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 가가?
우스갯소리로 경상도 사투리의 의미를 찾는 퀴즈로 종종 쓰는 문제가 바로 ‘가가 가가?’입니다. 여기저기 구비로 전해진 ‘가가(그 사람이) 가가(그 사람이냐)?’는 비경상도 지역에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다음 TV문학관의 ‘봄봄’ 편에서 나온 박준금은 동안의 까도녀의 대명사인 박준금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 아예 다른 사람처럼 보입니다. 순수문학을 널리 알리는 차원에서 1980년대 KBS에서 오랜 기간 제작한 TV문학관은 그 시절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는 영상문학 그 자체였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TV문학관 시리즈는 무수히 보고 또 봤습니다.
수채화 같은 깔끔하고 정갈한 영상미는 눈이 호강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영상이 수려해도 배우가 받쳐주지 않으면 낙제점입니다. ‘봄봄’ 편에 등장하는 박준금은 소박한 시골처녀 그 자체입니다. 요즘 말로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해도 무방할 수준입니다. 그런데 박준금은 그 시절 에이스는 아니었습니다.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 트로이카가 광풍을 일으키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그 이후 등장한 김영애, 원미경, 이미숙 등의 위세에 밀린 배우였습니다. 실은 TV문학관 같은 단막극은 주로 조연이나 주조연급 배우가 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에이스는 ‘돈이 되는’ 주말드라마나 일일드라마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그 시절의 관행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AY6INhsOc0
박준금이 열연한 ‘봄봄’은 우연히 본방으로 봤습니다. 1983년 제가 막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성에 눈이 뜰 무렵에 본 작품인지라 주연 여배우 박준금이 당연히 가슴에 꽂혔습니다. 저렇게나 순수하고 티없이 맑은 여자가 마누라가 되었다면, 하는 막연한 바람이 진하게 끓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여배우의 이름은 당시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드라마 중간에 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시절 TV문학관은 재방송을 잘 안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재방송을 해도 못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튼 순수하게 맑은 인상적인 배우를 잊고 살다가 2026년이 되어서야 문제의 여배우가 바로 박준금인 것을 알고 기절초풍했습니다. 도무지 현재의 박준금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그냥 넘겼지만, 상대역의 김진태는 1980년대 중반 이후 토속에로물 전문배우로 등극했기에 지금 보니까 뭔가 어색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시절을 기준으로도 만 30이 넘어서 뭔가 아재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박준금은 20대 초반이지만 뭔가 사춘기 소녀 감성이 물씬 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아무튼 그렇게나 인상적인 장면이 이어졌던 ‘봄봄’을 무려 40년이 넘어서 보게 되니 그저 감개가 무량합니다. 세월이 지난 탓인지 장인 역의 이신재, 동네 청년 역의 서영진은 이제 고인이 되었습니다. 이신재는 노안이기에 젊어서도 노인 전문 배우로 활약하였고, 서영진은 단막극 전문배우로 활약을 했습니다. 두 분 모두 연기력이 출중한 분인데,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그 시절 풋풋한 미모의 박준금을 감상하게 시청자에게 큰 선물을 준 KBS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