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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스띠모 Nov 27. 2023

몽골 | 추위


몽골의 추위는 사람 사이도 갈라놓을 정도로 춥다는 표현이 알맞을 것 같다. 여행을 가기 전, 누군가 몽골은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100% 믿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루에 사계절이 존재할 수 있냐며.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사계절 중에서도 극단적인 사계절이다. 어느 때는 얼음장처럼 추웠다가 어느 때는 반팔을 입고 다니는 곳. 도대체 몽골의 날씨는 왜 이리 변덕스러운 걸까.

몽골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추위(?)는 단연 하르노르 숙소, 그리고 울란바토르 숙소였다.


울란바토르 숙소는 히터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위에 몸을 떨며 잠에 들었던 그 곳이다. 이불을 세 개나 덮어도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한기 덕분에 얼굴까지 이불에 파묻었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는 바로 하르노르 숙소. 게르 내부에 화로가 있었지만 난로가 새벽이 되면 꺼졌다. 첫 날 밤은 화로가 새벽 늦게 꺼져 죽을 만큼 괴롭진 않았는데, 둘째 날 밤 일이 터졌다. 우리는 절대 화로를 가만두지 않겠다며 장작이란 장작은 다 넣은 채로 잠에 들었는데 새벽 3시쯤 내가 잠에서 깼으니 화로가 꺼진 건 새벽 2시-2시30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이 추위에서 벗어나려면 몸이라도 일으켜 불을 다시 켰어야 했는데 너무 추워서 몸을 일으킬 수 조차 없었다. ‘추위 속에서 사람이 죽는다는 게 이런 말인가’라는 심정을 몸소 느꼈다. 몸이 굳은 채로 한참이 지나 해가 뜨기 시작했고, 주인아저씨는 우리의 방에 각각 들러 불을 다시 지펴주었다. 다시 달궈지는 방 안에서 몸을 살짝 녹이다가 7시에 예정된 아침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식당도 추운 건 매한가지였다. 하필이면 식당 안에 있는 난로도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안에서 벌벌 떨고만 있었다. 식당에 모인 건 나, 지아, 나무, 유진 넷이었다. 그런데 아침 7시가 지나도 아침이 나오질 않았다. 평소같았으면 20분이고 30분이고 기다리는 데 별 상관하지 않았을 사람들이지만 추워서 잔뜩 예민해진 상태였다. 

밥은 나오질 않고, 준수랑 준열이는 보이스톡도 받지 않고 카톡을 아무리 보내도 답이 없었다. 애들이 종종 늦던 일이 있었지만, 원래라면 게르에 가서 직접 깨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날 따라 네 명 모두 예민한 컨디션에 준수와 준열이에게 화가 잔뜩 났다. 심지어 7시로 예정된 아침밥은 7시 40분이 되어서야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여 8시쯤 모든 아침밥이 다 나왔다. 우리가 화가 났던 건 이렇게 8시에 밥이 다 나올 거라면 따뜻하게 데워진 게르에서 조금이나마 눈을 붙이고 나왔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이나 늦게 나온 밥, 한 시간이나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 우리를 왜 이렇게 화나게 만들었는지. 추위가 사람을 이렇게나 예민하게 만든다는 것도 이 때 처음으로 느꼈다.


푸제는 우리보고 준수와 준열이를 깨워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우린 ‘알아서 오겠죠.’ 또는 ‘언제까지 깨워줘야 돼’라며 깨우지 않았다. 결국 주인아저씨가 깨워서 아침을 먹긴 했지만. 알고보니 준수랑 준열이네 방은 아주 후끈후끈해서 땀을 뻘뻘흘리면서 뜨겁게 잔 탓에 아침에 눈을 뜨지 못했다고 했다.


더 짜증났다.


그렇게 하르노르 호수와는 좋은 듯 좋지 않은 이별을 했다. 하필이면 왜 날씨가 그 모양이었을까, 우리가 갔을 때 왜 수도가 얼고 날이 흐리고 엄청나게 추웠을까 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 남았지만 지나고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일까. 저런 경험도 있었기에 지금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거고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는 거겠지. 뭐든 겪어보면 다 경험이 된다는 말이 맞는 말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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