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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Oct 30. 2022

직장은 있는데 직업이 없습니다

"직장인들은, 다니는 직장은 있는데 직업은 없는 겁니다" 누가 그렇게 이야기했다. 공감을 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된다. 회사에서 나를 대체할 사람이 있는가. 있지 무조건 있지. 그래서 다들 상사 눈치 보는 거 아닌가? 예를 들어서 내가 피카소다. 그러면 회사에서 나만큼 개성 있는 그림을 그릴 사람, 즉 대체자가 없겠지만  난 그냥 김 과장이다. 이 세상에 김 과장은 많다. 없으면 김 대리를 과장으로 진급시키면 된다. 그리고 내가 직업이 있다면 굳이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실력 발휘가 되어야 하는데(다시 피카소 씨가 회사에 해고를 당해도 화가라는 직업까지 회사에 놓고 오는 것은 아니라서 계속 밥벌이가 된다) 내가 가진 역량과 실력은 직장 내에서만 유효한 것이고 직장을 나오면 실력이라고 할 것이 없어진다. 실력이라고 하면 결국 ‘회사 안 인맥’, ‘회사의 프로세스’, ‘선호하는 보고서 양식’, ‘사업의 이해’ 같은 게 되겠지. 결국 다시 실력을 발휘하려면 비슷한 직장을 구해야 한다. 


그렇다. 우리는 직업이 없다. 기술이 없다.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조금 배신감이 든다. 회사에 말고 이 사회가 원망스럽다. 


반항도 한번 하지 않고 진짜 말 잘 들었다. 학교 가라면 학교 가고, 야자(‘야간 자율학습’의 줄임말, 그리고 보니 우리 때도 줄임말이 있었네) 하라면 야자도 하고, 참았다가 대학 가서 놀라고 해서 진짜 실컷 놀았고, 군대 가래서 갔다 왔고, 취업하라 해서 했다. 그야말로 내 인생은 스탠더드 그 자체였다. 아니 나만 그런가. 이 회사에 있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렇다. 그런데 이게 뭔가. 기껏 된 것이 ‘급여생활자’라니, 배신감이 밀려온다. 결국 이사회의 커리큘럼은 나 같은 ‘급여생활자’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나. 중간에 "이거 별론데?" 하며 벗어난 친구들이 서태지가 되고 패션왕이 되는 경우를 보았을 때, 내가 밟아온 이 모든 과정은 확실히 월급으로 먹고사는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세스가 분명하다. 


뭐 어쨌든 상관없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내가 잡혀왔구나' 하는 걸 알았으니까 배신감이건 뭐건 "아, 내가 산딸기 따러 안 간다니까 괜히 산에 와서 이게 뭐야 너 때문에 잡혀왔잖아" 하며 남 탓하는 건 루저나 하는 짓. 나는 지금부터 직업을 가지면 된다. 아니 직업이건 뭐건 간에 ‘지속 가능한’ 돈벌이가 있으면 된다(그게 그 말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돈이 되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야 할 거 같다. 생각해 보면 이런 시도는 늘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도 취미를 가져볼까? 기왕이면 돈 되는 취미면 좋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시나리오 쓰기나, 웹 소설, 그리고 드라마 작가 스터디까지 홍대에서 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꾸준히 뭔가를 창작하는 것에 계속 도전을 해왔던 셈이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나는 내가 창작한 것을 누군가 봐주는 것을 좋아한다. '창작' 그것으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았고 이제 전략이나 꾸준히 실행하는 힘이 필요했다. 그즈음 자기 계발서에 빠져서 이북 리더기로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보였다.


루틴을 만들고 출근 시간과 같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계획을 세웠다. 브런치나 인스타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기로 하고 사용방법을 익혔다(다행스럽게 유튜브에는 자기의 노하우를 무료로 방출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마음만 먹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쉽게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아직 성과는 미약 하지만 지금은 계속 쌓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하고 있다. 아니, 하다못해 치킨을 팔더라도 한 1년에서 2년은 전략과 계획을 수정해가며 계속 노력을 해야 손익분기점을 넘는 순간이 오지 않는가. 내가 지금 쌓고 있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부터 직업을 만들고자 한다. 기술을 익혀서 언제 어디서나 밥벌이가 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물론 지금 계약된 직장에서도 열심히 해야 한다. 어쨌든 내가 생활의 기반을 만들게 해 준 안정적이고 좋은 곳이다. 내 몫은 분명히 해서 유지를 해야 한다. 언젠가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에게 누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회사원의 장점은 안정된 급여고 단점은 큰돈이 안된다는 것이고, 프리랜서의 장점은 가끔 큰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단점은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쪽 단점을 저쪽에서 커버하는 식으로 하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는 것. 공감이 된다. 회사와 계약된 시간 외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기술을 연마하고 직업을 갖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진작부터 직업을 가지지 못했다. 스스로 사냥하는 법을 잊은 채 학교나 군대나 회사를 그저 ‘다니기’만 했다. 이제는 사냥하는 기술을 익혀서 세상에 나가야 한다. 나의 시간을 오롯이 내가 전부 지배하고 경영할 수 있어야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돈벌이가 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공항철도를 타고 출근했었지’ 하며 추억하는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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