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창가에 이마 맞대고 서서
발걸음 쉬이 떼지 못하고
넋 놓고 바라보아도,
언제부턴가
꽃을 사지 않는다.
가위로
꽃을 잘라대다가
"이제, 그만 잘라요. 너무, 아파요!"
자지러지는 환청에
소스라쳤던 순간부터,
더 이상
잘린 꽃 사지 않는다.
그날부터
나를 위해서도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도
허리 잘려나간 꽃
사지 않는다.
이른 새벽
빛바랜 꿈처럼 추락하는 낙엽,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소리
애끓는 속 울음처럼 후벼와
말수 적은
너의 창가에
작은 화분 두고 온 날.
오가며
수없이 삼켰던
드러내놓고 못 한 말,
봄날 청보리처럼 흔들려도
결코 꺾이지 말라는 수줍은 기도,
화분 흙속에 곱게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