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않은 호의_경비 선생님

비대면 중고거래의 비하인드

by 반범

예전엔 주황색하면 호박, 오렌지, 당근, 쫀드기 등 다양한 소재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그러나 요즘엔 주황색하면 바로 ‘당근 마켓’이란 기업을 떠올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앱을 이용하고 있고 그만큼 중고거래는 일상이 되었다. 중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환경 보호에 대한 자긍심을 지키고, 개인의 주머니 사정을 보호할 수 있겠지만 어떠한 사람은 오히려 부담감이 더 늘어났을 수도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그 인물은 바로 경비 선생님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번에 겪은 중고거래에서 비롯됐다. 한동안 식탁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접이식 테이블만 사용하다가 허리가 너무 아파 식탁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접이식 테이블은 주방 한 켠에 자리하게 되었고 잘 사용했기에 가치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게 안타까워 중고거래를 결심했다. 상품 공고를 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매자가 나타났고 이제 잘 보내줄 일만 남았다며 안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예상외로 시간을 맞추는 데 변수가 생겼다. 토요일 오후 7시만 가능하다는 구매자에 그 땐 집안에 경조사가 있기에 어려울 것 같으니 다른날로 조정할 것을 부탁드렸으나 해당 일자만 고집하셨다. 체감상 거래 일자 조율에 오랜 시간을 쏟은 것만 같은 시점에 [정 안된다면 경비실에 맡겨주세요.] 라는 답장을 보고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하듯 경비 선생님께 맡겨달라는 말에 본인의 물건과 시간이 너무 귀중하니 타인의 시간과 불편함은 상관없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물며, 아무리 접이식 테이블이라도 부피가 있는 물건을 경비 선생님께 맡길 수는 없을 뿐더러, 기존의 업무 외 다른 일로 부담을 드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조사엔 참석하지 못할 걸 각오하고 거래를 해야만 했다.


필자는 예전 동네에 기쁜일이 있으면 시간되는 사람들끼리 모여 파티를 하고, 눈이 내리면 동네 아이들끼리 남녀 불문, 나이 불문 다같이 눈사람을 만들었을만큼 작지만 동네 사람에 대한 유대감이 끈끈한 삶을 살았다. 그렇기에 필자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다가 급히 볼일이 생기면 경비 선생님께 양해를 구해 경비실 옆에 자전거를 새워두고 집에 갔다 올 수 있었다. 몇 분 안되는 시간에도 경비 선생님께 부담을 드린 것 같아 죄송스런 마음에 집에 있는 과일을 가져다 드리곤 했다. 어렸기에 과일보다 좋은 걸 가져다 드리진 못했지만 어렸음에도 경우를 알았던 것 같다.

서로의 배려에 의해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었고 그런 관계였기에 작은 호의를 베풀 수 있었던 것 아닐까. 하지만 요즘은 이런 작은 배려가 당연시되고, 오히려 경비 선생님을 힘들게 만드는 일들이 많아진 것 같다. 중고 거래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