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지를 시작하기 전에
2년 전에 적은 케케묵은 글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첫 일본 취업을 실패하고 마음의 방황을 겪다가 스타트업 인턴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소식이 똑하고 끊겼는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인턴이 되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가
얼마 전에 퇴사했다가
이제 일본으로 이직해요!
앞으로 조금 길게 몇 편으로 나누어 쓰고자 하는 것은, 나의 첫 정규직에 관한 이야기다.
정규직 신분으로 2년이라는 시간을 꽉 채웠다. (인턴 시기를 포함하면 2년 4개월이 되기는 한다) 나는 그동안 앱 서비스 기획 직무로 입사했고 또 일했다. 그런데 회사 업무 특성상, 앱 서비스만을 만든 건 아니었다.
하드웨어 단말 기획도 하다가 앱 서비스 기획도 하다가 패키징 기획도 하다가 종이 매뉴얼도 만들다가 상세 페이지도 만들다가 기타 등등의 운영 업무도 하다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면 위에서 언급한 각양각색의 기획을 모두 도맡았어야 했다. 정말 기획자가 할 수 있는 기획의 A to Z를 했다고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다.
몇 번이고 소속한 팀의 이름이 바뀌었다. 상품전략이었다가 상품기획이었다가 플랫폼기획이었다가 다시 상품기획이었다가. 내가 했던 일은 변한 것이 없는데 나를 지칭하는 것들이 변해갔다.
(그 덕에 명함만 몇 번이고 재발급 받아야 했다. 결국 다 써보지도 못한 채 버려졌지만.)
상사는 계셨지만 사수는 없는 상황에서 업무를 진행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혼나고 깨지고 실수하고 했던 말을 번복하고.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매일 밤낮 울었던 날도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날 아하 하고 외쳤던 순간이 찾아왔다. 일을 안다는 건 이런 거구나, 했던 묘한 깨달음은 나를 고양시키기도 했었다.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또 헤어졌다. 그만큼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고 참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 힘든 것보다 사람 힘든 게 더 괴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도 했고.
스스로도 생각해도 참 많이 배웠고 또 많은 것이 변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주 뜻깊은 시간들이었는데, 내 손으로 무언가를 남기지 않은 것이 끝나고 보니 참 아쉽더라.
그래서 짧진 않게, 하지만 길진 않게 흔적을 남겨야겠다 생각했다. 기억이 더 흩어지기 전에, 새로운 기억들로 덧입혀지기 전에.
여기서 배우고 깨달은 많은 것들을 적어내려보려고 한다. 올해와 내년 초까지 해서 천천히.
(원래 목표는 새로운 회사 입사 전까지 작성을 끝내는 것이었는데, 입사를 2일 앞두고 프롤로그를 적고 있으니 아주 환장할 노릇이다.)
어쩔 수 없지. 이왕 늦은 거 찬찬히 적어야겠다 싶다. 느지막이 과거를 음미하고 또 미화하면서.
몇 편으로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마음이 닿는 데까지 적어볼까 한다.
혼잣말에 가까운 글들이 되겠지만, 괜찮으시다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