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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 추위

by 구스띠모


몽골의 추위는 사람 사이도 갈라놓을 정도로 춥다는 표현이 알맞을 것 같다. 여행을 가기 전, 누군가 몽골은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100% 믿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루에 사계절이 존재할 수 있냐며.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사계절 중에서도 극단적인 사계절이다. 어느 때는 얼음장처럼 추웠다가 어느 때는 반팔을 입고 다니는 곳. 도대체 몽골의 날씨는 왜 이리 변덕스러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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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추위(?)는 단연 하르노르 숙소, 그리고 울란바토르 숙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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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 숙소는 히터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위에 몸을 떨며 잠에 들었던 그 곳이다. 이불을 세 개나 덮어도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한기 덕분에 얼굴까지 이불에 파묻었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는 바로 하르노르 숙소. 게르 내부에 화로가 있었지만 난로가 새벽이 되면 꺼졌다. 첫 날 밤은 화로가 새벽 늦게 꺼져 죽을 만큼 괴롭진 않았는데, 둘째 날 밤 일이 터졌다. 우리는 절대 화로를 가만두지 않겠다며 장작이란 장작은 다 넣은 채로 잠에 들었는데 새벽 3시쯤 내가 잠에서 깼으니 화로가 꺼진 건 새벽 2시-2시30분 즈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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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위에서 벗어나려면 몸이라도 일으켜 불을 다시 켰어야 했는데 너무 추워서 몸을 일으킬 수 조차 없었다. ‘추위 속에서 사람이 죽는다는 게 이런 말인가’라는 심정을 몸소 느꼈다. 몸이 굳은 채로 한참이 지나 해가 뜨기 시작했고, 주인아저씨는 우리의 방에 각각 들러 불을 다시 지펴주었다. 다시 달궈지는 방 안에서 몸을 살짝 녹이다가 7시에 예정된 아침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식당도 추운 건 매한가지였다. 하필이면 식당 안에 있는 난로도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안에서 벌벌 떨고만 있었다. 식당에 모인 건 나, 지아, 나무, 유진 넷이었다. 그런데 아침 7시가 지나도 아침이 나오질 않았다. 평소같았으면 20분이고 30분이고 기다리는 데 별 상관하지 않았을 사람들이지만 추워서 잔뜩 예민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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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나오질 않고, 준수랑 준열이는 보이스톡도 받지 않고 카톡을 아무리 보내도 답이 없었다. 애들이 종종 늦던 일이 있었지만, 원래라면 게르에 가서 직접 깨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날 따라 네 명 모두 예민한 컨디션에 준수와 준열이에게 화가 잔뜩 났다. 심지어 7시로 예정된 아침밥은 7시 40분이 되어서야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여 8시쯤 모든 아침밥이 다 나왔다. 우리가 화가 났던 건 이렇게 8시에 밥이 다 나올 거라면 따뜻하게 데워진 게르에서 조금이나마 눈을 붙이고 나왔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이나 늦게 나온 밥, 한 시간이나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 우리를 왜 이렇게 화나게 만들었는지. 추위가 사람을 이렇게나 예민하게 만든다는 것도 이 때 처음으로 느꼈다.


푸제는 우리보고 준수와 준열이를 깨워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우린 ‘알아서 오겠죠.’ 또는 ‘언제까지 깨워줘야 돼’라며 깨우지 않았다. 결국 주인아저씨가 깨워서 아침을 먹긴 했지만. 알고보니 준수랑 준열이네 방은 아주 후끈후끈해서 땀을 뻘뻘흘리면서 뜨겁게 잔 탓에 아침에 눈을 뜨지 못했다고 했다.


더 짜증났다.


그렇게 하르노르 호수와는 좋은 듯 좋지 않은 이별을 했다. 하필이면 왜 날씨가 그 모양이었을까, 우리가 갔을 때 왜 수도가 얼고 날이 흐리고 엄청나게 추웠을까 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 남았지만 지나고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일까. 저런 경험도 있었기에 지금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거고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는 거겠지. 뭐든 겪어보면 다 경험이 된다는 말이 맞는 말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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