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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찍 출근해서는 뭘 하셨나요?

그냥 일했지 뭐. 대단한 거 없어.

결심을 한 뒤부터 나는 1시간 30분에서 못해도 30분 정도는 일찍 출근을 하려고 했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더라. 게으르고 무력하게 살던 습관이 몸에 남아있었다. 알람을 10분 간격으로 5개나 맞춰놓고는 하나씩 끄다가 5번째에 일어난 것이 부지기수였다. 전날, 술이라도 마시면 지각이나 안 하는 게 다행일 수준인 게 바로 나라는 인간이었다.


술을 정말 좋아하지만, 지금은 웬만하면 쉬기 전 날이 아니면 술을 최대한 자제하고, 마시더라도 주량에 2/3 정도만 마신다. 다음 날 일에 지장이 생기고, 일을 할 때 실수가 잦아지고 이로 인해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내가 나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


그래도 점차 점차 일어나는 것에 익숙해졌고, 조금씩 일찍 출근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엔가 처음으로 1시간 30분을 일찍 출근한 날,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알람을 듣기 전에 일어났고, 그날은 매우 상쾌했다. 머리도 맑았고. 시간을 보고 좀 더 잘까 하다가 아니다 출근을 하자라고 생각하고 씻고 출근을 하였다.


도착하니 발주한 식자재들이 도착해 있었다. 발주서를 보고 빠짐없이 도착하였는지 체크 후 식자재들을 각 파트에 분배해 두고, 빈 박스를 정리하여 바깥에 내어놓고 나니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리고 이 날, 발주서를 처음으로 읽어보았고 이를 촬영해두었다.


발주서를 읽은 뒤, 내 파트의 오픈 준비를 하였다. 소스들을 꺼내서 아이스베싱(얼음에 담궈두는 것) 세팅을 해두고, 사용하는 조미료들을 다 세팅해두고 해동시켜야 할 냉동 식자재들을 물에 담궈두는 등의 행위를 하는데 한 30분 정도가 걸려 총 5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당시에는 일머리가 없어서 손에 잡히는대로 세팅을 하였지만, 지금은 일머리가 어느 정도 생겨서 최적의 상태를 시뮬레이션한 뒤 업무를 진행한다. 내 기준의 일머리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과 일을 해 본 결과,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항상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여러가지 변수들에 대해 대비하며 일을 한다.


어떠한 일을 진행할 때 그 일에 소요되는 시간, 직접적인 노동을 할 일 인지 간접적으로 할 일 인지,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동선으로 집기 등을 세팅하는 등여러가지를 조합하여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변수가 발생하였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일머리가 좋다라고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일머리가 없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위에 것들을 적용시켜보자. 물론 이런 것들을 능수능란하게 조율하여 시스템을 만드는 동안 욕은 많이 먹을 것은 각오해야한다. 하지만, 위에 것들을 생각하며 근무를 한다면 내가 깨우치기 위해 소요한 시간보다 훨씬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일머리를 부릴 수 있게되고 언젠가 후배들이 생겼을 때, 나의 브런치스토리를 구독하고 읽어보라고 권해라. 내가 지금 구독자가 0명이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진짜다. 진짜라고. 나 안운다.


모든 세팅을 다 하고, 드디어 근무시간 외에 처음으로 파스타를 조리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목표한 것은 제일 시간이 적게 걸리는 토마토 소스를 베이스로 한 파스타였다. 토마토 소스는 한 번에 대량으로 만들어 두기 때문에 졸아드는 시간이 적어서 토마토 파스타를 선정하였다. 레시피를 한 번 정확히 숙지하고, 필요한 재료들을 세팅한 뒤 순서를 복기한 뒤, 팬을 화구에 올려두고 불을 붙였다. 그렇다. 망했다. 다 탔다. 젠장.


팬질도 제대로 할 줄도 모르면서 제일 센 불에서 그걸 하고 있으니 이게 안 타고 배기겠는가? 싹 다 태워먹었다. 소스도 넣기 전에 다 태워먹었다. 그 날, 나는 나의 방식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했고, 하루종일 이 문제를 해결하는 법에 대해서 고심했다.


파스타라는것은 본디 센 불에서 볶아대는것이 아니다. 팬의 재질 등을 고려하여 약불과 중불 등으로 불 조절을 하며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가 문제다. 시키고 5분안에 나오면 음 빨리 나오네. 10분 안에 나오면 음 뭐. 15분이 되도 안 나오면 여긴 뭐이리 오래걸려. 20분이 되도 안 나오면 띵동, 저희 메뉴 들어간 거 맞죠? 라고 확인하는 한국인들. 이건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제대로 된, 웰메이드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노력과 고생이 필요하다. 언제 한 번 기회가 있어 실력이 뛰어난 쉐프님이 만들어주신 정통 까르보나라를 먹은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 파스타를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인다.


특별하게 무언가가 막 들어간 것도 아니고, 조미료를 때려넣은 것도 아니다. 나는 아직도 이 쉐프님에게 그 까르보나라가 생각난다고 얘기하고는 한다. 파스타의 조리법 중 만테까레라는 것이 있는데, 유화작용, 에멀젼 등으로도 얘기하기도 한다. 기름과 소스가 따로 놀지 않도록 섞어주는 행위인데, 이것을 할 때는 온도가 매우 중요하다. 해당 부분이 궁금하시다면 인터넷을 찾아보셔라. 핑거프린스는 사절이다.


뭐 파스타가 원래 불조절을 하는 음식이면 뭐하겠는가, 난 한국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요리를 해야하는데. 내가 생각한 문제의 해결법은 바로 타이머였다. 각 재료들을 제일 센 불에서 차례로 볶을 때, 각 재료들이 적절히 익는 초를 계산을 하는 것이다.


양파찹을 팬에 투하하고 몇 초인지, 새우를 투하하고 몇 초인지 등을 타이머를 이용하여 전부 기록하였다. 이 때 나왔던 총 소요 시간은 2분 34초였다. 팬질이 서투르고 순서와 순서 사이를 줄이는 요령 등이 매우 부족했기에 실제로 한 그릇을 만드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총 소요 시간을 달성한 것은 조출을 시작한 지 2주차 즈음, 2019년 1월 말 쯤이었다.


처음으로 그 시간 내에 달성을 하였지만, 아직도 부족했다. 뭔가 능수능란하게 하지 못한다랄까. 뭔가 많이 부족하고 어설펐다. 무엇이 부족한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팬 돌리는 스킬이 부족하였고, 중간중간에 동선적으로 낭비를 하는 부분이 있었다.


동선의 경우, 파스타가 몰릴 땐 오너쉐프님이 오셔서 파스타를 같이 빼주셨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동선을 바꿔버릴 수는 없었다. 팬 돌리는 스킬은 내가 연습하면 되는 부분이었다. 내 사업장이 아니기에 내 마음대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고, 내 사업장이어도 내 마음대로 모든 것을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업장에서 일하는 모두가 Team이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Team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기본이 되는 Team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자빠져자거나, 바깥에 바람쐬러 나가던 브레이크 타임에 주방안에서 팬에 쌀을 적절히 넣고 돌리는 연습을 시작하였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약 1시간 30분 정도에 자유시간이 있었는데, 특별하게 볼 일을 보거나 나가봐야되는 일이 아닌 이상 이 시간을 팬 돌리기 숙련도를 올리는데 사용했다. 그나마 좀 능숙하게 기본은 하는 정도까지 걸린 것은 2019년 2월 중순 쯤이다.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남들처럼 쉴 것 다 쉬고, 놀 것 다 놀면서도 기술은 늘고 능률은 오르기 마련이다. 주방일은 사실상 반복숙달이기 때문이다. 반복숙달을 통해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 이것이 주방일이다. 결국 하다보면 느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순간, 얘기가 달라진다.


단순하게 회사에서 잔업 혹은 야근을 강제로 하는 경우, 회사에서 지정한 업무를 하고 그에 따른 추가근무수당을 받는다. 이 경우에도 발전은 좀 더 빠르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서. 내가 진짜 이 업무를 잘 하고 싶어서 수당을 받지 않으면서도 남아서 공부를 하는 경우. 비교가 안된다. 기술과 능률이 늘어나는 속도가 천지차이다. 왜냐?


자기주도하에 공부를 하고 습득을 하는 것이기에 단순하게 업무를 하는 것과는 포인트 자체가 달라진다.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나는 종종 요리사들과 대화를 할 때, 이 얘기를 해주지 않는다. 친한 경우 해준적이 있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안하더라.


중화요리의 이연복 쉐프님이 TV프로에서 레시피를 다 알려주니까 패널들이 이렇게 다 공개하셔도 되는거냐는 질문에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어차피 알려줘도 안 해."


사람들은 그 얘기를 듣고 그저 웃을지 모르지만, 나는 저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보는 당신들도 그냥 보통 사람처럼 근무하고 일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더 빛나니까. 그래야 내가 보다 훨씬 빠르게 성공할 수 있을테니까.


가 저 때 조출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이런것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그냥 들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내가 미쳤다고 돈도 더 안 받는데 저 일을 하겠어? 니나 많이 하세요 했겠지. 지금은 아예 다른 요리사들한테 이런 얘기를 해주지 않는다. 해줘봐야 내 입만 아프고, 하고나서 두고보면 속만 터진다.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공감만 해주면 서로 좋지 않은가?


아직도 어떤 요리사들은 스킬업을 하고 싶은데 어디서 배울데가 없다고 한다. 당연히 없겠지.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데 뭐 하늘에서 뚝 떨어지고 땅에서 솟아날건가? 뭐 다들 사는게 힘든건 맞다. 나름 다들 열심히 사는것도 맞지. 하지만, 명심해라. 현재 자신을 냉정하게 봤을 때, 손을 가슴에 얹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가?


나는 지금도 냉정하게 내 자신이 최선의 노력 즉, 전력투구를 하지않고 게으르고 나태함에 타협하는 내 자신을 안다. 그러기에 하나하나,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사람은 안 변한다. 자기가 바뀌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래서 나는 하나하나,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무엇인지 아는가?


가 보기엔 별 중요하지 않았던 사소한 습관을 고쳐나갈 때마다 주변에서나를 더욱 높게 평가하고, 능력있고 좋은 사람들이 점점 내 주변을 채워간다. 자신을 포장하지 말고, 진심으로 하나씩 고쳐보길 바란다. 그 힘은 아주 강력하다.


15분 동안 쩔쩔매던 토마토 파스타를 5분으로 줄이고도 만족스럽지 못했고, 그것을 2분 34초 내에 조리해도 무언가 찝찝했던 나. 나를 고뇌에 빠트렸던 토마토 파스타를 1분 30초만에 뽑아낸 것은 그 해 2월 말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혹독한 눈보라가 몰아치던 내 인생의 가혹했던 지옥같은 첫 겨울은 2019년 3월에 찾아온 봄과 함께 천천히 멎어들어갔다.




안녕하세요 기자님. 잘 지내셨죠?

너무 오랜만에 인터뷰를 해서 죄송합니다.

요즘 타 지역으로 이직하고, 숙소도 구하고 주변 정리도 좀 하느라 많이 늦어졌어요.

자주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잘 안나네요.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시간을 쥐어짜서라도 해 볼게요.

어휴 벌써 새벽 4시네요. 내일 9시 반에는 일어나서 출근해야되서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지을게요.

다음 인터뷰는 최대한 빨리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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