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을 바꾸러 은행에 가다
동전을 무시하지 마라
최근 딸이 많이 변했다
아무 데도 안 가고 싶어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하던 아이가
같이 운동하러 가자고 했다
동전을 바꾸러 은행에 들를 계획이었기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한 후
은행이 닫기 전에 동전을 바꾸고
옆에 있는 홈플에서 장을 보고
체육관에 가기로 했다
내비 없이 차를 몰고
홈플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길을 건너 은행에 가서
동전 기계에 동전을 쏟아부었다
제일 많은 백 원짜리부터 시작해서
돈이 되는 오백 원짜리
얇은 오십 원짜리
보잘것 없는 십원 짜리까지 다 부었다
동전 꾸러미가 든 상자를 들고
무통장 입금서를 적고
창구에 갔더니
은행 직원이 귀찮은 기색 없이 돈을 세었다
곧 입금 243,740원이라는 문자가 떴다
지난달 관리비 출금은 277,340원이었다
동전이 귀찮다고
무겁다고
보잘것없다고
괄시 말아라:
동전이 모여
한 달 관리비도 되고
학자금도 되고
불우이웃 성금도 되고
여행 자금도 된다
체육관으로 가는 차 안에서
딸이 243,740원이라는 큰돈에 놀라워했다
그중의 사분의 일은 본인의 돈이라고
동전을 분류한 것도 본인이라고
넌지시 말했지만
차마 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최근 우리는 많은 일을 같이 하며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강해지고 있다
모여 있으면 더 힘 있는
동전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