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세상은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감사의 대상이다

by 레잇 블루머


망한 뒤에야 보이는 풍경이 있다.


배송차를 몰고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나만 빼고 세상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


마치 세상이라는 천국 속에,

나만 홀로 지옥에 있는 느낌.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닐 것이다.

그저 내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운전하는 내내, 계단을 오르는 내내

입에서는 한숨만 흘러나왔다.

배송일은 정말 힘들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무게를 결코 모를 것이다.


몸과 마음이 점점 무너져가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삶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절실한 행복인지,

알까?


나는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내 기본값은 항상

세상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었다.


가난하게 태어났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누구 하나 등을 내어주는 이 없는 삶이었다.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렸지만,

여러 가지 사정들로 늘 팍팍한 삶을 살아야 했다.

회사에서는 승진이 막히고,

가정에서는 늘 돈이 부족했다.


나는 언제나

불공평한 조직을,

세상을,

운명을,

원망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야 깨닫는다.

그 삶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삶이었는지를.

망해본 지금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실패한 인생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모든 평범했던 날들이,

얼마나 귀한 축복이었는지를.


당신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당신에게 세상은 원망의 대상인가?

아니면 감사의 대상인가?


나는 한때,

해당 업계의 글로벌 TOP5 안에 드는 회사에 다녔다.

환경은 쾌적했고,

복지도 훌륭했고,

급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내가 주로 본 것은

끝없는 경쟁과 부서 간의 다툼,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의 불만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고된 노동 현장에서 새롭게 본 것은 이것이다.


"내가 힘들면, 다른 사람도 힘들다."

"서로 도와야 한다."

“사고 날 수 있으니 절대 서두르지 마라.”


정직원도 아닌 외부업체 일당 기사인 나에게조차,

마트 직원들은 따뜻한 배려를 베풀어주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디에 행복이 있을까?


나는 이제 알겠다.

행복은 감사함 속에 있다는 것을.


내게 주어진 것들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

보이지 않는 눈물이 스며 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시 지금,

삶에 불만족하고 있다면,


당신보다 더 힘든 일을 하고 있는 현장을

딱 하루만이라도 경험해 보길 바란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급 아파트와 낡은 다세대 주택이 나뉘는

골목에서 하루만 서 있어 보길 권한다.


당신이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일 것이다.


나는 잘 나가던 회사를 나와,

사업에 실패하고,

망한 사람이 되었다.


지금은 이력서를 내도,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기초적인 알바 자리조차 구하기 힘들어,

프리랜서 배달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더 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무엇보다 먼저,

지금 자신이 가진 것들에 감사해 보라.


당신이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당신의 노력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노고와 희생이 있었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

지금의 자리를 너무 가볍게 보지 않길 바란다.


망해본 자의 말이다.

세상은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감사의 대상이다.


그것이 지금, 내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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