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겐 밥, 나는 늘 라면
요즘은 잠깐 외출만 해도 체력이 훅 떨어진다. 오늘도 기온은 30도, 체감은 35도.
오늘은 더위와 배고픔, 두 가지 전쟁이었다. 나는 평소 16:8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어서, 첫 끼는 12시쯤 먹는다. 몸은 지쳤고, 머릿속에는 자꾸 차가운 것, 시원한 것, 자극적인 음식이 떠올랐다.
'배달 앱을 켜볼까? 아니면 지나오는 길에 포장이라도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해 있었다. 주방 앞에 섰을 때, 한숨이 먼저 나왔다. 무언가를 먹고는 싶은데 그걸 '내가' 차려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귀찮게 느껴졌다.
'아~ 누가 내 밥 안 차려 주나?'
생각해 보면 나는 늘 그래왔다. 가족 중 누구라도 '배고파' 하면 손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면서도, 정작 내 한 끼는 그렇게까지 챙기지 못하는 사람. 가족에게는 갓 지은 밥을 차려주면서도 나 자신에겐 라면, 빵, 달달한 커피로 대충 배를 채우며 넘겨왔던 많은 날들. 그렇게 내 한 끼를 대충 넘긴 날들이 쌓였고, 결국 몸도 마음도 무너졌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을 떠올리니,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꼭 누가 차려줘야 하나?'
'배고픈 나, 지친 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소중하게 여겨보자!'
오늘도 '자기돌봄집밥'을 떠올리니 주방에 서는 일이 조금은 힘이 났다. 마침 어제 만들어 둔 제육볶음도 있고 식은 밥도 있다. 살짝 따뜻하게 데워서 그릇에 담아낸다. 무더운 날씨니 국물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냉장고에서 오이를 꺼내 냉국을 후딱 만들었다. 얼음도 동동, 레몬즙에 깨를 왕창 뿌리니 군침이 돈다.
그렇게 차려진 제육볶음 밥 + 오이냉국.
아주 단순한 한 끼였지만 그걸 먹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를 귀하게 대했네. 좋다.'
그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나에게 베푸는 큰 사랑으로 다가왔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인데, 그 정도 대접은 해줘도 되지 않을까? 한 끼 식사를 위해 몸을 움직였던 건 열정도 아니고, 의무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의 나를 소중히 여겨주자'는 마음 하나.
이렇게 자기돌봄 집밥을 만들면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먼저 회복되는 걸 느낀다.
시중에는 몸에 좋다는 정보가 넘쳐난다. 그래서 도대체 무엇을 믿고 따라야 할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걸 알아차리고, 조금 더 다정하게 나를 대하는 일. 그게 어쩌면 단식보다 더 먼저 준비되어야 할 '자기 돌봄'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 어떤 실천도, 변화도 오래가지 않더라.
그래서 오늘도 자기돌봄 집밥을 차려봤다.
이번 사부작책방 6기 지정도서는 민디 펠츠의《여자 ×단식》입니다.
단식을 바로 시작하기보다 그전에 지금의 나를 살펴보는 시간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공복 시간, 식단,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
지금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무언가를 해내기 위한 6주가 아니라, 나를 조금 더 귀하게 대하는 연습. 그 여정에 함께하고 싶은 분들을 사부작책방 6기에 초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