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하는 책들

여행을 떠날 때

by 하늬바람

(내 맘대로 문학기행)

소장하는 책들

- 여행을 떠날 때



오늘은 소장해야만 되는 책으로 주제를 정해보았습니다.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책을 좋아했는데 이번글을 쓰려고 찾아보니 집안에서 눈에 보이는것만 세 권이 나왔습니다. 이런 유명한 책들은 몇주년 기념 에디션이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사모은 셈입니다. 아마 여기저기에 있는것까지 다 찾으면 다섯권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는 코스모스 빼고 제가 소장하는 또다른 보물책으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나온 후 실제 엽서와 편지들을 묶어 한정판으로 만든 책으로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책입니다.

그 당시에 큰 돈을 주고 산 책입니다. 지금은 사려고해도 살수가 없습니다.책 제목이 ‘엽서’입니다.

이책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원본인 편지와 엽서들을 그대로 담아 스캔해서 만든책이라 보시면됩니다. 저자의 육필이 담겨있어 글을 쓸때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어 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여러 책이 나왔지만 마지막으로 돌베개에서 출판한 책이 ‘담론’입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결코 뛰어난 글을 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뛰어난 글일 뿐 아니라 어떤 경지에 이르렀음을 느끼게 하는 책입니다. 오늘은 이 책으로 왜, 어떤 책을 소장하는지 제 생각을 나누렵니다.


이 책의 어느 한 페이지, 한 글자도 절대 소홀히 볼 수 없는 소중한 책이라 곱씹고 또 곱씹어보게 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긴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여행은 끝나지 않을거라는걸 알았습니다. 선생님은 일생동안 하는 여행 중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머리에서 시작해 가슴으로 가는 여행, 그리고 그 가슴에서 발까지 가는 또 하나의 여행을 가야만 합니다.

이 말은 머리에서 시작된 생각을 가슴으로 포용해서 애정과 공감을 이루어내고 그리고 실천으로 나아가라는 말로 이해됩니다.

여행은 '떠나고' '만나고' '돌아오는 것'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하는데 떠난다는 것은 나에게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고, 만난다는 것은 다른 사람, 장소와의 만남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기와의 만남'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서 변화된 자기로 돌아오는 것.. 그것이 여행의 참 의미라고 합니다.


이 책을 읽는 여행을 통해 내가 떠나고 만난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무엇이 변했을까?

무엇보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읽고 나면 나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느낍니다. 내 사고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무엇이던가 생각하게 되고, 나의 정체성은 어떻게 이루어졌나를 성찰해 봅니다.


이 책에서 고전의 제자백가로부터 많은 철학과 사상가들을 만났고 어떤 부분에서는 현대과학과 마주했고, 근대로부터 이어진 자본주의의 자본과 상품, 그리고 노동의 가치를 만났고, 인간이 이루어놓은 업적과 과오를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저자의 통찰을 통해 그 내면과 핵심을 들여다봅니다.


동양고전에 대한 이야기지만 고전해독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인간의 문제에 귀결되고, 그리고 양심과 실천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통한 여행으로 큰 바다를 만난 느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만난 건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저자인 신영복 선생님이 20년을 감옥에서 보내면서 겪었던 경험담이 자주 등장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지만 이 책에서는 단순한 경험에 머무는게 아니라 성찰이 들어가 있고 통찰로 이어집니다.


이 책의 모든 부분이 소중하지만 저자가 가장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관계'에 대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존재론에 대비되는 관계론이 아닌 관계의 형태와 관계의 중요성이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다고 합니다. 저자의 글을 옮겨봅니다.


"모든 존재는 고립된 불변의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관계 속에 놓여있는 것이며 그러한 관계 속에서 비로소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바꾸어 말한다면 정체성이란 내부의 어떤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를 적극적으로 조직함으로써 형성되는 것입니다."


관계가 존재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이미 현대과학에서 양자역학이 입증하고 있는 것으로도 설명합니다. 불확정성의 원리나 양자역학에서 증명하듯이 입자와 같은 불변의 궁극적 물질이 없고, 존재는 확률이고 가능성이라는 것입니다.


관계에 대한 글을 더 옮겨봅니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이제 이 책을 덮으면서 다시 여행을 떠올립니다. 떠나고 만났으니 다시 돌아와야 될 시간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 책을 두고두고 읽어서 계속 여행을 떠나야 되겠습니다.



소장책으로는 빼놓을 수 없는 리처드 도킨즈의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에디션도 얼마전에 나왔습니다. 이번건도 바로 소장해야됩니다. 소중한 인류문명의 자산인 책이기도 하지만 내맘대로 밑줄 그어가며 읽고 싶기때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