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두38295 판결로 본 특정외국법인과 특수관계인의 범위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 입니다.
해외, 특히 동남아시아 등 조세 부담이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현지에서 번 돈을 당장 국내로 가져오지 않고 재투자하거나 유보해두는 경우가 흔한데요. 이때 세무 담당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특정외국법인의 유보소득 배당간주(CFC)’ 제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해외 자회사가 같은 국가에 있는 다른 계열사와 거래했더라도, 이를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보아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의 거래인데 무슨 문제냐"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 될 수 있는 이번 사건(2023두38295)을 변호사의 시선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사건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국내 기업인 원고는 말레이시아에 지주회사 A를 세우고, A회사는 다시 말레이시아 현지에 B회사와 C회사를 100%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즉, A, B, C사 모두 말레이시아 법인입니다.
여기서 C회사는 형제 회사인 B회사로부터 석유화학제품을 사들여(매입) 제3국으로 수출하는 도매업을 했습니다. 과세당국은 C회사가 조세피난처(저세율국)에 있으면서 특수관계인(B회사)과 거래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C회사가 벌어들인 소득을 국내 모기업(원고)이 배당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법인세를 부과했습니다.
원고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법령상 특수관계가 성립하려면 '제3의 외국법인'이어야 하는데, 거래 상대방인 B회사는 C회사와 동일한 말레이시아 내에 소재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외국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였습니다.
쉽게 말해, 국제조세조정법이 막으려는 것은 국경을 넘나드는 소득 이전이지, 같은 나라 안에서 계열사끼리 물건을 사고파는 것까지 '특수관계 거래'로 보아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였습니다. 과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요?
대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세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그 이유는 '엄격한 문언 해석의 원칙'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관련 법령(국제조세조정법 시행령)은 특수관계 여부를 따질 때 내국법인을 기준으로 한 규정을 준용하되, "내국법인"이라는 단어를 "특정외국법인(여기선 C회사)"으로 바꾸어 읽으라고(치환)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치환해서 읽더라도, 상대방인 '제3의 외국법인'을 '반드시 특정외국법인 소재 국가 이외의 국가에 소재한 법인'으로 한정해석할 근거가 없다. 법에서 '외국법인'이란 단지 본점이 외국에 있다는 뜻이지, 특정외국법인과 서로 다른 나라에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C회사의 주식을 100% 가진 모회사(A)가 B회사의 주식도 100% 가지고 있다면, C와 B는 서로 특수관계에 해당한다. 그들이 같은 말레이시아 땅에 있든 아니든, 법령이 정한 요건(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비중 50% 초과 등)을 충족한다면 유보소득 배당간주 규정을 피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조세 법규 해석에 있어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금지하고 문언 그대로 해석한다'는 대원칙을 재확인해주었습니다.
많은 기업이 해외 현지 법인 간의 거래는 국내 과세 문제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소득을 유보하기 쉬운 도매업 등의 업종에 대해서는, 설령 그 거래가 현지 관계사 간에 이루어졌더라도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해외 자회사 구조를 설계할 때, 단순한 물류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이러한 '간주배당 리스크'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해외 자회사(C)가 현지 형제 회사(B)와 거래했더라도, 지분 관계상 특수관계가 인정되면 국내 모기업에 법인세(간주배당)가 부과될 수 있다.
대법원은 거래 상대방이 동일한 국가에 소재하더라도 법령상 '제3의 외국법인(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고 엄격하게 해석했다.
'같은 나라 안에서의 거래니까 괜찮겠지'라는 자의적 해석은 금물이며, 해외 법인 간 거래 구조 설계 시 국제조세조정법상 요건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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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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