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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지부지 Jun 10. 2021

팀 흐지부지를 소개합니다_얼렁 편②

우주인 얼렁의 두 번째 시간♡

우쥬(Would-you) 질문은 자유로운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인터뷰보다 대화에 가깝습니다. “혹시, 이 질문에 답변해 주실 수 있나요...?”


우쥬 질문


그나저나 오늘 얼렁 님의 의외의 면모를 많이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얼렁 님이 평소에 활달하고 적극적이어서 인터뷰도 어색함 없이 잘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꽤 부담스러워하시는 것 같네요.


부담스러워 보인다면… 정말 잘 보신 겁니다.(웃음) 사실 저는 나서거나 주목받는 걸 즐기지 않아요.


정말 의외네요. 왜냐하면 회사에선 얼렁 님이 주도적으로 회의를 이끌고 적극적으로 말하는 모습을 많이 봤거든요.


회사에서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데, 이런 사적인 자리에서 주목을 받으면 이상하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약간 고장 난 것처럼 움직이게 되고요. 저는 소극적인 관종이라 소소한 관심이 좋아요.


아! 어쩔 수 없는 거였군요. 사회인의 슬픔이 엿보이는 대목이네요.(웃음) 조명을 어둡게 해서 저희가 안 보이게 해 드릴까요?


으악 싫어요! 더 본격적인 느낌이잖아요!


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불은 끄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가벼운 질문부터 해 볼게요.



얼렁 님은 매일 강아지 이야기를 할 정도로 강아지를 좋아하잖아요. 반려견 토토를 키우고 있기도 하고요! 언제부터 강아지를 좋아하게 되었나요?


강아지는 어렸을 때부터 키워서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어요. 제가 토토 전에 키우던 아이가 있었는데, 오빠가 어렸을 때 갑자기 아프면서 그 아이를 다른 집에 보내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아이한테 미안한 만큼 토토에게 더 잘해 줬는데, 토토를 엄청 예뻐했더니 얘가 저를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 날이 갈수록 토토가 더 좋아졌고 그만큼 강아지에 대한 애정도 커졌죠.


강아지를 다른 집에 보내야 했을 때 너무 슬펐을 것 같아요. 그런데 토토는 어떻게 얼렁 님의 집에 오게 되었나요?


토토는 제가 18살 때 오빠가 본인이 키우고 싶다면서 데려온 강아지예요. 그런데 오빠가 토토를 하나도 돌보지 않아서 제가 거의 도맡아 키우게 되었죠. 그 대신 토토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비밀인데, 토토가 오빠를 발톱의 때처럼 여기는 것 같아요.(웃음)

참, 토토가 지금 12살인데, 사람 나이로는 60살이 넘거든요. 그래서 아플까 봐 너무 걱정이에요. 아직 건강하긴 하지만... 혹시 몰라서 예전보다 더 열심히 영양제 사서 먹이고 있어요. 토토를 키우면서 돈 버는 보람을 느끼고 있답니다.


토토에 대한 얼렁 님의 참사랑이 느껴지네요. 참, 얼렁 님, 강아지만큼 짱구도 좋아하잖아요. 맨날 짱구 애니메이션 보고 집에 짱구 관련 물건이 가득 쌓여 있고.(웃음) 짱구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제가 어렸을 때 투니버스란 채널이 유행했는데, 거기에서 짱구 애니메이션을 많이 틀어 줬거든요. 그래서 학교 다녀오면 자연스럽게 짱구를 봤어요. 계속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아지더라고요.


오! 맞아요. 저도 어릴 때 투니버스에서 짱구 애니메이션을 자주 봤어요. 짱구에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잖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철수를 좋아하거든요. 혹시 얼렁 님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나요?


음, 어렸을 땐 다 좋아했는데, 크면서 호불호가 생겼어요. 저는 짱구가 가장 좋고, 그 다음으로는 맹구가 조용하고 착해서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캐릭터는… 노코멘트하겠습니다.(웃음)


무던한 캐릭터를 좋아하나 봐요.


하하, 네, 저는 무던한 게 좋아요. 자극적인 건 싫거든요.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싸우는 장면은 안 보고 넘겨요. 그 장면을 보는 자체가 스트레스예요. 아! 최근에 저랑 정말 잘 맞는 드라마를 하나 찾았는데, 혹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 아시나요?


tvN에서 방영하는 의학 드라마 아닌가요?


맞아요! 이거 정말 재밌어서 열 번도 넘게 봤어요. 일반적인 의학 드라마에서는 의사들끼리 갈등하고 싸우잖아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런 게 없어요. 동갑내기 의사 친구들의 케미를 보여 주는 잔잔한 일상 드라마거든요.


오! 재밌겠어요. 꼭 봐야겠네요. 그런데 얼렁 님은 갈등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그럼 실제로 그런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풀어 나가나요?


우선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요, 걱정도 많이 해요. 내가 뭘 잘못했나 수백 번 돌이켜 생각하고 그래도 모르겠다 싶으면 소심하게 이유를 물어보죠. ‘혹시 내가 서운하게 한 거 있니…?’ 이렇게요. 예전엔 제가 무조건 참고 상대방에게 맞춰 주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을 온전히 해소하려면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갈등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죠. 그건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살아가면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으니, 이걸 올바르게 푸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얼렁 님은 ‘대화’라는 좋은 방법을 찾아서 다행이에요. 만약 저희 사이에도 갈등이 생기면 꼭 대화로 풀어 나가요.


좋아요.(웃음)



혹시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 있나요?


특별한 말이 있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가 저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때 기분이 좋아요. 특히 챙겨 줘서 고맙다거나, 위로가 된다는 말이요. 사실 저는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현하는 편도 아니에요. 그래서 가끔은 제가 다른 사람에게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걱정이 되곤 해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면 안도감이 들어요. 저에게 서운한 마음을 느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한편으로는 얼렁 님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부담감도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누구나 이왕이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고 싶지 않나요? 저도 딱 그 정도의 마음인데, 생각보다 체력이나 끈기가 부족해서 다른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너무 무심해 보일까 봐 걱정이 되는 거죠.


하지만 저희가 생각하기에 얼렁 님은 굉장히 다른 사람을 잘 챙겨 주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희 사이는 얼렁 님이 이어 준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입사 초에 혼자 어색하게 있으면 같이 얘기하자고 말 걸어 주고, 밥 먹을 때도 같이 먹자고 챙겨 주고. 여하튼 얼렁 님이 없었다면 저희가 이렇게 모이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가요. 몰랐어요. 저는 제가 주변 사람을 잘 안 챙긴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니에요. 저는 얼렁 님처럼 주변 사람을 세심하게 잘 챙기고, 동료를 빨리 친구로 만드는 사람 처음 봤어요. 그래서 얼렁 님이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하는 게 부담이 된다고 했을 때, 걱정을 하나도 하지 않았던 게 얼렁 님의 그런 모습 때문이었어요. 그러니 이젠 그런 부담이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앗! 얼렁 님 귀 빨개졌어요. 귀에만 빨간 조명 켜 놓은 것처럼 진짜 빨갛네요.(웃음)


창피하네요.

 

자, 그럼 부끄러워하는 얼렁 님을 위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볼까요?(웃음)



얼렁 님,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처음엔 방송국 PD로 일을 시작했잖아요. PD가 된 이유가 뭐예요?


대학생 때 선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기독교 캠프에서 봉사 활동을 했어요. 거기서 미디어 팀으로 활동하면서 카메라로 촬영도 하고 실시간 중계도 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이후 PD라는 직업에 큰 관심이 생겼죠. 그런데 제 전공과 관련이 없는 직업이다 보니 이 직업이 나랑 잘 맞는지 확신이 안 서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방송국에서 2년간 계약직 조연출로 일해 보기로 했죠.


일은 잘 맞았나요?


네, 정말 잘 맞았어요.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방송이라는 결과물이 뚜렷하게 눈에 보이니 보람도 느꼈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그런데 왜 PD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공채 PD 시험을 준비했는데 문턱이 너무 높더라고요. 필기에 통과해도 면접에서 떨어지는데, 이걸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애초에 인원을 많이 뽑으면 노력을 더 해 보겠는데, 그게 아니니까 더 무기력해졌던 것 같아요. 방송국을 다 합쳐서 교양 PD를 1년에 약 10명 정도밖에 안 뽑았거든요. ‘거기에 내가 들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보다 소속감이 중요한 사람이더라고요.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PD 시험을 준비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아무 곳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불안감이 커졌어요. 그래서 PD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여러분을 만난 회사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아쉽기도 해요.


그럼 대학생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결정을 할 거예요?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휴학을 하고 더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해 봤을 거예요.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주는 안정감을 이용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끈기 있게 시험을 준비하지 않았을까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해 볼래요.(웃음)



혹시 좋아하는 문장이 있나요? 대사나 명언도 상관없어요.


‘하쿠나 마타타’요! 힘이 없을 때, 우울할 때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고 나면 기분이 너무 좋아져요.


그게 라이온킹에서 나온 대사죠? 라이온킹을 좋아하는 건가요?


음, 라이온킹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고, 계기가 있었어요. 제가 2017년에 혼자 유럽 여행을 갔다고 했잖아요. 제 한계를 경험하겠다며 당차게 떠난 여행이었지만, 혼자 하는 여행이 처음이라 그런지 여행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가 영국에서 라이온킹 뮤지컬을 봤는데, ‘하쿠나 마타타’라는 대사를 듣자마자 왠지 모를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됐어요.


하쿠나 마타타! 저도 자주 외쳐야겠어요.(웃음) 그런데 듣다 보니 정말 여행 가고 싶네요. 시간이 없어서 가지도 못하겠지만… 혹시 1년 동안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


정~말 여행 가고 싶어요. 유럽 여행 갔던 게 너무 좋았어서, 다시 한번 유럽에 가고 싶어요.


특히 가고 싶은 나라가 있나요?


체코도 너무 좋지만, 지금 당장은 파리에 가고 싶어요. 제가 파리에 일주일 정도 있었는데, 일정 다 끝나고 마지막 날 밤에 에펠탑을 보러 갔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에펠탑 야경이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에펠탑을 마지막 날에 본 걸 정말 후회했죠. 다시 파리에 간다면 에펠탑 주변에 숙소를 잡아서 밤마다 에펠탑을 보고 있을래요. 물론 맥주도 한 캔 마셔야겠지요?


저도 가고 싶네요. 유럽 이외에 또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뉴욕에 가고 싶어요. 원래 작년 크리스마스에 뉴욕에 가려고 했어요. 2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뉴욕에서 맞이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알다시피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게 망했죠. 제 마지막 20대를 그렇게 허무하게 보낼지 몰랐네요.(웃음)


올해는 힘들 것 같고, 2022년의 크리스마스는 뉴욕에서 맞이하길 바랄게요.


감사해요. 내년에는 하늘길이 열리겠죠? 30대에는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많아져서 매 크리스마스를 외국에서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어느새 인터뷰 막바지네요. 저는 얼렁 님께 이 질문을 하고 싶었어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 세 가지가 있다면요?


음… 저는 아직 제 자신을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 볼게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떠올려 줬으면 하는 단어 세 가지가 있나요?


질문에서 조금 벗어난 답변이긴 한데, 저는 최근에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에서 벗어나는 중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를 마냥 착하고 긍정적이고 활달한 사람으로 보는데, 사실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데 20대에는 그런 이미지에 얽매여 살았던 것 같아요. 더 착한 척하고, 더 활달한 척하고… ‘진정한 나’로 살지 못했던 아쉬움이 크기 때문에 지금은 사람들에게 본모습을 더 보여 주려고 노력해요.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 괴리감이 가장 큰 모습이 뭐예요?


음, 활달하다는 거요. 물론 활달한 모습도 있지만, 저는 내향적이고 예민한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제게 활달한 모습만 기대하는 것 같아서 조금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최근에는 처음부터 제 본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요. ‘진정한 나’를 봐줬으면 좋겠거든요.


얼렁 님이 생각하는 ‘진정한 나’의 모습은 어때요?


음, 아까 대답했던 것처럼 아직은 제 자신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라는 미완성의 그림을 그려가는 중이니까 조금 기다려 주세요.(웃음)


기대할게요! 인터뷰는 여기에서 마칠게요.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부탁드려요.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나름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고,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 보고. 그래도 역시 자신에 대해 말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네요.

여하튼 저를 되돌아보고, 더 알아 가는 시간이 된 것 같아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 저를 처음 만나는 모든 분들께 이 인터뷰를 보여 드리고 싶네요. ‘얼렁 소개서’로 말이죠.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하쿠나 마타타!






   얼렁의 소행성 N701 발견

미완성인 자신을 조금씩 그려 가는 중

동료를 친구로 만드는 특별한 능력의 우주인

하쿠나 마타타! 지금의 행복을 최대한 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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