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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Jun 08. 2023

나는 즐겁기 위해 산다

책에서 재밌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이런 예를 든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유언을 남기셨는데 특수 제작된 팔찌를 끼고 거기에 나오는 숫자가 항상 7 이상이 되게 유지하면 거액의 유산을 상속하겠다는 것이다. 그 팔찌는 착용한 사람의 기분 상태를 알 수 있도록 개발된 것으로 기분이 가장 좋을 때는 10, 최악인 경우에는 1로 표시가 된다.


그러니까 항상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라는 의미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생각해 보기로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퇴사다. 자유 없이 기분이 좋을 수 없다. 기회는 한 번뿐. 거액의 유산을 위해서라면 회사 연봉쯤이야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 퇴사를 하고 나면 시간이 많이 생길 텐데 집에서 빈둥빈둥 있으면 안 된다. 기분이 좋으려면 뭔갈 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은지를 빨리 생각해 내야 한다.


기분이 좋다는 것은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과 같다. 일시적이고 자극이 있는 쾌락과는 차이가 있다. 일단 하루 계획표를 짠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야외 조깅을 하기로 한다. 새벽에 문을 나설 때 첫 번째 만족감이 찾아온다. ‘아, 계획대로 나오긴 했네’. 그리고 달리는 동안 내 모습에 다시 한번 만족감을 느낀다. ‘역시 나는 의지가 강한 사람’ 하며 자신을 칭찬한다. 조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한다. 시원한 물줄기에 내 몸을 적시니 기분이 좋다. 샤워를 마치고 커피를 한잔 내린다. 여기까지 계속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니 게으른 내 몸과 이성을 이겼다는 성취감도 생긴다. 곧바로 그다음을 준비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플레이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 글쓰기라 친다면, 어제에 이어서 오늘 할 몫을 써 내려간다. 고민도 되고 글이 잘 안 풀릴 때는 짜증도 나지만 팔찌에 지표가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 적어도 이것은 기분이 나쁜 일은 아니니까.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30분 정도 낮잠을 잔다.


개운한 낮잠 후에 스트레칭을 하고 명상을 시작한다. 기분 좋은 생각을 한다.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한다. 대단하고 멋진 나를 상상한다. 절대로 상상력이 걱정하는 마음이나 분노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다음 또다시 재미있는 활동을 찾아야 한다. 해가 좋은 날이니 밖으로 나가기로 한다. 산책을 하고 간단한 스포츠를 즐긴다. 집으로 돌아와 건강한 요리를 한다. 속이 편해야 먹고 나서도 기분 좋은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다. 아까 막혔던 부분을 시원하게 뚫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거침없이 써 내려가다 보니 벌써 시간이 늦었다. 잘 준비를 한다. 몸이 피곤해지면 기분이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넉넉히 하루 8시간 취침시간은 꼭 채우도록 한다.


다시 아침, 새벽운동을 시작한다.


오늘은 평소에 좋아하던 사람들과 만나기로 되어 있다.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 좋은 느낌을 오래 자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들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다. 그중에 자극이나 일시적인 쾌락이 있는데 이것들은 만족감을 오래 유지되지 못하게 한다. 일시적으로 왔다가 금방 사라지는 휘발성이 강한 것들이고 쾌락이 떠난 자리는 불쾌함을 남긴다. 그리고 그 불쾌함을 없애기 위해 다시 자극을 찾게 되는 구조인데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더 강한 자극을 구하게 되고 자극이 떠난 자리에는 더욱 기분 나쁜 기분이 오래 머물게 된다. 그래서 일시적인 자극에 의한 쾌락에 의존하고 있다면 그것부터 치워야 한다.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들을 제거했다면 그다음은 기분을 좋게 하는 장치를 내 삶 곳곳에 많이 배치를 해야 한다. 좋아하는 음악, 건강한 음식, 유쾌한 사람들, 흥미로운 경험, 충분한 휴식, 몰입할 수 있는 일. 그리고 그것을 루틴으로 만드는 작업까지 끝내고 나면 나는 앞으로 쭉 기분 좋은 삶을 살 수가 있다. 순간순간 나를 찾아오는 불행의 공격에 잠시 흔들리지 언정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루틴 덕에 오뚝이처럼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기분 좋은 느낌을 자주, 많이 느끼며 사는 것.


그게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존 크럼볼츠, 라이언 바비노 공저의 ‘빠르게 실패하기’를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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