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퍼는 쿠팡의 노동 기계다
몇일 전 쿠팡물류센터 알바를 다녀온 후기를 작성해볼까 합니다. 여행을 다녀오면서 기존에 하던 일을 관뒀던 터라 자리가 날때까지 집에만 있자니 무료하고 해서 쿠팡물류센터 알바를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고 지원을 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 알바는 네이버나 구굴에 '쿠팡 물류센터 알바'라고 검색하면 지원할 수 있는 사이트가 나옵니다. 지원은 굉장히 간단하고 지원을 하고 몇시간 후면 집에서 가까운 물류센터로 출근확정이 되었다는 아래와 같은 문자가 옵니다.
전 간에 일을 하고싶었고 맞는시간이 간선하차라는 분야라서 간선하차로 지원을 했습니다. 쿠팡에선 근무 전 사전 안전교육 가능여부를 묻는 문자를 보내오는데 굳이 현장에서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 온라인으로 사전 교육을 듣고 안전교육수료를 완료했습니다.(안전교육 온라인 불가시 확정된 출근시간보다 1시간 일찍 가야됩니다.)
그리고 잠시뒤에 출근이 확정되었으니 출근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카옥을 보내옵니다. 출근, 일정변경, 포기 3가지 옵션이 있는데 출근을 선택하면 알바 확정이 됩니다.
출근 옵션을 누르면 출근 전 필독사항과 쿠펀치(쿠팡물류센터 전용 어플)를 설치할 수 있는 URL를 보내주고 출근 전 어플을 설치하고 필독사항을 확인하라는 카톡메세지를 보내옵니다.
이부분을 보면서 진짜 시스템을 잘 되어있다고 느꼈습니다. 비대면으로 출근 전 온라인교육부터 출근시 필요한 부분까지 자세한 내용을 전달해줍니다.
제가 배당받은 쿠팡 물류센터는 집에서 차로 25분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있었습니다. 주간이라 그런건지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9시 30분정도까지 도착할 수 있게 아침에 출발을 했는데 카톡메세지를 통해 알려준 자차이용시 주차장 주소는 엉뚱한 곳이였습니다.
캠프관리자에게 전화를 하니 거기는 아니랍니다. 시작부터 영 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담당자는 자기가 전화가 많이오니까 한번만 설명을 하겠다고 하고 주저리주저리 주차장 주차 후 찾아오는 길을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행히 핸드폰에 설치된 에이닷의 통화요약 서비스를 확인해서 주차 후 물류센터를 잘 찾아가긴 했습니다. 9시 50분인가 시작 전 겨우 도착을 하고 쿠펀치 어플을 통해 근로계약서 작성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라고 해서 내려가는데 어디로 가야되는지 모르겠어서 아무대나 갔더니 경비아저씨가 그쪽으로 오면 안된답니다 ㅡㅡ
헬퍼들 이동 동선이 있고 출입시 법원이나 공항에나 있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됩니다. 주머니에 있는 모든 걸 꺼내놓고 검색대를 통과하면 헬퍼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나옵니다. 경비분께 어디로 가야되는지 물어보던 중 관리자로 보이는 분이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관리자는 수동지게차를 사용할 줄 아는지 물어보는데 설명서만 봤다고 했더니 이건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만 배치가 된다며 그냥 집에 보낼수 없으니 다른 업무를 주겠다고 합니다. 아니 자격이 있는지 사전에 체크도 안해놓고 가보니 안된다고 다른거 하랍니다. 거참 하라면 해야지 별 수 있나요.
제가 처음 배정받은 곳은 수많은 배송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컨베이어벨트가 있는 분류장이였습니다. 총 4단정도되는 곳에 플라스틱 박스가 놓여져있고 그곳으로 수많은 쿠팡 배송 물건들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물건은 홀수끼리는 섞을 수 있고 짝수 홀수 섞으면 안되고 박스에 넣어서 컨베이어벨트에 놓을 때는 송장스티커가 1개만 보이게 놓으라고 합니다.
그렇게 일을하게 되었는데 정말 숨쉴 틈없이 쏟아져나오는 물건들로 인해 잠시도 가만히 서있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빨간불이 들어오고(물건이 쌓이게 되면 빨간불이 들어오는데 그럼 거기를 먼저가서 처리해야 됨) 여기서 물건을 정리하면 저기서 불이 들어오고 똑같은 작업을 무한반복하는 곳이였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일하다보니 12시라고 합니다. 근데 희한한 건 경험상 몸으로 하는 일의 경우 일이 빡세면 시간이 금방 갔는데 여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였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기본시급을 받는 일치곤 너무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생수배송일을 2년가까이 했었습니다. 생수배송은 일 시작하고 한달안에 10명중 8명은 그만둔다는 힘든일입니다. 생수배송일을 했던 나조차 일이 빡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12시부터 12시 30분까지 헬퍼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오전에 일하던 작업장으로 복귀했습니다.(쿠팡은 단시간 헬퍼에겐 식사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대신 400원에 다양한 음료를 먹을 수 있는 자판기가 있었고 즉석 라면조리 자판기도 있었습니다.)
암튼 오전에 일을 했다고 요령이 생겨서인지 오후엔 나름 오전보단 일이 수월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계속 들어오는 물건적재용 플라스틱 박스를 챙겨서 컨베이어벨트 아래쪽에 쌓아놓고 나면 다시 뒤쪽 배송물건들이 쌓이고 그걸 빠르게 작업하다보면 다시 박스들이 들어오고 쉴 틈없는 작업의 연속이였습니다.
그러다 뭔가 정리를 한다고 작업을 마치고 한쪽으로 모이라고 합니다. 헬퍼들이 모이니까 그 물건 적재용 박스 접혀있는 걸 빠레트에 쌓으라고 합니다. 그렇게 또다른 잡일을 하고 있으니까 오후 3시쯤 다른 모든 헬퍼들이 퇴근을 합니다.
저는 4시까지라고 하니까 쌓고있던 박스들을 마저 쌓으라고 합니다. 작업을 끝냈다고 하니 이제는 쓰레기 봉투를 들고 작업장 전반을 돌면서 쓰레기를 줍고 청소를 하라고 합니다. 이건 뭐 잡부가 따로 없습니다.
근데 문득 이게 뭐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일이 빡신 건 그렇다치겠는데 이건 누가봐도 시간 때우기용으로 사람을 쓰는게 뭔가 굉장히 짜증이 났습니다. 알바를 하러 온 건 맞지만 뭔가 공사장의 잡부 느낄이랄까? 암튼 조금 자괴감이 들기 시작해서 알바 종료시간 20분전에 그만하고 갈테니까 시간 차감을 하던지 알아서 하라고 하고 나와버렸습니다.
위 사진들은 쿠팡 물류센터 알바를 하고 온 당일 집에서 찍어놓은 겁니다. 총 5시간 반정도를 일했는데 더운 날씨가 아니였음에도 일할 때 입었던 반팔티가 소금끼에 쩔어있었습니다. 그냥 나중에 혹시나 필요할 거 같아 남겨놓았는데 브런치 글에 사용하게 되었네요.
1. 물류센터 내 관리자들은 대체적으로 친절하다.
2. 알바 접수부터 사후 처리까지 시스템도 훌륭하다.
3.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틀리겠지만 일의 강도는 높은편이다. (생수배송일을 했던 사람이 느끼기에도 일의 강도는 쎄다)
4. 5시간 반을 일할 때 오전 2시간, 오후 3시간 반 동안 쉬는시간없고 연속으로 일만한다.
5. 작업장에 그 흔한 정수기 한대가 없다. 현장 다른 경력직 헬퍼의 말을 빌리자면 여름까진 있었는데 지금은 치웠단다. 헬퍼들이 중간중간에 물을 먹어서...)
5. 연속으로 일을 한다면 주휴수당이 나오기에 최저시급 이상을 챙길 수 있지만 일정기간 이상 근무시 4대보험 비용을 공제하기에 결론적으로 최저시급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
6. 일의 강도로 봤을 때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할일은 아니라고 본다.(경험삼아 하루이틀은 괜찮음)
7. (제일중요) 쿠팡 물류센터 내에서 헬퍼는 사람이 아닌 기계다. 기계처럼 일해야되고 일 중간중간 어디선가 관리자가 나타나 일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며 한소리 하고 간다.(계속 감시당하는 느낌)
8. 일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건 좋은데 문득 2차산업 시대때의 유럽 공장 노동자가 이런 느낌일까하는 생각이 듦
결론적으로 경험을 해보는 건 좋은데 장기간 할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급 개념이라 돈이 급한 분들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일의 강도나 여러가지 조건들을 생각해보면 다른 알바를 추천합니다.
쿠팡이 처음 우리나라에 쿠팡이란 회사를 세울 때 미국의 아마존을 그대로 복사해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아마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한거죠. 그러다보니 회사 차원에서 사람을 굉장히 잘 사용합니다. 일해보면 알게 됩니다. 자신이 기계라는 걸
가끔 쿠팡 근로자가 사망했다는 뉴스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알바를 해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할 때 심장박동수가 굉장히 빨라집니다. 그래서인지 쿠팡은 심혈관지병이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체크합니다. 본인들도 알고 있는거죠. 이렇게 일하면 심혈관이 약한 사람은 문제가 생긴다는 걸
다시는 경험해보고 싶지않은 알바였습니다. 쿠팡 원래 별로였지만 더 싫어지는 회사가 되었네요.
PS> 전 어렸을 때부터 각종 알바를 많이해왔고 사회생활을 할 때도 몸으로 하는 일을 많이했었습니다. 각종 건설현장을 다니며 일을 한적도 많아서 어지간한 일에는 크게 힘들다는 생각을 안하는데 여긴 뭔가 숨막히고 감시당하는 느낌 그리고 사람이 아닌 기계같이 일해야 된다는 느낌이 강했던 거 같아 일하는 내내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쿠팡이 우리나라 여러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걸 알지만 쿠팡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빨리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