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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May 25. 2023

남들 망한 이야기가 재밌다

최근 브런치에서 스마트 스토어를 하다가 망한 썰을 주제로 글이 올라왔길래 클릭을 했다. 궁금했다. 왜 망했는지. 1화를 읽고 구독을 누르고 알림을 설정했다.


희한하다.


많은 글 중에 왜 그게 끌렸을까.


그러고 보면 최근 브런치에서 인기 있는 작품들에 공통점이 있다. 이혼, 퇴사, 질병과 같이 망하거나 망친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선 우리 뇌는 원시인 상태에서 크게 진화하지 못했다는 전제로 생각해 본다. 인간은 생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에 민첩하게 반응한다. 천적이나 날씨나 장애물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있다면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고 기억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이혼을 했거나 퇴사를 당했다는 정보는 나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필요한 정보라는 것을 뇌가 생각해 낸 것이다.


누가 성공을 했다거나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관심이 없다.


“아우 됐어 그런 뻔한 소리” 취급한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 죽었다거나 망했거나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는 ‘아, 진짜? 대에박 왜 왜 왜 그랬대?‘ 하며 귀를 쫑긋 세운다.


왜 망했는가, 왜 이혼을 했는가, 왜 죽었는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서 혹시 모를 위기에 대처하려는 본능. 그래서 사람들은 타인이 성공한 이야기 보다 망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또 다른 원인은 상대적 안정감이다.


그는 이혼을 했지만 나는 아무튼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퇴사를 했지만 나는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다. 이렇게 비교하며 안정감이나 자존감을 느끼기 위한 것.


그러고 보면 최고의 위로는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혹은 ‘나보다 더한 사람이 있구나’인 것 같기도 하다. ‘다 잘 될 거야’, ‘힘내자’식 위로는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도 그래’, ‘나는 더해’가 조금 더 위로가 된다.


타인의 불행에 위로를 받고 흥미를 가지는 이유.


결론을 내려 본다면 이렇다.


‘아이고 어쩌누’ 하는 인류애든, 위험한 상황에 대한 정보 수집이든, ‘내가 낫네’ 하는 안도감이든, 뭐든지 간에 어쨌든 인간에게는 타인의 불행에 관심을 가지는 본능이 분명히 있다.


어쩌면 우리가 즐기는 영화, 드라마, 소설, 연극이 다 그런 본능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모든 스토리에는 ’갈등‘이라는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일 수 있다.


그렇다. 사람은 타인의 불행에 호기심을 가지고 결말을 궁금해한다.


왜 그런지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그런 거 같다.  


고로,


그런 류의 에세이를 쓰면 인기를 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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