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의 슬픔

삼일후면 요양시설로 가시는 엄마

by 이녹

엄마 나이 올해 아흔 하나

누가 그러더라고요

사실만큼 사셨네

시골에서 혼자 계시면서 자꾸만 고꾸라지는 당신을

걱정된다며 큰딸이 모셨었지요

희생하면 아직도 큰딸인 건지

그 정해진 방식 같은 거에 언니도 희생된 건지도 모를 일

나머지 형제들은 그런 언니에게 종종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면서 어쩌면 요양시설에 계시지 않음에 더 안도했는지도 모르지요

16개월쯤 시간이 흘렀나 봐요

엄마는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시고

언니도 조금씩 지쳐갔지요

"안 먹어, 싫어, 배고파."

짧은 말들만 오고 가고

걷는 일도 이제는 누군가 부축해야 하고

심하게 떠는 오른손 때문에 먹는 일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힘들게 됐지요

언니는 얼마 전부터 무릎이 시큰대고 허리도 안 좋아져서 더는 힘들 거 같다고 했지만

엄마가 가실 요양병원과 날짜까지 막상 정해지자

슬픔, 미안함, 자책감 등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혼란스러워졌는지

잘 갖고 다니던 집열쇠도 잃어버리고

통화하는데 목소리도 예민해지고 편안한 느낌이 없네요

"언니는 할 만큼 했으니까 행여라도 자책하지는 마"

덤덤하게, 아무렇지 않은 듯 위로했었는데

날짜가 다가오니 나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지가 않네요

마음이 복잡하고, 자꾸만 우울한 마음이 듭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 들면 늙어가고 결국엔 생의 마지막에 다다르는 건데

그것이 내 엄마가 되니 당연한 사실 앞에서도 덤덤할 수가 없네요

미안해요 엄마

삼일 후면 가시기 싫다는 당신을 그곳에 남겨두고 와야 하는데

언니와 뒤돌아 나올 때

부디 눈물 나지 않기를

웃는 것까지는 힘들 테니, 다음 날 다시 올 것처럼 덤덤하게 인사하고 나올 수 있기를

그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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