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 속지주의의 붕괴?

국내 미등록 미국 특허 사용료, 이제는 과세됩니다.

by 김미래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변호사 김미래 입니다.


오늘은 국제조세 분야에서 지난 30여 년간 유지되어 온 판례를 뒤집은, 매우 중요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5. 9. 18. 선고)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실무에서는 미국 법인이 보유한 특허권이 '국내에 등록되지 않았다면' 그 사용료에 대해 한국에서 과세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그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 사건의 발단: 미국 NPE와의 특허 분쟁과 세금 문제


이 사건의 원고(국내 법인)는 미국 특허관리전문회사(NPE)로부터 미국 내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습니다. 분쟁을 종결하기 위해 원고는 합의금을 지급하고 전 세계적인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문제는 '세금(법인세 원천징수)'이었습니다. 원고가 사용료를 지급한 대상 특허는 미국에는 등록되어 있었으나, 한국에는 등록되지 않은 상태(국내 미등록 특허)였습니다.


원고(납세자) 주장: "특허권은 등록된 국가에서만 효력이 있다(속지주의). 한국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는 한국에서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지급한 돈은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다. 따라서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다."


피고(세무서) 주장: "비록 등록은 안 됐지만, 그 특허기술이 한국 내 제품 생산 등에 사실상 사용되었다. 이는 법인세법상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



2. 쟁점의 핵심: '특허의 사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 사건의 핵심은 한미조세협약상 '사용료(Royalties)'의 정의와 원천지 판단에 있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 (속지주의): 특허권은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효력을 미치므로, 국내 미등록 특허는 국내에서 사용(침해)될 수 없다. 따라서 그 대가는 국내원천소득이 될 수 없다.


변경된 쟁점: 한미조세협약상 '사용(Use)'의 의미를 '법률적 권리의 행사'로 볼 것인가, 아니면 '기술의 사실상 활용'으로 볼 것인가?



3. 대법원의 판단 변경: "등록 여부보다 '실질적 기술 사용'이 우선"


대법원은 기존의 판례들을 변경하고, 국내 미등록 특허라도 국내에서 제조·생산 등에 기술이 사실상 사용되었다면 그 대가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파기환송)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미조세협약과 국내법의 조화: 한미조세협약은 '사용'의 의미를 정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경우 협약 제2조 제2항에 따라 과세권이 있는 국가(한국)의 법률을 따르는데, 우리 법인세법(제93조 제8호 단서)은 "국외 등록·국내 미등록 특허라도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 국내 사용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용'의 실질적 의미: 조세조약상 '사용'은 특허권이라는 권리 자체의 법률적 행사뿐만 아니라, 그 특허의 대상이 되는 기술·정보(특허기술)의 활용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입니다.


속지주의의 한계 극복: 특허권 속지주의는 침해 금지 등 '권리의 효력'에 관한 원칙일 뿐, 기술을 사용하여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는 '조세 문제'에서까지 기술의 사용 자체를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즉, 대법원은 특허권이 한국에 없다고 해서 기술을 안 쓴 게 아니므로, 한국 공장에서 그 기술로 물건을 만들었다면(사실상 사용), 미국 특허권자에게 준 돈은 한국에서 번 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떼겠다는 것입니다.



4. 반대의견: "법적 안정성과 조약 해석의 원칙 위배"


물론 반대의견(3인의 대법관)도 강력했습니다.


법적 정합성: '특허'는 법률상 권리이며, 등록되지 않으면 특허권도 없습니다. 권리가 없는데 사용료를 낸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입니다.


조약 해석: 한미조세협약은 '특허권'의 사용을 전제합니다. 국내법(법인세법)을 개정하여 조약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Treaty Override)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실무적 혼란: 제조는 한국, 판매는 미국에서 이루어진 경우, 전체 사용료 중 얼마를 국내원천소득으로 쪼개야 할지(안분 계산) 입증하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5. 실무적 시사점 및 대응 방안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미국 기업과 기술 제휴나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입니다.


원천징수 리스크 증가: 과거에는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에 대해 비과세 관행이 있었으나, 이제는 원천징수(일반적으로 15%~지방세 포함 시 16.5%)를 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계약서 검토 필요: 향후 라이선스 계약 체결 시, 로열티가 '순수 특허 사용료'인지 '노하우/기술 정보 제공 대가'인지, 그리고 사용 지역이 어디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득 안분의 문제: 이번 판결은 "과세 가능하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고, 실제 실무에서는 전체 로열티 중 '국내 제조'에 기여한 부분이 얼마인지 발라내는(안분) 작업이 세무조사나 불복 과정에서 치열한 쟁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