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연봉협상, 그리고 연봉제>

by 성대진

○과거 멜로드라마가 드라마의 대세인 시절과 비교하면 최근 드라마의 소재가 다양화되는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입니다. 세계로 향하는 K-드라마의 경쟁력은 소재의 다양성과 실험적인 플롯의 도입이 그 시작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이색적인 소재의 드라마인 ‘스토브리그’가 야구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습니다. 프로야구단과 그 단장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 자체는 이미 헐리우드에서 시작했습니다. 과거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브래드 피트가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중후하게 변신하면서 선보인 영화 ‘머니볼’이 바로 그것입니다.



○‘머니볼’이 인기를 누린 비결은 당시 가난하고 성적도 나쁜 구단의 대명사였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경쟁력을 지닌 팀으로 변신하게 만든 빌리 빈 단장의 실화를 소재로 했기 때문입니다. 마침 빌리 빈 단장이 활약했던 시기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을 하면서 국내팬들에게 메이저리그의 진가를 맛보던 시기였기에, 열성팬들을 중심으로 빌리 빈의 활약이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하면서 당시 빌리 빈 단장이 일군 선수들로부터 원없이 두들겨 맞으면서 빌리 빈의 괴력을 체감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머니볼’과 유사하게 프로야구단의 단장이 주인공이 되어서 빌리 빈처럼 꼴찌팀의 반란을 도모하는 스토리가 신선했습니다. 묘하게도 단장 백승수가 속한 ‘재송 드림즈’의 유니폼도 유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dRbqdND9OI

○백승수 단장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순간은 단연 연봉협상의 시간입니다. 드라마 제목이기도 한 스토브리그란 메이저리그에서 겨울철 스토브를 두고 연봉협상을 하는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러니까 현실은 물론 드라마에서도 연봉협상이 드라마틱하다는 점을 전제로 이 드라마가 출발한 것입니다. ‘스토브리그’의 드라마적 재미는 연봉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하여 구단과 선수들 간의 신경전, 그리고 재정을 뒷받침하는 모기업의 움직임 등이 긴박한 점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수들의 사소한 곳까지 연봉협상의 지렛대로 쓰는 장면 하나 하나가 실제와 유사하다는 것이 현직 단장들의 고백이 이어지면서 드라마의 리얼리티의 승리라 보는 시청자들의 연호가 이어졌습니다.



○‘스토브리그’에서 연봉의 관건은 단연 성적입니다. 그런데 성적과 더불어 백승수 단장과 구단이 제시하는 것은 공헌도입니다. 야구가 단체스포츠이므로, 홀로 성적을 낼 수 없으며 동시에 팀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을 고려한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를 기업에 그대로 대입해도 동일합니다. 묘하게도 미국 프로야구의 연봉제가 국내에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의 연봉제가 본격적으로 화두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본래 기업의 연봉제시스템은 프로야구단과 동일하게 성적과 공헌도입니다. 대법원 판례도 ‘학교법인이 교원에 대하여 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하기 위하여 정관이나 교원보수규정 등에서 마련한 교원실적에 대한 평가항목과 기준이 사립학교법 등 교원의 인사나 보수에 관한 법령 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강행규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어 교원의 보수 결정에 관한 학교법인의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 평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평가항목과 기준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함부로 무효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다207854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여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연봉제의 핵심은 호봉제와는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연봉의 감액도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와 달리 근로자의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변경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대법원은 연봉제로의 전환이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에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변경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종전 취업규칙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라고 일련의 판결에서 그 법리를 전개했습니다. 기업의 현실에서는 연봉제는 전년도의 성과를 반영하되, 감액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호봉제가 반영되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쉽게 허용하는 점 등은 본래적 취지의 연봉제와는 맞지 아니합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연봉제를 새롭게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일부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