 지속적으로 코칭하는 시스템은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보이는 시장 공백입니다.


왜 생활습관 코칭은 이렇게 어려울까요?

여기서 창업자로서 제가 가장 오래 고민한 부분이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7시간 자야 한다는 것.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는 것. 모릅니다? 다 압니다. 그런데 왜 안 될까요?

행동과학에서는 이것을 '의도-행동 간극(Intention-Behavior Gap)' 이라고 부릅니다. 지식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행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구조와 의미가 없어서입니다.

BJ Fogg의 행동 모델(Behavior = Motivation × Ability × Prompt)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헬스케어 앱은 Ability(기능) 는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Motivation(동기) 와 Prompt(적시적 자극) 이 약합니다.

우리가 AI 기반 코칭에서 집중하는 건 이 부분입니다. 단순히 "오늘 운동하세요" 알림이 아니라, 사용자가 왜 건강해지고 싶은지 — 그 가치(Value)와 연결된 코칭.

ACT(수용전념치료,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의 관점에서 보면, 건강 행동이 지속되려면 행동이 사람의 핵심 가치(core values) 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과 "내 아이와 오래 걷기 위해 운동하는 것" — 데이터가 아닌, 이야기가 행동을 만듭니다.


시장이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Harvard의 Frank Hu 교수는 논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약물 치료 시대가 와도 건강한 식단,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사회적 연결에 대한 공중보건적 투자는 여전히 필수적이다. 이것들은 약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증폭시킨다."


창업자로서 저는 이 문장을 이렇게 번역합니다:

"GLP-1이 보급될수록, 그 약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생활습관 코칭 인프라'의 수요는 더욱 커진다."

이건 제약 시장과 경쟁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GLP-1 약이 더 많이 팔릴수록, 우리의 시장은 커집니다. 약은 식욕을 억제할 수 있지만, 삶의 의미를 설계하지는 못합니다.

그게 우리의 영역입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

저는 이 연구 결과를 보면서 우리 제품 로드맵의 방향이 정확하다는 확신을 다시 한 번 얻었습니다.

BioNutrion이 설계하는 것은 단순한 건강 앱이 아닙니다.

GLP-1 복용자와 비복용자 모두를 위한 — "약 이후의 삶"을 코칭하는 통합 플랫폼입니다.

데이터가 제시한 3가지 핵심 영역이 우리 제품의 3개 축이기도 합니다:


① 영양(Nutrition) — 단순 칼로리 계산이 아닌, GLP-1 복용자에게 맞춘 단백질·미량 영양소 전략

② 행동(Behavior) — ACT/DBT 기반 동기 코칭, 수면·스트레스 관리 루틴 설계

③ 연결(Connection) — 혼자 하는 건강관리가 아닌, 커뮤니티 기반 지속성 확보


9만 8천 명이 12년 동안 보여준 데이터가 우리 제품의 타당성 검증(Proof of Concept)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치며 — 창업자는 '빈틈'을 먹고 삽니다

좋은 스타트업은 항상 '이미 작동하는 것의 빈틈' 에서 탄생합니다.

GLP-1은 작동합니다. 잘 작동합니다. 그런데 그 16%와 60%의 차이 — 약과 생활습관 사이의 27~44% 공백 — 그 빈틈이 바로 우리가 채워야 할 자리입니다.

약은 식욕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내일 다시 일어나 걷게 만드는 것, 스트레스 속에서도 좋은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 — 그건 여전히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기술로 지원하는 것이 BioNutrion의 미션입니다.

처방전은 시작입니다. 당신의 일상이 결말을 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일상 옆에 있겠습니다.


그림: 크리스티나의 세계 -by Andrew Wyeth

원문 링크: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dia/article/PIIS2213-8587(25)00395-X/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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