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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현 Jan 16. 2024

지역에서 일자리 구하기, 쉽지 않더라

옥천으로 이주한 30대 여성의 구직 이야기

36년의 대도시 삶을 뒤로하고, 지역이주를 마음먹었다. 전국 지도를 펴놓고 고르고 골라 옥천을 최종 목적지로 점찍었다. 그러나 가겠다는 것은 나의 의지일 뿐, 옥천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없었다.


옥천에 믿을만한 구석이 있어 이주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잘 찾아뵙지도 않는 외삼촌에게 연락드리자니 민망하고, 그렇다고 당장 농사를 짓거나 창업할 생각은 없었다. 비빌 언덕 하나 없는 이주민은 일자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지역신문, 군청 홈페이지, 구인구직 사이트를 열심히 뒤졌다.


구직 과정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아니, 지원조차 못했으니 좌절할 기회도 얻지 못했다는 게 정확하다. 일자리 문제는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지역에서 더욱 처참하게 느껴졌다. 특히 나같이 컴퓨터 붙잡고 보고서나 쓰던 문과 여성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옥천의 일자리 대부분은 최저임금 수준의 단기계약직이었다. 식당 서빙, 주방 보조, 요양보호사, 택배 상하차, 지게차 운전 등이다. 지역에서 일하려면 힘이 있거나, 기술이 있어야 했다. 안타깝지만 나는 둘 다 없었다. 기술 배워야 먹고 산다던 어른들의 말이 갑자기 사무쳤다.


옥천신문에 난 구인공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밀 없더라.

일자리 탐색에만 몇 달을 보내며 과연 지역 이주가 가능할까 의기소침한 나날을 보내던 중, 구인공고가 하나 올라왔다.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라고, 옥천군의 마을공동체 사업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었다. 보자마자 필이 꽂혔는데, 마을공동체는 개인적으로 연구해 온 관심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장을 지원하는 활동가를 구한다니, 나의 시민사회 활동 경력도 어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봉 3,500만 원 정도로 내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높았다. 경력을 살릴 수 있고, 급여도 괜찮은 일자리가 지역에 있다! 이 구인공고만으로 지역살이에 희망의 불꽃이 일었다.


그동안의 자괴감을 추스르고 오랜만에 이력서를 썼다. 한 페이지 분량의 자기소개서는 글 간격을 줄여가며 한글자라도 더 입력했다. 다행히 마을공동체를 주제로 쓴 글 몇 개가 있었다. 그 글을 쓸 때는 의무감에 작성해 놓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귀찮음을 참아낸 과거의 나에게 어찌나 고맙던지. 역시 글을 남겨놓는 건 이래저래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채용과제를 쓰고 수정하길 반복하며 오타는 없는지 문맥이 이상하지 않은지 보고 또 봤다. 메일 전송을 누르는 그 순간까지 파일이 제대로 첨부됐나, 제출기한을 잘못 보진 않았을까 오만가지 걱정이었다. 오랜만에 느껴본 구직자의 절실함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력서 제출 후 1주일 뒤 면접을 보고 또다시 2주일 뒤, 나는 드디어 옥천군민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1년 가까이 옥천군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며 당시를 회상하니 감개무량하다. 실제 지역에 와보니 밖에서 그렇게 보이지 않던 일자리들이 보인다. 오히려 사람을 못 구하는 경우도 있다. 일자리 정보의 미스매치가 실감 난다.


지역에서 일자리 구하기란 결국 끊임없이 찾고 두드리는 과정인 것 같다. 구직과정에서 좌절하여 일자리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관심을 돌리거나 아예 지역이주의 마음을 접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처음 찍은 옥천을 포기하지 않나의 자리를 계속 탐색했다.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간만의 큰 결정을 시작도 못해보고 흐지부지 접고 싶지 않은 자존심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과정 옥천살이의 소중함을 더해주는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혹시 지역이주에 관심이 있다면 그 지역을 오래 살피라고 전하고 싶다. 연이 닿는 자리가 반드시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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