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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빛과 그림자, 윤리·거버넌스가 던지는 질문

by 이정호

1. 들어가며


인공지능(AI) 기술은 새로운 창의성과 편의를 열어주며, 동시에 인간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면성은 우리에게 ‘기술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금 던지게 만듭니다.


특히 AI가 작성한 글, 생성한 그림·음악 등을 접할 때면, “이것이 정말 기계의 창작물인가? 아니면 인간이 도구를 활용해 만든 결과물인가?” 같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딜레마는 단지 예술 영역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이 있는 토론과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2. AI 거버넌스와 윤리적 책임


AI 관련 윤리와 거버넌스는 개발·운영 차원, 사회·문화 차원 두 측면에서 논의됩니다.


첫째, 개발·운영 차원의 책임입니다.

투명성의 관점으로 볼 때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과 기관들은 알고리즘과 데이터 세트를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편향성이나 윤리 위반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해야 합니다. 국제기구의 권고(예: OECD AI 원칙, UNESCO 인공지능 윤리 권고안)에 따르면,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AI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합니다.


공정성 면에서는 알고리즘이 불균형한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집단을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는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 단계부터 다각적인 검증 절차(예: 전문가 윤리위원회, 공정성 검사)를 마련해야 합니다.


안전성의 측면으로 볼 때는 돌발 상황에서 AI가 오작동하거나 해킹에 노출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안 강화와 기술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AI가 인간에게 미치는 잠재적 해악(예: 가짜 뉴스, 개인정보 유출)에 대비한 법·제도적 보호장치도 필수입니다.


둘째, 사회·문화 차원의 가치 공유 측면입니다.

문화적·예술적 평가 기준으로는 AI가 만든 예술 작품을 어디까지 ‘독자적 창작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전시나 출판물에서 ‘AI 보조’라는 라벨을 표기하거나, 작품 소개 문구에 ‘인공지능 협업’ 임을 명시하는 방식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교육과 시민 참여 측면에서는 AI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일반 시민들이 기술의 원리와 윤리적 함의를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교육, 시민강좌, 포럼 등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참여와 토론을 유도해야 합니다.


새로운 공감 형성에서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인간 vs 기계’ 구도로 몰아가기보다는, 인간이 AI와 협업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탐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이 가진 고유의 감성과 윤리의식을 어떻게 유지하면서도, AI 기술의 잠재력을 극대화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3. 윤리적 딜레마와 그 해법


AI 발전에 따라 불거지는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명성과 참여, 그리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 체계가 중요합니다.


첫째, 정책·법제도 개선 측면입니다.

AI 안전성 평가, 책임 소재 규명, 공정성 검증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합니다. 가령, 기존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공정거래법 등을 AI 시대에 맞게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령을 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전문가와 시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윤리 전문가, 기술 전문가, 시민 단체, 정부가 한데 모여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주요 결정 과정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AI 기술이 우리 사회의 가치 체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책임감 있는 개발·운영이 대두됩니다.

기업과 연구 기관은 AI 기술이 가져올 윤리적·사회적 파급 효과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내부 윤리위원회나 감시 기구를 두고, 정기적인 검증 및 평가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넷째, 문화적 공감대 형성입니다.

예술 영역에서 AI의 역할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AI 창작물을 어떻게 분류하고 가치를 매길 것인지에 대해 미술관, 작가 단체, 예술 관련 기관 등이 충분히 논의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4. 미래의 방향과 우리의 선택


AI 기술은 이미 사회 전반에 깊숙이 파고들었으며, 앞으로도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AI가 가진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술적 진보’가 ‘사회적 진보’로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편향된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인간 중심 가치를 유지하면서, AI가 제공하는 이점들을 최대한 끌어안는 균형 잡힌 접근을 찾는 데 있습니다. 이는 한두 번의 정책 발표나 제도 개선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끊임없는 토론과 이해관계자들의 협력 아래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5. 결론


인공지능의 빛과 그림자는 우리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어느 쪽이 더 부각될지 달라집니다. AI 거버넌스와 윤리적 딜레마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화두이며, 투명성·참여·신뢰를 기반으로 사회 전반이 지혜롭게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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