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박물관의 그 배 앞에서
다시 그 배 앞에 섰다.
처음 이 배를 보았을 때 나는 단지 오래된 이동 수단 하나를 보고 지나쳤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이 배는 이동의 기록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담고 있었다는 것을.
배는 목적지를 묻지 않는다
그 배는 어디로 가느냐를 설명하지 않았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도 자랑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나는 떠날 수 있었고, 머물 수도 있었으며, 필요하다면 돌아올 수도 있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정착하지 않는 정착
나는 이 책에서 여러 도시를 이야기했고 여러 바다를 건넜다.
그러나 결국 돌아온 곳은 하나의 장소가 아니라 하나의 시선이었다.
정착하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깊어질 수 있다는 것.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아도 관계는 생길 수 있다는 것.
그 배는 한 곳에 뿌리내리지 않으면서도 삶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노년의 배는 다르게 움직인다
젊을 때의 배는 속도를 원했고 도착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65세 이후의 배는 흐름을 읽고 방향을 조정하는 데 더 능숙해진다.
더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더 많이 싣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아직 바다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배를 타고 있다
크고 빠른 배가 아니어도 좋다.
항해사가 많지 않아도 괜찮다.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면 그 배는 이미 충분하다.
국적보다 생활 반경이 중요해지고
정착보다 이동의 리듬이 중요해지는 시대.
우리는 각자의 배로 각자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
다시, 그 배 앞에서
박물관의 그 배는 여전히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배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가 아니라
“아직 열려 있는가”를 묻는 눈빛으로.
마지막으로 바다는 여전히 열려 있다.
속도가 느려도 방향이 달라도 출발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나는 다시 배 앞을 떠난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미래는 목적지가 아니라 바다처럼 열려 있는 상태라는 것을.
바다는 여전히 열려 있다.
지금이라면, 나는 어디로 항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