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신이 직접 이은 사람이 있고, 원숭이로부터 진화가 된 사람이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은 신이 지은 사람들이지만, 지구상의 일부 사람은 원숭이로부터 진화가 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어요. 원숭이로부터 진화된 사람들은 뇌의 능력이 아주 발달한 몇 안 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바로 아저씨 앞에 있어요.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머리 안의 뇌는 무한한 진화 능력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여러분들의 뇌를 이용하면 여러분들은 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멸망시킬 수도 있어요."
오타와 아이들은 평화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기분이 좋아졌지만 멸망이란 말이 나왔을 때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저씨는 여러분들이 평화를 만들기를 기대하지만, 일본은 과거에 전쟁을 일으키고 많은 사람들을 죽인 경험이 있는 나라이고, 여러분들은 그런 선조들로부터 태어났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도 선조들의 나쁜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어요. 여러분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나쁜 악성이 발휘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 악성이 발휘될 거예요."
"이곳에서 나가게 해 주세요."
"오타군, 아저씨는 아직 아저씨가 할 말이 안 끝났어요. 그러니 얌전하게 굴어요."
금발의 남자는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오타를 진정시켰다. 오타의 옆에 있는 소녀는 상황이 무서웠는지 작게 흐느껴 울고 있었다.
"아저씨가 병을 치료해 준다고 해서 우리를 이곳에 데려온 거잖아요. 그런데 우릴 어떻게 하려는 거죠?"
"최종적으로 너희들을 죽여야만 해요. 그래야 먼 미래에 세상이 평화로울테니까요. 하지만 쉽게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이미 사람들에게 너희들을 구해달라는 요청은 보냈어요. 사람들의 태도에 달려 있어요. 자, 여기 TV를 봐봐요."
금발의 남자가 TV 리모컨을 누르자, 천장에 달려 있는 TV에서 서울올림픽 유도 경기가 방송되고 있었고, 화면의 아래에는 ‘긴급속보’와 함께 굵은 색 자막이 나왔다.
'두 명의 일본 초등학생 소년 소녀가 인질로 감금 중. 범인은 지금 서울 올림픽 유도 결승 경기를 멈추지 않으면 두 아이를 죽인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냄.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IOC의원회에 유도 경기의 임시 중단을 요청했지만, 검토를 해보겠다는 답변만 받고 있음.'
"아저씨는, 방금 TV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상의 어른들에게 메시지를 전했어요."
올림픽 유도 결승전은 계속 진행이 되었고, 마침내 일본의 이시하라가 금메달을 땄고, 이시하라는 금메달을 따고 곧바로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제가 금메달을 딴 것은, 땀과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도 반드시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일본 언론은 인질에게 납치된 두 아이의 안전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가 없고, 이시하라의 금메달 획득에 대해서만 집중 보도를 했다.
"세상 사람들은 이렇다니까요. 두 어린아이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군요. 그럼 약속대로 영원히 우리 두 꼬마 친구들의 병을 치료해 줄게요."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교실의 천장 배기구에서 가스가 새어 나왔고, 오타는 눈을 감았다….그리고 잠시 뒤 플래시가 터지고 귓가에 큰 목소리가 들렸다.
"꼬마야 눈을 떠!"
눈을 떠보니 경찰들과 검은 옷을 입은 특수 기동대가 보였고 구급차가 와서 시체 한 구를 운반하고 있었다. 흰 천으로 덮인 운반대에는 금발의 머리카락이 삐져나와 있었다. 카메라의 플래시는 아이들을 향해 터지고 기자들의 마이크가 오타와 소녀의 입 근처에 와 있었다.
"저리 비켜요, 아이들한테 이러지 말아요. 아이들을 가만 놔둬요.”
할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오타야, 다행이다 살았구나"
"할아버지..."
오타는 할아버지를 보자 쌓였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할아버지는 오타를 안아주고 어깨를 토닥토닥 가려주었다.
[현재]
"이제 다 완성이 됐어요."
챈들러는 철인 28호가 그려진 셔츠를 입은 소년의 얼굴에 눈을 그렸고, 오른쪽 눈을 더 섬세하게 스케치했다.
"오른쪽 눈 위에 상처가 있었던 거 같아요.”
완성되고 있는 소년의 오른쪽 눈을 보면서 머리카락에 덮인 오른쪽 눈 위를 손으로 만져봤다. 2cm 정도의 꿰맨 상처가 또렷하게 짚혔다.
(저 그림은 나야....)
캔버스 위에 그려진 소년의 표정은 공포에 휩싸여 있었지만, 챈들러는 완성되어 가는 소년의 모습에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챈들러, 당신은….악..마야“
오타의 급변한 태도에 챈들러의 안색이 차가워졌다.
"오타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오타는 보란 듯이 오른쪽 눈 위로 내려간 긴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이 상처가 뭔지 알아?"
챈들러는 방금 자신이 완성한 소년의 오른쪽 눈 위의 상처와 눈앞에 있는 오타의 눈 위에 있는 상처를 번갈아 바라봤다.
"내 그림의 소년의 상처와 당신의 상처가 비슷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왜 이런 그림을 그린거지? “
"그건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야. 난 네 그림을 보고 기억났어. 네가 나와 소녀를 납치해서 죽이려고 했어. 다행히도 실패로 끝났고 너는 그 자리에서 도망을 치지도 못하고 가스를 마셔서 죽어 버렸지. 그 당시 서울 올림픽 유도 경기가 결승전이 열리고 있었던 때였어. 이렇게까지 설명하면 기억이 안 나나?"
“잘 모르겠어요. 내가 사람을 죽이려 다니요, 그것도 아이들을, 기억이 안 나요 “
(이 녀석, 전혀 기억을 못 하고 있어)
탁/탁/
챈들러의 작업실 밖에서 누군가 물건을 놓고 가는 소리가 들리자 챈들러는 문을 열고 바닥에 놓인 물건을 확인했다. 비닐팩에 담긴 비디오테이프였다.
오타는 비디오테이프를 낚아채서 작업실 장식장에 있는 VTR에 테이프를 넣어 재생버튼을 눌렀다.
비디오가 재생이 되면서, 금발의 남자가 출현하고 금발의 남자는 대형 가스실에서 사람들을 향해 가스를 발사하고,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꺼…끄라고….”
“누가 이 비디오테이프를 보낸 건지 모르겠지만, 너의 본색을 보니 어때? “
“저게 나일 리가 없어.. 이건 조작이야.. 나는 눈처럼 깨끗한 삶을 살았어..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 저건 내가 아니야…“
‘챈들러씨, 영상을 무사히 시청하셨군요. 과거의 영상을 시청하니 어떤가요? 감회가 새로우시죠. 당신이 저질렀던 죄들을 심판할 안내자가 도착할 겁니다. 잠시동안 당신이 누렸던 행복한 시간도 끝이겠군요. 우리가 내릴 형벌은 사람의 죄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영원한 고통이라는 것입니다. 고통에 끝이 존재한다는 것은 진짜 고통이 아니거든요. 끝이 없는 고통이 진정한 고통이죠. 자 들어보시죠. 고통의 소리를!!’
(김범의 집에서 봤던 비디오테이프의 내영과 후반부가 똑같아..)
챈들러는 자신의 죄가 드디어 기억이 났는지, 오타의 눈을 보며 죄책감에 휩싸여 두 눈을 양손으로 가리고 주저앉아 버렸다.
“제길..녀석들이 나를 잡으러 다가오고 있어..”
오타는 챈들러를 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고, 챈들러가 도착한 곳은 붉은 강의 입구였다. 붉은 강의 입구에는 ‘출입금지’라고 쓰인 팻말이 있고, 사람들이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펜스가 쳐져 있었다. 챈들러는 펜스를 넘어 붉은 강을 향해 뛰어갔다. 오타도 말로만 듣던 붉은 강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챈들러를 따라 펜스를 넘어갔다. 눈앞에 펼쳐진 붉은 강은 힘찬 물살과 함께 절벽 아래에서 거세게 흐르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는 지면을 통해 올라와서 금세 발바닥이 뜨거워졌다. 챈들러는 불안하게도 붉은 강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앞까지 가서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 띄어 내리려는 건 아니겠지?"
“녀석들이 나를 심판하러 올 거야..”
"챈들러, 기다려…”
“널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챈들러는 붉은 강을 향해 몸을 힘껏 던졌다. 붉은 강에 기포를 만들려 가라앉으면서 비명을 질렀고, 물줄기에 휩쓸려 가면서도 비명은 지속되었다. 붉은강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참지 못한 오타는 ‘출입금지’ 팻말이 붙여진 곳까지 다시 뛰어왔고, 멀리서 보이는 세차게 흐르는 붉은강의 압도적인 힘에 덜컥 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