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조각] 반갑지 않은 손님_1

by 보니콩

인생을 살면서 다들 원치 않은 경험을 했던 상황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오늘의 [기억 조각]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그로 인해 많은 것을 배웠던 어쩌면 조금 무거운 이야기이다.


열아홉, 특성화고등학교를 다니던 고3의 나는

취업만을 목표로 매일 같이 교내에 있는 취업센터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이를 예쁘게 봐주신 덕일까?'

취업센터 담당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지원했던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회사명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유명 대학교 내에 위치한 벤처기업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해당 대학교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좀 더 믿음이 갔던 것 같다.


30분가량의 면접을 마치고 대표님은 흡족한 표정으로 당장 다음 주부터 출근할 수 있는지 여쭤보셨다.

그렇게 난 우리 과에서 가장 먼저 안정적인 사무직에 취업했다.


드디어 나의 첫 사회생활이 시작되었고 기대반, 떨림반의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다.

조그만 사무실 두 개, 하나는 면접을 봤던 대표님 방이었고 하나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이었다.


사무실 한쪽 구석에 만들어진 내 자리, 왠지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입사 일주일차, 어느 정도 회사 분위기에 적응해 나가다 보니 느낀 점이 있다.

'여기 은근히 전형적인 꼰대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기업이네..?'

대표님께 무조건 굽신 거리는 상사, 자연스러운 반말, 일 미루기, 나이를 언급하며 은근한 무시 발언 등등

요즘 흔히들 말하는 MZ세대 가치관을 가진 신입이라면 아마 바로 퇴사했을 것 같다.

(이렇게 말하니 나이가 많아 보이는 느낌인데 아직 꺾이지 않은 20대 후반이라는 사실ㅎ)

하지만 그땐 어느 회사든 다 그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행동들이 내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열정 충만했던 열아홉의 나는 회사에서 나름 야무진 신입으로 인정도 받으며

잘 헤처 나가고 있었고 무탈하게 반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회사에서 연구 개발을 진행하던 제품이 출시되었고

성공적인 투자를 받게 되면서 회사는 점차 커져갔다.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우리 회사는 시청 근처에 꽤 큰 건물을 매입했고 대대적인 이사를 했다.

이전 사무실 보다 10배는 커진 사무실, 옆자리 직원 언니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넓어진 업무 자리와

내 키보다 조금 작은 파티션이 생겼고 당 떨어짐을 위한 간식바와 물통을 갈지 않아도 되는 정수기가 생겼다.


가장 좋았던 건 주변에 식당과 카페가 많아졌고 지하철이랑 버스 정류장도 코앞에 있어서

출퇴근할 때 더 이상 환승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뭔가 이제야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회사가 커지면서 제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공장과 연구소를 오픈하게 됐고 많은 직원도 뽑아야 했다.

성실한 직원을 원하시길래 나는 아직 취업하지 못한 같은 학교 친구들과 후배들을 적극 어필했다.


결국 회사와 우리 학교가 인력 양성 사업 계약을 맺게 되었고

10명 정도의 친구들이 회사에 취업했다. 왠지 나도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급격히 성장해 가는 회사에서 쌓여가는 업무를 버텨내고 승진도 하며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지극히도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회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