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한국,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고령인구 20% 시대가 가져올 사회·경제·문화적 변화와 대안

by 이정호

2024년 12월 24일 자 행정안전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한국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다는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초고령사회’의 문턱에 들어섰고, 이는 단순히 노인 인구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넘어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돌파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먼저, 노동력의 감소와 함께 사회적 부양 부담이 가중되는 흐름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음을 의미한다. 청년층은 줄어드는 반면, 은퇴 후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남은 고령층이 계속 늘어나면서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연금 및 의료 복지 제도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가 더욱 심화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수도권에서는 고령인구 비중이 17.70% 정도인 반면, 비수도권의 경우 22.38%에 달해 지역 간 인구 구조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방에서는 청장년층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 결과 고령화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격차는 시·도별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전라남도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7.18%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경북, 강원, 전북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반면에 세종은 11.57%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이는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이전 등에 따른 청장년층 인구 유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역의 산업구조와 인구 정책, 그리고 도시 개발 시점 등에 따라 고령화 속도와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경제적으로는 우선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를 예견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생산 가능 인구로 분류되는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큰 고민거리가 된다. 정년을 늘리고,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며,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인적 자원을 재활용하는 방안들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이를 실현하려면 사회 전반의 제도와 인식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연금과 복지 분야에서의 재정 압박도 심화될 전망이다.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인해 젊은 층이 줄어드는 가운데,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고령층을 지탱할 만한 재원이 충분한지 의문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등과 같은 제도의 부담이 커지고, 이는 세대 간 형평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한국 사회가 연금개혁을 포함한 전반적인 복지재정 운영 방안을 깊이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소비구조 변화 역시 고령화가 만들어낼 대표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다. 의료 및 간병 서비스, 실버산업, 여가와 문화생활 등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노년층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얼마나 뒷받침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가족 구조와 돌봄 시스템에 대한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증가, 그리고 노인 단독가구가 늘어나면서 과거처럼 가족이 노인을 돌보는 방식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독거노인 문제가 부상하고, 지역사회 차원의 공공 돌봄 체계가 확충되지 않으면 노인 복지의 사각지대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또한 가족 부양 부담이 특정 개인에게만 과중되는 문제도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런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연대가 중요해진다.


고령층과 청년층을 비롯한 다양한 세대 간 상호 소통을 촉진하는 노력 역시 절실하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세대 간 가치관 및 생활 방식의 차이가 도드라져, 간극을 좁히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역 단위의 문화 행사나 봉사 활동, 학습공동체 등이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고 사회 통합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은퇴 후 긴 시간을 보내게 되는 노인층이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건강 수명이 늘어난 만큼, 일할 의지와 역량이 충분한 노인은 사회적으로 계속해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생교육 체계를 정비하고, 고령자가 창업하거나 제2의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결국, 고령 인구 20%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종합적인 제도 개혁과 발상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음을 뜻한다. 지금까지의 ‘노인 부양 정책’에서 더 나아가, 노인이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함께 창출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동시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지역 균형 발전 대책을 모색하고, 세대 간 소통 체계를 강화하여 함께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가 이제 막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이 시기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품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복지 부담 증가는 경제·사회적 활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으나,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제도화한다면 노인층의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인구 정책을 총괄할 전담부처를 두어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운영하고, 지자체와 민간 영역이 힘을 모아 인구구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세대 간 이해와 연대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가치관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는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고령화 문제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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