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DR Program 참여 후기
미국 진출을 고민하던 때 가장 아쉬웠던 건, 미국에 갈 수 없다는 것! 16시간 비행길에 올라 ‘시장 조사’를 하러 간다는 건 대표에겐 꿈같은 일이다. 그만큼의 시간으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기회비용 때문에라도 어떻게든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압박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년 ‘나 올해 미국 출장 갈 거야!’ 다짐만 반복하다 드디어 좋은 기회를 찾았다. 파트너사 소개로 지원하게 된 Stanford Center for Innovation and Design Research (SCIDR) Program. 지원서를 쓰고, 줌 인터뷰를 보고, 제품 샘플을 보내고, 여러 과정을 거쳐서 오니스트가 최종 선정되었다. 정말로 미국에 가게 되었다!
미국 고객과의 만남
모든 일정은 스탠포드 대학 내에서 이루어졌다. 가장 먼저 진행한 건 Gen Z Focus Group. 스탠포드 학생들에게 그들의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뷰티 루틴 등을 들어보았다. ‘오니스트 고객들은 주로 30대인데, 미국에서도 그럴까?’ 생각했었고 역시나. 학생들은 아직 이너뷰티보다 스킨케어, 메이크업에 더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다음 날엔 제품 샘플들과 브랜드 소개를 준비해 스타트업 부스에 자리를 잡았다. 스탠포드 학생 및 교수님들이 50명 넘게 오셔서 설명을 드리는데,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학생이 내 창업 스토리와 마케팅 방식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물어보셨다. 대화를 나눠 보니 역시나 Stanford MBA 학생이었다. 창업을 하기 전에 미국 MBA를 고려하기도 했었고, 옛 회사 동료들 중에도 MBA에 갔던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괜히 더 반가웠다.
오프라인 유통사 Field Trip
개인적으로 미국 유통의 끝은 오프라인 입점이 아닐까 싶다. 온라인 시장도 워낙 크지만, Sephora나 Whole Foods 같은 주요 채널에 입점하면 브랜드가 또 다른 Stage로 넘어가는 것 같다.
어떤 브랜드가 이런 오프라인 채널에 입점했는지, 그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프로그램 중에 Retail Field Trip이 있어서 다른 대표님들과 함께 다양한 채널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니 100만 원어치가 족히 넘을 샘플들이 캐리어에 가득 담겼다.
Happy Hour
팔로알토에 있는 스프링캠프 VC 하우스에서 Happy Hour가 진행되었다. VC 분들과 이번 SCIDR 담당자 분들 정도가 오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스타트업 및 업계 분들이 찾아오셨다. 기분 좋은 북적임이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계신 분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니 미국 시장에 대한 꿈이 더 강해지고 선명해졌다.
Hallyu Exhibition @Sanfrancisco Art Museum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진행 중인 Hallyu Exhibition, 그 전시회에 우리 스타트업들도 일일 팝업을 세우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 고객을 만났다!
“I take this! it’s so cool.”
Museum에서 일하시는 분이 갑자기 말을 걸어오셨다. 알고 보니 슬기 bias이신 분이셔서, 하이슬기 유튜브를 본 다음부터 트리플샤인을 먹고 계시다고! 내가 너무 어안이벙벙해서 못 믿는 눈치니까 본인 서랍에 있는 트리플샤인을 가져와 인증까지 해 주셨다. 와우!
재밌는 사건 하나 더. 홍진경님이 이번 전시에 연설자로 오셨는데 우리 부스를 발견하고 방문해주셨다. 이전에 홍진경님이 트리플샤인을 내돈내산으로 드시고 계신 걸 알게 되어 연락을 드린 인연이 있었다. 이후에 따로 광고까지 진행하게 되었고. 이렇게 먼 곳에서 만나뵈니 더 반가웠다.
• We need to change the pkg → 패키지를 더 친절하게 개선해야겠다. 시장 조사로 사 온 패키지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좋은 요소들을 벤치마킹할 예정.
• 한국과 미국의 CPG cap → 한국 시장의 CPG cap은 300억, 미국은 2000억.
• 미국에서 눈에 띈 키워드 → 건강, 클린, Fresh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 Korean Idol → 이들을 주목할 것. 해외 시장에서 폭발적인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오니스트를 창업하기 직전에 미국 여행을 다녀온 적 있다. 미국 스타트업 브랜드들의 제품을 구매하며 시장을 경험해보던 게 벌써 5년 전 일이다. 이번에는 오니스트 대표로서 미국을 찾은 게 감회가 새로웠다.
사실, 부푼 꿈만 함께한 출장은 아니었다. 걱정과 무서움이 공존했다. 눈을 감으면 설레는 마음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해야 할 일들이 떠올라 잠들기 어려운 그런 마음!
‘이 큰 땅에 내가 설 곳 하나 없을까’ 자신감 넘치는 마음과 ‘이 멋진 브랜드들을 이길 수 있을까’ 심장이 턱 막혀버리는 마음. 하지만 ‘결국엔 해내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한국에 돌아왔다. 이번 미국 출장은 내가 요즘 잊고 있던 걸 깨닫게 해준 중요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