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규제개선, 디지털 포용의 새로운 장을 열다

by 이정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월 10일부터 시행한 주파수 규제 개선안은 첨단 기술 활성화와 사회적 약자 배려라는 두 축을 동시에 담아낸 상징적 사례다. 단순한 기술기준의 변경을 넘어, 디지털 전환 시대에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명확히 보여준다.


6 GHz 대역 Wi-Fi 실내 출력을 0.5W에서 1W로 상향 조정한 것은 AI 서비스와 확장현실 콘텐츠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필수적인 인프라 개선이다. 한국은 2020년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6 GHz 대역을 비면허 주파수로 공급했지만, 선제적 개방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출력이 두 배로 증가하면 통신 커버리지가 넓어지고 통신 품질이 향상되어 대용량·초저지연 통신이 가능해진다. 이는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가 끊김 없이 작동하고, XR 콘텐츠가 지연 없이 구현되며, 스마트공장에서 수백 개의 센서가 동시에 안정적으로 통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셈이다.


새로운 블루투스 전파형식 추가는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실용적 개선이다. 저전력·고효율 블루투스 기술을 통한 정밀 위치 추적은 분실물 찾기를 넘어 실내 내비게이션, 자산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 기술 규제는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시각장애인 음성 유도기 관련 규제 완화다. 게이트웨이에 235.3 MHz 주파수 사용을 허용함으로써 전용 리모컨 대신 스마트폰으로 음성 유도기를 작동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각장애인들이 별도의 특수 장비를 휴대해야 한다는 것은 심리적 부담을 넘어 실질적인 이동의 제약이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도구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기술 민주화다. 주파수 규제가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 정책이 산업 육성을 넘어 사회적 포용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GPS가 작동하지 않는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 텔레비전 유휴대역(TVWS) 활용을 허용하고 이동형 기기 출력을 고정형과 동일하게 상향 조정한 것은 산업 안전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중요한 조치다. 통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안전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활용도가 높지 않았던 자원을 산업 안전이라는 실질적 필요와 연결시킨 주파수 정책의 유연성을 보여준다.


이번 규제 개선은 네 가지 영역 모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Wi-Fi 출력 상향은 기업의 요구를, 블루투스는 소비자의 불편함을, 시각장애인 유도기는 사회적 약자의 필요를, TVWS는 안전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규제 개선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규정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 실제 사용자의 삶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규제 정책은 혁신 촉진과 사회적 포용이라는 두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 이번 주파수 규제개선은 그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본다.


※ 정보통신신문 링크 : [ICT광장] 주파수 규제개선, 디지털 포용의 새로운 장을 열다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정보통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