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저작권 글 공모전
손민수하다 : 손민수는 '치즈 인 더 트랩'이라는 웹툰에 등장하는 인물로 극 중에서 여주인공의 머리 스타일, 착장, 말투나 행동 등 모든 것을 따라 하는 인물이다. 웹툰이 흥행함과 동시에 손민수도 유명해져서 다른 이를 베끼고 무조건적으로 모방하는 것을 '손민수 하다'라고 표현하는 신조어가 생겼다.
살면서 우리는 손민수가 되기도, 손민수를 당하기도 한다. 특히 여자들은 손민수 하는 것이 꽤 흔한 일이다. 친구끼리 비슷한 스타일을 따라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아이템을 사며 자기 취향을 찾기도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최근에 친한 동생에게 제대로 손민수를 당하고 나서 남을 모방하는 것, 더 나아가 '개인의 저작권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14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은 내게 퇴사 기념으로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어 했다. 설레는 맘으로 며칠을 고민하며 아주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샤O 가방을 골랐다. 고가의 명품 가방이라 수십 번은 고민하며 남편에게 정말 괜찮은지, 예산초과는 아닌지, 확인의 확인을 거듭하며 고른 선물이었다. 가방을 선물 받고 좋아서 한동안은 아침에 일어나면 가방의 안위부터 챙길 정도였다. 마침, 연말이라 모임에 들고나가니 친한 동생이 잘 어울린다며 칭찬과 축하를 해주며 가방 착장 사진도 여러 장 찍어줬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며 아끼던 가방이었는데.... 얼마 전 그 동생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으며 말 못 할 속상함이 생겼다. 일부러 살 생각은 아니었는데 마침 매장에 갔다가 재고가 있어 나와 똑같은 가방을 사게 됐다며, 동생은 “언니 제가 같은 것 사서 기분 나쁘건 아니죠?” 하는 것이었다. 보통 이런 질문을 할 땐 질문자도 답을 알고 있다. 당연히 상대방이 기분이 나쁘리라는 걸.
나도 그랬다. “괜찮아”라고 말은 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단순히 내가 입은 옷이나 운동화를 따라 산 게 아니었다. 나에겐 큰 의미가 있는 선물이자, 많은 시간을 공들여 고민하고 찾은 나의 취향을 순식간에 뺏긴 느낌이었다. 게다가 나는 비싸서 오랜 시간 고민한 그 가방을 너무나 태연하게 매장에 재고가 있어서 샀다는 그 말까지도 내 마음을 휘저어 놓았다.
아끼는 물건을 따라 산 것도 이런 기분인데, 하물며 내가 공들여 만든 작품을 손민수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며 나에게도 내가 만든 작품이라는 것이 생겼다. A4 한두 장 분량의 글을 쓰는 데도 하루 종일 소재를 고민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다가도 불을 켜서 메모를 하고, 글이 안 풀릴 땐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한다. 글이 완성되면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를 낳아, 씻기고 먹이고 입혀 예쁜 모습으로 길러내 마침내 세상에 내보낼 때와 같은 뿌듯함을 느낀다. 작은 분량의 글이지만 세상에 없던 글이 나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나에겐 그 글이 애정과 자부심, 그 자체인 것이다. 누군가 창작한 모든 작품이 그럴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온전한 나만의 것. 내가 살아온 인생이 담긴 나의 취향과 노력과 철학이 들어간 작품.
그런 작품을 고민 없이 손민수 한다는 것은 법적 차원을 벗어나서도 도의적으로 도리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인격'의 발현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초 이념으로 만들어진 법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작품을 존중하는 것, 한 사람의 취향과 노력과 철학을 존중하는 것,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인생을 존중하는 것. 우리는 이러한 존중의 기본권을 위해 저작권법, 즉 손민수 금지법을 엄수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