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브런치에 그 이야기를 담는 이유
창업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쩌다가 사업을 하게 되셨나요?"였다. 지겹게 받은 질문에 지겹도록 다양한 버전의 답변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턴 거의 외울 지경에 이르러, 가끔은 이게 대외용 외운 답변인지 진정 나의 스토리인지 헷갈릴 정도가 되었다. 앞으로는 누가 물어본다면 "저의 브런치 글을 읽고 오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효율성을 위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1. 나는 개인의 가치관과 동일한 가치를 가진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2. 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꽤나 어려운 사람이다.
3. 내가 너무 좋아하는 건강보조식품 시장은, 혁신이 없다.
앞으로 브런치에서 본격적으로 영양제 덕후가 창업하게 된 썰과 스타트업에서 실패하고 성장한 과정, 그리고 업무의 구조를 만든 모든 히스토리를 브런치에서 풀어보려 한다. 내가 브런치를 하려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와, 이 순간에도 MECE*하게 나누다니, 정말 3년의 컨설팅 훈련이 내 뼛속까지 들어갔구나....!)
최근 나의 세상은 난시가 잔뜩 끼어있어 마이너스 시력으로 보는 것 같았다. 뿌옇고, 지금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떤 tracking도 되지 않아서 불안했다.
오히려 기록되어, 글로써 존재할 때 진정으로 '존재'했다고 느끼나 보다. 나에게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건 결국 기록이다. 기록하지 않아, 잊힐 것이라는 불안은 결국 죽음에 대한 불안에 까지 맞닿아 있다.
특히, 난 대학 때의 나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당시에 꾸준히 썼던 블로그 글들을 보면서 그때의 감격과 고민들을 지금도 엿볼 수 있고, 당시 고민들의 결론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난 20대 초반의 나를 굉장히 좋아한다.
근데,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고민들을 먹고 산다. 그래서 나에게 기록은 잊히지 않겠다는 다짐과도 같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앞서는 게 현생의 기쁨인가. 오늘 하루 흘린 땀, 지금 친구들과의 수다, 그리고 지금의 피곤한 몸, 그 순간들에 못 이겨 별거 없어 보이는 일상을 기록하는 일을 항상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현실을 모두 즐기고 돌아온 어느 때, 조금 허탈하고 허무함을 느낀다. 현생을 즐긴 딱 그만큼의 마음속 공간이 메워지지 않은 채 속이 텅 빈다. 결국 나에게 언어로, 시각으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과 시간들은 결국 내 기억에서 잊히고 사라져 버린다. 존재하였지만,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는 도전들과 매일의 크고 작은 고민들이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기록을 다시 제대로 시작해보려 한다.
자기만의 다이어리로 기록하면 되지, 굳이 세상에 보이는 브런치로 공개하는 이유는 뭐지?
자기애?(끄덕끄덕) 관종?(끄덕끄덕)
다 맞지만, 그 무엇보다 난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싶다는, 아니 본질적으로는 연결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나는 나를 너무도 잘 안다. 나는 기록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하겠다고 다짐하겠지만 결국엔 또 스스로와의 약속을 저버릴 거다. 혼자 하는 다짐보다, 다수와의 약속 그리고 체면이 어떤 일을 지속하기에 더 적합한 것을 알기에. 그리고 난 나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기도 하다.
나는 자기가 특별한 줄 아는 아무개이다. 나는 여성이고, 창업가이다.
그런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읽고 자기의 상황과 현실보다 더 큰 꿈을 위해 도전하기 위한 용기를 얻는데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나는 진심으로 행복할 것 같다. 아직도 너무 부족하고, 갈 길이 먼 내가 하는 이야기가, 이미 성공한 분들의 이야기보다 내 또래 친구들에게 더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더 쉽게 용기 낼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