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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마마 Aug 03. 2024

새들 스티치

중학교 학부모 동아리 활동으로 가죽공예를 했다.

장지갑 만들기

새들 스티치로 네 군데를 바느질하고 마감하는 작업이었다.

바늘 두 개씩 총 네 군데에 작은 실패에 실을 감아 꽂아두었다.


강의하는 중 퀴즈 여섯 문제가 나왔다. 승부욕이 발동해서 하나 맞추고도 같은 테이블 언니 동생에게 저요를 외치라고 정답을 말하길 부추겼다. 선물 그게 뭐라고.

퀴즈 문제는 보조 선생님 이름, 강사 이름, 공방이름, 바느질 이름, 베지터블 염색 성분 두 가지, 마감도구 이름, 오늘참석 인원이었다. 퀴즈를 맞힌 사람에게는 리사이클 가죽으로 만든 카드지갑을 선물로 주었다.

나는 공방 이름을 맞춰 베이지색 하나를 득템 했다.


한 시간 넘게 바느질을 하고 가죽 단면에 토코놀을 바르고 슬리커질을 하여 마감하였다.


오늘 가죽공예도 공예지만 직원역량강화교육으로 어떨까 해서 알아보려던 이유도 있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엄두도 못 냈을 스케일의 장지갑 아니면 좀 더 사이즈는 크지만 가격은 오히려 장지갑보단 저렴한 파우치까지도 가능할 듯싶다.


이런 교육이 역량강화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

교육 목표는 성취감, 자기 효능감, 대인관계능력, 유대감, 소속감 향상이 주 레퍼토리다.


공예하면 울 엄마가 최고다.

다른 집엔 거의 안 가봐서 모르기도 하다.

친구집에라고 해봐야 연이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문구류 사들고 가선 두 시간 놀다 왔다. 친구집에 가면 두 시간 놀다 오는 게 엄마가 허락하는 최대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주황색 털실로 짜 주셨던 스웨터와 치마 세트, 집안 곳곳 코바느질로 만든 레이스 느낌의 하얀 덮개들, 집안을 늘 향기롭게 해 주던 비누공예들, 초등학교 친구 열이가 우리 집에 오면 향기가 좋았었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엄마가 간식을 만들어 주셨고 도넛 가루로 도넛을 튀겨 주셨다. 이것도 친구 열이에겐 특별했나 보다. 농사일로 바쁜 엄마지만 집안 디테일과 음식들은 정갈했다.

철마다 바뀌는 커튼과 이부자리. 아침에 일어나서 이부자리 정리하고 청소하고 자기 전에 청소하고 이부자리 펴고.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했다. 마루에 니스칠이 되어 있었는데 엄마는 정기적으로 니스칠해 주었다. 엄마는 마룻바닥이나 밥상 모서리에 흠집이 나면 바로 황토색이나 갈색 크레파스로 칠해서 니스나 투명 매니큐어로 마감해서 흠집이 눈에 띄지 않게 원래대로 원상 복구를 했다.

세탁기에 덮어두었던 보자기가 흐트러져서 엄마한테 혼났는데 삼 남매가 서로 나는 아니라 해서 범인은 결국 안 나오고 그러면 우리는 모두 벽 보고 무릎 꿇고 손들어서 벌을 서던 게 억울하면서도 재밌는 추억이다.

아무튼 엄마는 등공예로 TV다이를 만들고 박공예로 장식물을 만들고 초파일이면 진분홍과 초록색 지지미 종이 끝을 말아 반대쪽을 연등살에 한 잎 한 잎 붙여 연등을 만들었다. 그 정도는 나도 도울 수 있었다. 코바늘집엔 코바늘들이 키순서대로 줄 서 있고 대바늘집엔 대바늘들이 키순서대로 굵기 순으로 줄 서 있었다. 종이공예로 작은 서랍장이나 함을 만들기도 했다. 엄마는 살 수 없으니 만들었다고 했던 것도 같다. 아빠와 할머니 눈치 보여 뭐 하나 맘대로 살 수 없었던 것일까.


새들 스티치는 바늘이 두 개다.

서로 한 번씩 교대로 오가며 완성한다.

한꺼번에 조절할 수도 없다.

그때그때 적당한 힘으로 당겨줘야 한다.

너무 느슨하지도 않고

너무 세지도 않게

한 곳으로 들고 나며 아주 나란하게

두 사람의 호흡이 새들 스트치 같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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