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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봄 Feb 05. 2024

사촌이 땅을 사면 실제로 배가 아프다

어린 시절 나의 실수 

실제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한다. 예전에 어렸을 때는 이런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친구의 성공적인 모습을 보거나 잘 나가는 걸 보면 왜?라는 물음과 함께 그것을 납득하기 위한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참 어리석었다. 그 나이 때에 잘 되는 친구에게는 좋은 에너지가 많이 있을 텐데 그런 것이 눈에 보일리 없다.

왜 저 친구는 되고 나는 안 되지? 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살면서 안 좋은 일을 겪을 때면 주변에 다가와 위로해 주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하지만 좋은 일을 겪게 되었을 때 진심으로 달려와 축하해 주는 경우는 나이가 들면서 드물다. 


아니, 이야기를 안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요즘 자주 대학교 때 헤어진 절친들이 생각난다. 어렸을 때 만나지 않고 지금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나에게 축하해 줄 일이 있을 때 눈물까지 그렁그렁하며 달려와 축하해 주던 친구의 모습이 그립다. 왜 싸우고 헤어지게 되었는지 이유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A라는 친구와 나는 고등학교 때 서로의 집을 오가며 친하게 지낸 사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입시에 실패하여 그 친구는 재수를 하게 되었고, 고3 때 같은 반이던 다른 친구 B와는 친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과에 입학을 하여 같이 자취도 하며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긴밀한 사이가 된 나와 B는 같은 동아리에도 들어가서 생활하게 되었는데 A가 우리 과 후배로 입학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셋이 대학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학년별 서열관계가 확실한 과의 특성상 이상하게 어색한 관계가 되기 시작했다. 어떤 사건 들로 인해서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의 상황이나 성격들을 품고 이해하기에는 속좁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있었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가끔 그 친구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기꺼이 달려가 안아주고 축하해 줄 준비가 되어 있는데 어린 시절의 실수?로 인해서 추억으로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아쉽다.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지 이제 그런 것이 더 궁금한 나이가 되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생각나는 친구들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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