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호는 불길한 말을 곧잘 했다. 불길하다는 단어를 중국어로 쓰자면 불길리(不吉利)다. ‘그는 불길한 말을 잘한다’라고 한다면 他愛說不吉利的話 라고 쓴다. 놀라운 예측과 예리한 촉의 문제일까. 저러다 저거 떨어지지,라고 가파르게 올려놓은 물건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떨어진다거나, 국가대표 야구를 하품하며 보다 9회 말 투아웃까지 이기던 찰나 에이 홈런 맞고 질 패다, 이러면 꼭 그 일이 벌어졌다. 어쨌든 그걸로 꿈에서도 가끔 예지를 받는다거나, 앞으로 있을 미지의 세계를 다 관통하는 듯한 자세로 일에 임했는데 사람들은 그게 다 매를 버는 짓이라며 쯧쯧 비웃기도 했다. 매나 따귀를 버는 일이 현실 세계에서 흔하던 일인가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세상 어디에나 따귀를 날리고 발길질을 해대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이니까.
그 불길한 기운이 없어진 어느 날 그는 문자로 P시 성당 <십사 처 조형물 공모>에 1차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모월 모시까지 2차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서 늦지 않게 오라는 것이었다. 그는 입을 꾹 닫은 채 그가 써냈던 문서를 다시 꺼내 보았다. 마침 가마에 초벌 그릇도 다 넣어두었겠다 시간이 나던 차였다.
성당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뒷길을 걸었다. 성당은 60년대 말에 지어진 고즈넉한 양식의 건물이었다. 소로를 따라 세워진 조형물들 - 십사 처 조각상은 그 행색에 맞게 단정하고 어긋남이 없었다. 정직하고 순수하다 못해 각각 물건들은 단순하고 의미가 깊었다. 어려운 시국에도 할 말을 똑 부러지게 하며 밤을 새운 시인이 만든 작품이랄까. 길을 걸으며 칠이 벗겨지거나 낡아서 떨어져 나간 조각들을 주우며 한참을 걸었을 때 멀리서 노수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 도자기 만드는 작가분이시네. 심사하러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여긴 어쩐 일로.”
“어쩐 일은. 여기, 내가 사는 곳이라오.”
두호는 힘든 걸음을 걷는 그녀가 산길을 걸어온 게 안쓰러웠다. 그의 주름진 손에 낡은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저러다 큰일 나지.
“아무래도 길이 가팔라서 드린 말씀입니다. 조심하셔야 되겠어서.”
노수녀가 빙긋 웃으며 십사 처 조각 중 하나를 가리켰다.
어때요?
두호는 그녀가 가리키는 지팡이 끝을 바라봤다. 그녀가 가리킨 돌조각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십이 처 조형물이었다. 흔히 십자가를 등에 지고 서 있는 형상인데 유독 그 조각품은 달랐다. 체스 말을 연상시키는 데다 곧게 선 십자가를 돌출시킨 윗면에 손바닥이 있어, 거기에 박힌 못 머리가 보이는 게 전부였다. 머리도 몸도 없고 길게 늘어난 사각 십자 형태 위에 손바닥.
“짧은 소견이지만. 나는 저 <제12 처>가 제일 마음에 든다오.”
꼭 십자가에 전신이 박혀 고통으로 몸을 늘어뜨린 형태여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그녀는 담담히 말했다. 노수녀는 그곳을 바라보며 연신 성호를 그었다. 그녀의 손등처럼 나이 든 주름을 가진 소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었다. 두호를 바라보던 수녀는 그럼 잘 부탁한다며 다시 당부했다. 숙원이라 걱정이 많다고도 했다.
두호는 입에 생수를 부어가며 2차 면접자료를 들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문자가 그의 휴대폰에 들어왔다.
‘꼭 찾아야 되것수. 이제 속세를 떠난 지도 오래된 분인데. 그 누나 좀 아프대.’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온 그가 문자를 배달한 대학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꼭 이라니. 나이 들고 더 늙기 전에 한 번 뵈옵자는 건데.”
“형처럼 세속에서 오래 타락한 이가 만나기엔, 좀 그쪽이 이미 너무 고귀하지 않소만.”
“그게 무슨 소릴까. 여태껏 세금 벌금 잘 내고 사는 사람인데, 죄인 취급인 거냐.”
김 빠지던 소리가 들리더니 그가 주소를 불러주었다.
나는 더 모르오. 병원 주손데. 아마 엠피 바리케이드에 걸려서 머리나 박박 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주머니를 뒤져 병원 주소와 속세에 그녀가 썼던 이름을 적어두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둘이 서있던 한강 변 그 자리로 공간이 바뀌는 것이었다.
“김 작가! 여기! 다음 차례인데-.” 그는 휴대전화기를 뒷주머니에 넣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과연 어떻게 변해있을까.
2.
그는 늘 어딘가 바쁘고 두서가 없었다. 아는 이들은 그의 뇌가 남들보다 커서 팽팽 도는 것이라고 말했고, 중구난방의 말들은 그에 입으로 가려진 작은 결점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상기 이미 어둠이 내리고 퇴근한 사내들은 모두 밥상을 노려볼 저녁참이 되었을 때였다. 포천까지 복귀해야 하는 두호는 군모를 벗었다가 다시 썼다. 연신내 시내버스 기사가 버스에 오르지 않는 두호와 민경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타자.”
민경이 불안해하며 말했다.
“연어처럼 버스는 다시 돌아오지. 싹 다 비운 채로. 여기가 종점이잖아.”
“점호 없어?”
“장교는 그런 거 없어. 더러운 비오큐 침상에 누우면 그걸로 끝이지.”
“2인실이라며? 선배 장교고?”
“중대장 단다고 훈련 갔어. 낙하산 타고 십 년 후에나 올걸.”
민경이 픽 웃으며 그의 다리를 걷어차려고 했다.
“글쎄. 이제 이런 걸 못하게 되어서 어쩌나 그래.”
버스 기사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이제 출발한다는 멋진 표현인가 보았다. 스윽 문을 닫다가 다시 열더니 정말 안 타냐고 물었다. 두호가 민경을 돌아보자 그녀가 타라는 눈짓을 했다. 그가 버스 위에 올랐다.
“아무 소리도 하지 마.”
“거기 가더라도 새벽 새소리 조심하고. 떨어지는 십자가 조심하고. 에에 또-.”
입구에 서 있던 그의 너스레를 기사가 덜컹, 출발로 말을 끊었다. 문이 닫히자 버스 뒷자리로 달려가 밖에서 웅크리고 있던 그녀를 바라봤다. 두호가 웃으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춥다, 들어가.
민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대로 서 있었다. 군복차림의 그가 평상복을 입은 민경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저 모습이 속세의 마지막 껍질이겠거니 싶었다. 푸른 가운과 리바이스 청바지에 편하게 신은 나이키 운동화. 충혈된 눈으로 차창을 바라보던 두호는 그제야 서리가 낀 유리창과 안경 탓을 하며 흐려진 시야를 알아챘다. 길지도 오래지도 않은 이별의 시작은 두호가 버스를 타는 순간 군인으로, 저기 남겨두고 간 이는 저렇게 보이지만 이젠 더는 만나지 못할 구도인(求道人)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었다. 이제 곧 제복을 벗을 참인데. 저 여인은 자초해서 그걸 입는다니.
간다오. 춥다. 들어가.
여보쇼. 5월인데 뭐가 춥다는 거요?
건강해라.
그럼! 나 밥 잘 먹어!
배를 채우지 말고. 내면을 배부르게 하시란 말씀.
핏.
네가 사랑하는 하느님께도 사랑을 거르지 마시라 하고.
그러지.
우리 소대 병사들, 다음 달 사격대회 나가는데, 성적 뒷배도 좀.
가라, 가.
버스가 출발했다. 두호가 그녀를 돌아봤다. 이미 손을 흔들던 참이었다. 작아지던 그녀가 사라지자 혼자 타고 있던 버스 안에 적막이 돌았다. 기사가 두호의 얼굴을 백미러로 살피더니 말을 걸었다.
“여보, 장교 군인 양반. 몇 개월 남으신 거요?”
버스 기사가 맨 뒷자리에 앉은 그에게 소리쳐서 말했다.
“이제 일 년이죠.” 두호가 고개를 들었다.
“에구. 다했네. 얼마 안 남았구만. 그거 금방이요. 힘내서 잘 견디구려.”
그래야죠. 국가가 어찌 되든 국도 밥도 잘 먹고 지급한 대로 총 쏘고. 그러다 보면 제대란 걸 하게 되겠죠.
“그래요. 힘내 보슈. 조금만 견디면 민간인인데 뭘. 다 이런 거 추억이라오.”
운전기사는 그 뒤로도 그래도 장교니까 좋지 않소, 라거나 거꾸로 신은 고무신보다 요새는 전투화를 거꾸로 신는 군인들이 더 많더라며 말을 걸었지만, 두호에게는 하나도 그 소리가 들어오지 않았다. 보는 내가 다 애처롭소,라고 그가 말을 던졌다. 두호가 빙긋거리자, 그가 어여 제대하고 좋은 사랑 이루시오,라고 했나 보았다. 하지만 그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버스가 밤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상념의 길을 달리는 그것이 더욱 상념에 지쳐 남루한 사람들을 정류장마다 가득 태우자, 버스는 더욱 털털거리기 시작했다.
마을에 불길한 말을 잘하는 이가 살았대. 그가 뱉은 불행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자, 마을 사람들은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대. 그래서 마을 잔치가 있어도 그를 초대하지 않았더래지. 반성의 기미가 있던 그가 뒤를 돌아보고 자신을 반성했을까. 그는 어쨌든 말조심했겠지. 세월이 지나고 사람들은 그가 그 나쁜 버릇을 고쳤다고 생각했어. 오랜만에 마을에 돌잔치가 열리고. 그 아이의 부모는 망설이다가 그를 초대했지. 마을 사람들은 그가 또 무슨 안 좋은 말이라도 할까 두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마침내 잔치가 끝나고 마음을 놓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갔지. 그는 단 한마디의 불길한 말을 하지 않은 거야. 사람들은 기특한 그에게 떡이며 술을 싸주었지. 기분이 좋아진 그가 한마디 했어.
“나 오늘 한마디도 안 했어. 그러니 저 애가 혹여 어려서 죽더라도 내 잘못이 아니요!”
민경이 키득키득 웃었다. 이거 봐, 넌 이렇게 잘 웃는데.
흠, 하며 그녀가 표정을 고쳤다.
나, 너무 잘 웃어서 큰일이야.
왜, 하느님이 웃지 말라대?
아아니, 그 장소가 그렇잖아. 웃을 일이 없겠지. 웃겨도 참아야 하구.
웃겨도 참는다고?
그럼. 거긴 성소잖니.
신을 모시는 곳이라서인가?
한강 둔치를 바라보던 민경이 캔맥주를 마시며 대뜸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아주 곤란하지 않겠어? 네가 아주아주 잘하는 건데? 웃는 거?
두호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기서 뭐. 웃길 일이 있겠니? 다들 기도하고 그러느라.
민경이 두호 호출기에 목소리를 남겼다.
‘내가 이제 성당으로 아예 들어가. 이번 주가 민간인 끝이야. 네가 시간이 되면 주중이라도 한번 서울로 와주라.’
다급했던 두호가 공중전화를 찾아 전화를 걸자 그녀의 부친이 받았다. 마른 목소리였다.
우리 민경이 친군가? 필요하다는 게 있어서. 제 어미랑 무얼 사러 간 모양이야.
오후 교육훈련을 마치고 보니, 또 목소리가 남아있었다.
‘전화했었네. 아빠가 그러던데. 뭔가 다급한 친구 같더라고. 깔깔.’
두호는 토요일 일과를 마치고 성산동으로 가겠다고 했다. 의정부 가서 버스를 갈아타면 넉넉히 다섯 시까지 도착하니 최후의 만찬이나 함께 하자며 까불었다. 민경은 후후 웃으며, 그럼 그러시든지 했다.
검은 대문 앞에 서자 그녀가 청바지 차림으로 나왔다. 눈으로 서로 웃던 둘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길을 걸었다. 말없이 걷던 길은 그 자리에서 생장을 멈추었다. 인화된 사진의 풍경처럼 더 산화되어 썩는 일이 없어졌다. 골목과 대문과 전봇대들은 할 말을 잃었다. 둘은 시선을 교차하며 말이 사라진 그 대문들과 집들, 골목길을 바라보았다. 가끔 적막을 깨는 것은 지나가는 행인 1이거나 2, 3이 희곡 대본상에 허락 없이 드나드는 순간이었다. 약속이나 한 듯 소음이 들어왔고, 무심한 행인들이 지나갔다. 두 연출자는 색색의 대문 디자인을 보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저 대문이 저 집에 어울리기나 하냐. 가서 무대미술부 다 오라 그래.
킬킬거리며 걷다가 하물며 너는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느냐고, 무성한 질문을 하려다 코앞에서 멈추었다. 질문을 꺼내면 민경은 아예 그 풍경으로 들어가 버릴 것 같았다. 두호는 떨어져 걷다가 가끔 툭툭 부딪히는 민경의 손등을 바라보았다. 고생을 시작한 손이지만 아직 살집이 있었다.
소주? 맥주?
둘 다?
한강 변을 걷던 둘은 매점에 들어가 캔맥주를 골라 나왔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으레 해가 찬란하게 강물 위로 비쳤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찬란하고,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반짝였다.
이럴 때 왜 이러코롬 밝아서 더 슬프지?
비 오면 더 구차해져. 길바닥에도 못 앉구.
둘은 콘크리트 바닥에 걸터앉아 강을 바라보았다. 두호는 라면상자를 구해 와 민경의 자리에 깔아주었다. 민경이 웃으며 반을 북 찢어주었다. 두호는 거절하며 군모를 벗어 그 위에 앉았다.
“눈은 왜 그래? 너 맞았어?”
“왜 아니겠냐. 이 정도면 그래도 나은 거다. 상대는 사지가 틀어졌어.”
“뭐어? 군인들도 싸워?”
“그럼, 합숙하는 동물들이 서열 싸움하지. 수감된 자들의 일상이야.”
“눈이 부었는데?”
훈련하다가 트럭이 뒤로 굴렀다. 병사는 아무도 깔리거나 다치지 않았다. 운전병의 실수였다. 2톤 반 트럭은 이십여 미터 뒤로 미끄러지다가 본관 태극기 사열대를 부수고 멈추어 섰다. 안 그래도 가파른 사령부 대로였다. 하필 그날 일직사령은 악명이 높다는 김무창 소령이었다. 열중쉬어하고 있던 두호 앞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소령이 그의 이름을 ‘김중위 이개새끼’로 고쳐주었다. 진급 없는 군인은 팥 없는 찐빵이지, 하는 데 찰싹하고 따귀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이거 나잖아? 두호는 하도 놀라 자신이 얻어맞는 줄도 몰랐다. 너 다시 말해봐, 이 새끼야! 네, 그게 아니라. 내 말을 니가 지금, 가로막는 거냐고? 엉? 아닙니닷!
트럭은 수송부에서 치료 아니 수리가 되지 않는다고, 조회에서 김 상사가 투덜대더니 마치 제 돈을 써서 고쳐야 한다는 듯 보험사 직원처럼 짜증을 냈다. 축이 아예 다 가부렀다니까요. 젠장. 어쩐대요.
‘어쩌긴 뭘 어째. 그게 당신 직업인걸.’
야, 삼소대장. 별 명이 있을 때까지 영내대기 해.
네.
그리고, 다 나가고 나 좀 봐.
네.
자리가 비워지자 중대장은 마치 두 살 많은 형처럼 두호에게 나직이 말했다. 어젯밤 그는 자다 말고 뛰어와 트럭이며 병사들을 수습했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너, 어제 말야. 그렇게 미친 듯이 화내는 사람한테 뭔 변명을 해.”
“그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해서.”
“그게 설명한다고 들려? 괜히 따귀나 더 벌었지.”
“네, 무참하게 맞았습니다.”
“군법에 회부하니 어쩌니, 그냥 다 중대 차원에서 고친다고 했어.”
“감사합니다.”
“절대 그럴 땐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말하면 다 변명이니까. 잘못했습니다만 해.”
“네. 알겠습니다.”
“그래, 고임목을 끼우니 안 끼우니 있어도 바퀴가 언덕 때문에 굴렀을 거란 소리를 왜 해?”
“그래서. 무창씨한테 무참히 맞았구나?”
“그때 기억은 다 군대에 두고 와서 잘 몰라. 속세에 나오면 절간 일은 잊어야지.”
상점 스피커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발해를 꿈꾸는 젊은 아이들의 유쾌한 말씀이었다. 가사가 또박또박 박히는 노래가 들려오자 민경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두호는 캔맥주를 두 번째 따고 있었다. 그래, 이제 저 노래도 못 듣겠구나. 민경은 체념이나 한 듯 고요해졌다가 스피커의 노래가 그치자 나지막하게 노래를 불렀다.
산에 사안에 꽃이 피이이네
들에 드을에 꽃이 피이이네
봄이 오면 새가 울면
님이 잠든 무덤가아아에
너는 다시 피련만은
임은 어이 못 오시이이는고
산유화아야 산유화아아아야
너를 자압고 내가 우우 우우운다
취향도 독특하지. 1956년도 노래를 아무렇지 않게 부르고 있는 그녀다. 두호는 기억했다. 처음 그를 대면했을 때에도 약간 술에 취한 민경이 트로트를 부르던 것을. 학과 전체가 대천으로 떠난 엠티였을 것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한결같은 처연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인수의 절절하고 카랑카랑한 쇳소리가 아니어도 저 노래는 저리 통곡스럽구나, 하고 두호는 혀를 찼다. 뒤를 돌아보던 민경이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깨닫고 두어 곡을 더 불렀다. 한참 유행 뒤 떨어진 트로트였다. 그리곤 푸욱 한숨을 쉬었다.
“나, 이제 이런 유행가 못 부르겠지?”
“…….”
“웃음 참는 거랑 이게 젤 문젠데?”
“절창이구먼. 잘 부르는 노래다.”
동갑내기 둘은 어두워지는 한강 물을 서로 바라보다가 궁둥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두호는 군모를 다시 펴느라 애를 먹었다. 두호의 기억에는 캔맥주 남은 것을 버리던 것들이나 어떤 군것질거리를 먹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민경이 결정한 그것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을, 그것이 그가 개입하기에 아주 먼 곳으로 이미 떠났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어떤 송별의 방식이 더 성스럽고 아름다운가 하는 문제도 고민에 없었다. 떠나고 남는 자의 사명이나 운명 같은 것이 있다면 대오각성을 이미 지난 이를 사랑이나 연애라는 하찮은 감정으로 소모되게 할 수 없었다. 그게 속세에서 살아온 남자 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의 방식이었던 듯하다. 그들은 다시 어두워진 길목의 집들을 보며, 또 대문들을 점수 매기며 걸었다. 유독 그날은 단독주택, 그것도 대문이 있는 집이 참 많기도 하구나 하며 감탄을 했다. 아파트가 많다더니 꼭 그런 것도 아니던가 하며.
대문 감상을 하고 나자 버스 정류장까지 다다랐다. 민경은 굳이 버스 타는 것을 보겠다고 했다. 서로 손을 흔들자 어둑한 밤이 다시 찾아왔다.
3.
“다시 묻지요. 그러니까 지금 발표자 선생님의 주제는 ‘상생과 만남’이라는 것인가요?”
노수녀가 지팡이를 짚고 있던 손을 고쳐 쥐며 물었다. 손바닥으로 가리킨 화면엔 바닥으로 쓰러지려는 예수를 사람들이 부축하고 있었다. 턱선이 고운 신부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십 대에 접어든 모습이었으나 칼로 벤 듯 깨끗하고 예리한 턱을 갖고 있었다. 노수녀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재차 되물었다.
“저 모습에서, 상생이 떠 오른다는 거죠?”
“네, 형태로 표현하기에 그게 적합하다고 봤습니다. 자료 조사를 해 보니 모든 이미지가 부축하거나 쓰러진 것을 강조해서, 오히려 우울하거나 침울한 죽음으로 보입니다. 그 죽음이 강조된 1차원적인 모습이 많았습니다. 보시는 것은 서울 반포의 K 성당에 있는 ‘십사 처’ 인데요. 이 역시 너무도 강파른 모습의 예수입니다. 쇠막대처럼 마른 모습이 너무도 비현실적입니다.”
노수녀의 고개가 기울었다. 그녀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려다 그것을 떨어뜨렸다. 두호가 말을 멈추고 달려와 지팡이를 얼른 주워 들었다. 노수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노수녀는 방금 물어보려던 것을 잊은 채 자리에 앉아 고개만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두호가 제시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색채는… 우선 밝은 색을 쓰려고 합니다. 청자 표면에 깃들던 은은한 색이 이 형상과 잘 어울릴 듯합니다.”
그때 등산모를 벗으며, 은색 머리칼을 드러낸 사내가 물었다.
“김 선생은 그 색이 상생과 어울린다고 본 것이지요?”
“네, 이 색엔 유려한 도자기 고유의 빛이 담겨 있습니다.”
“이건 외부 조형물인데…. 청자는 사용자들이 만지던 색 아니오? 게다가 물건도 아닐 테고.”
“그렇습니다만, 현재 남은 청자는 모두 관람용으로 바라보는 물건이거나 작품들이지요. 오죽하면 유리관 안에서 남은 생을 잠만 자겠습니까.”
두호는 리움미술관 특별전에서 봤던 연화문 표형 주자와 매병을 떠올리고 있었다. 특히 온전한 외형으로 발견된 매병은 기름이나 술을 담았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것이 주는 표면의 은은함을 넣겠다는 것인데, 2차 면접 심사위원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애가 타던 두호가 모든 것을 포기하듯 말했다.
“기회를 주신다면 열심히 혼을 갈아 작업해 보겠습니다.”
“하나 물어봅시다. 김 선생님은 세례를 받았나요?” 등산모의 사내가 다시 물었다.
“아니요.”
“그럼, 세례도 없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인가요?”
“일하기 위해 부러 세례를 받아야 하는지요?”
“일에 기본이라는 것이 있지 않소. 우선 여길 알아야.”
그때 노수녀가 그만 아니라는 듯 손을 가로젓자, 등산모의 사내가 입을 꾹 닫았다. 나머지 신부들이 빙긋 웃었다.
두호가 면접장 밖으로 나가고 심사위원들은 남아서 십사 처 최종결정을 시작했다. 금일 정해질 것이 곧 제작되어 설치할 것이라고 젊은 신부가 누누이 강조했다. 심사에는 신부 두 명, 수녀 두 명과 성당의 독실한 신자 세 명을 무작위로 선정해서 참여시켰다. 또 지역에서 차출된 인근 미술대학 교수는 우울한 표정으로 연신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가 물었다.
“이거 오늘 꼭 정해야 하는가요? 제가 잘 몰라서.”
밖에서 서성이던 두호는 그의 눈에 들어온 물건 때문에 가슴이 뛰었다. 하필 이게 뭐라고 그렇게 격렬하게 느껴진다는 말인가. 그가 노수녀의 지팡이를 집어주려 고개를 숙였을 때, 갑자기 그들의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나이 든 신부는 구겨진 검정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유독 구겨진 것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그가 고개를 숙여 그것을 자세히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구두는 광택이라고는 찾을 수도 없는 마른 장작 같았다. 지금 버려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을 구두였다. 검은색은 겉으로만 그럴 뿐 내피가 하얗게 드러나기도 했다. 도대체 신부들은 구두를 어디서 받아오는 거지? 게다가 노수녀가 신고 있던 슈즈도 자신의 손등보다 더 늙었으면 더 늙었지 더 젊다고 볼 수도 없었다. 두호는 서류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의 비용과 예산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할 수만 있다면 두어 켤레 구두값을 떼어 다시 기부라도 하고픈 마음이었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십사 처를 꾸미는 데에 들어간다고 하니 어딘가 뭉클하고 아려왔다. 저들이 저토록 바라고 원하는 이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한평생을 신봉하는 저들의 마음 한구석에 무엇이 들어있다는 건가.
“수녀님과 신부님들이 모형을 다시 보고 싶어 하십니다.” 젊은 신부가 나와 두호를 불렀다. 처음 상생이라는 콘셉트의 형상을 보고 마뜩잖아하던 그들이 떠올랐다. 두호는 모형을 들고 다시 입장했다.
노수녀와 신부들은 마치 다른 사람들처럼 인상이 바뀌어 있었다. 아니 그런 표정을 찾아낸 것은 두호의 마음이었다. 그들은 방금보다 더욱 향기로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노수녀는 그가 만들어 간 십사 처 모형의 십자가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노수녀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나도 아직은 잘 모른다오. 내세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런데도 여기 이 모습은 아주 마음에 들어요. 종교가 없다고 했지요. 나도 직업은 수녀지만 가끔 내 직업이 뭐였더라 하고 생각해 볼 때가 많아요. 꼭 독실해야 명작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지요. 하지만 나는 그것을 알아요. 불화(佛畫)를 그리는 이들도 매일 제를 올리고 몸을 단정히 한답디다. 그리고 그림을 한 획씩 그어 나가고. 다시 제를 올리고 절을 하며 그림을 시작한다고요.”
“제 주변에도 그런 명장(名匠)들이 있습니다.”
“대단한 일이지요. 우선 정제한 마음에서 비롯된 그림이라니. 그런데 말이오. 나는 아까 그 말이 아주 맘에 듭디다. 사용하는 자들의 물건이라는 말. 산 사람들의 청자 말이오. 아주 오래전엔 그게 일상의 물건이었겠지요. 여기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것처럼. 유용하게도 손에 꼭 들어오는 묵주처럼 색이 고운 물건 말이오.”
노수녀의 눈이 푸른빛을 내며 기쁨의 색으로 변했다. 두호가 가져온 모형의 표면 유약을 바라볼 때, 더욱 그것은 광채를 띠었다. 한참 동안 연신 그것을 어루만지던 노수녀가 말했다.
“연락드리지요. 김 선생, 고맙구려.”
민경이 수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그래서 그것을 실행하기로 했다고 통보하자 그가 물어본 것은 그것뿐이었다.
말해보시오. 속세에서 마지막으로 갖고 싶은 게 무엇이오.
어라? 말하면 사주나?
낡은 군복이라도 팔겠소. 소총은 주위에 눈도 있어 좀 어렵고.
곧 전쟁에 투입될 군인이 돈이 있을 리가요.
그래도 말해보시오. 서울 두 번 나올 걸 한 번으로 바꾸면 되오. 나이트 맥주값 이런 거 말이오.
고맙지만, 수녀가 되는 순간 속세의 물건은 아무것도 못 가져간다네.
아니, 우린 훈련소 마침 사복 도로 내주던데.
꾸준하게 오해하고 있구먼. 내가 지금 군대에 가는 게 아니라니깐.
가서 그럼 줄곧 기도만?
그렇지. 기도하고. 또 교육받고. 기도하고, 뭐.
그럼, 초는 어떤지?
오오. 그거 물어봐야겠다! 초는 될 것 같은데?
디즈니 로고 박힌 거, 그런 거 말고. 하얀색으로?
풋. 얌전한 거루다.
초가 얌전하다고?
포천 강변을 따라서 내려오다 보면 서점이 하나 있다. 이른바 <포천 서점>이다. 가끔 들리던 그곳을 지나 5분쯤 걷다 보면 터미널이 있고 그 주변에는 식당이며 안내소, 허름한 옷가게들이 즐비했다. 두호는 목 뒤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문방구를 찾아 들어갔다. 어제 이사 온 듯한 물건을 산처럼 쌓아둔 유리장 뒤로 러닝 차림의 사내가 선풍기 머리를 안으며 무얼 찾느냐고 물었다. 두호가 초를 사러 왔다고 하자 사내는 아직도 군부대 정전이 있나부죠? 했다. 그가 던진 성냥통 같은 초는 열 개에 삼천 원 하는 싸구려 물건이었다.
“이것보다 좀 크고 두꺼운 거 없나요?”
“이거 오래 가요. 밝기도 아주 밝아.”
사내는 미안했던지 선풍기 머리를 두호 쪽으로 두어 번 돌려주었다. 길가 플라타너스 위엔 매미가 세계 청소년 ‘잼보리’ 대회를 열고 있었다. 오늘이 개막식인 듯했다.
“그거 말고요, 좀 이쁜 거.”
사내는 군복을 아래위로 쳐다보다 말했다.
“나가서 우향우해서 직진 잠시 허믄 바리케이드 나와요. 그거 지나 명찰 박는 데까지 가봐. 그럼 아트박슨지 라면박슨지 나와. 거기 가보슈.”
두호는 제법 향도 나는 초를 고르려다 좀 얌전한 아이로 데리고 나와 포장을 맡겼다. 그리고 우체국에서 배송 포장을 한 다음 민경의 집 주소로 발송했다. 우체국 앞에도 매미들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두호는 결투를 그만두고 다시 부대로 복귀하려 택시를 잡아탔다.
퇴근하던 그에게 소포가 왔다. 며칠 매미 소리 때문에 귀가 먹먹한 채라 일직병은 그의 팔을 붙들었다. 소대장님, 이거 받아 가십시오. 외부 훈련과 포 사격 연습으로 바쁘던 그는 그것을 좀처럼 열어보지 못했다. 두호 허리에서 삐삐가 울리자, 그는 병사들을 휴식시키고 공중전화로 달려갔다. 수화기에는 매미 소리와 함께 민경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잘 받았어. 다행히 초는 갖고 들어갈 수 있대. 기도할 때 이거 켜두고 해야겠다. 책 받았지? 고마워.”
저녁참에 퇴근한 두호는 소포를 열어보았다. ‘결혼성소, 수도성소’라는 글씨가 박힌 책이었다.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려던 그가 라면 스프를 톡톡 털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리고 그 껍질을 라면 안에 넣었다. 포트 물을 부으려던 두호가 잠시 넋 놓고 그걸 바라봤다. 그는 엉덩이를 털고 슬리퍼를 꿰어 시내로 나갔다. 싸구려 횟집을 찾아간 그는 꽁치구이를 시켜두고 소주를 마셨다.
4.
아침에 전화가 울렸다. 최종 합격했다는 젊은 신부의 전달이었다. 계약서를 쓰자 했고 특히 노수녀님이 오늘 다시 뵙고 싶어 하신다며 시간이 되는지 물었다. 두호는 반신반의하며 웃다가 오후에 성당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도장을 찍고 나자 노수녀가 지팡이를 짚고 서서 함께 좀 걸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두호는 앞장섰다.
‘십사 처’ 소로(小路)로 안내한 노수녀는 그늘이 깊어 시원하다고 웃었다. 두호는 웃으며 함께 그 길을 걸었다. 우거진 자작나무 숲에 놓인 키 작은 열네 개 조각상은 유난히 그 키가 작아 보였다. 낡고 칠이 벗겨진 것은 고사하고 아예 숨바꼭질하듯 잡풀이며 나무 뒤로 숨어버린 친구도 있었다. 노수녀는 바닥 돌마다 새겨진 십사 처 문구(文句)를 손으로 닦으며 걸었다. 나뭇잎과 이슬이 함께 닦아졌다. 거친 노수녀의 손이 돌에 윤을 내자 다시 조각상이 반짝거리며 그들 앞으로 걸어 나왔다. 대뜸 그녀가 말했다.
“종교가 없다고 했지요.”
“마음속에 쫓아다니는 절대자가 있습니다.”
“그래, 뭐라던가? 그분은. 죽음과 깨남에 대해서.”
“답이 없으시죠.” 두호가 무심히 웃었다.
“지난번처럼 도망가지 말고 말해봐요. 실은 나도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오. 당신이 어려워하는, 삶과 죽음. 밤마다 자다 깨는 그것. 나를 힘들게 하는 죽음과 무섬증 말이오.” 두호는 지난번 설명하려다 그만둔 예수의 행적과 삶에 관해 묻고 싶었다. 그때는 말이 길어질 듯했다. 게다가 조형물과는 아무 연관이 없어 그저 입을 닫아 버렸다.
“실은 공부가 깊지 않아서, 우선 도자 분야에서 주요한 유약과 기분을 매칭시켜 보았던 겁니다. 특히 제가 주로 쓰는 색이라 거기에 밝기도 해서요.”
“살아있는 자들의 색이라고 했던가.”
“네.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이 만졌던 것이 손이 전해집니다.”
“후후. 유리관을 깨고 만져본 것처럼 말하는군요.”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요. 그런데 말이요.” 하고 노수녀가 말을 끌었다.
“저 낡은 것 또한 복원해서 다른 장소에 두고 싶다오.” 노수녀가 간곡하게 말했다. 늙어 노망이지만 그저 버리고 치우긴 아까운 물건들이라며.
“설치 전에 여기 있던 기존 작품들을 빼내야죠. 조심히 다루어서 다시 색을 칠해보겠습니다.”
그제야 옆에 섰던 젊은 신부도 웃으며 잘 부탁한다고 눈인사했다. 노수녀가 두호를 잠시 뚫어지라 바라보더니 손을 내밀어 보라고 했다.
“손은 왜…?”
“거길 잘 눌러보시게. 자다 놀라 깨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곤 또 덧붙였다. 자신도 자신이 모시고 믿는 신에 대해서는 어떤 의무도 갖지 않았었다고. 그것을 찾기 위해 여태 자신은 이곳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두호는 저절로 고개가 푹 숙어졌다. 마른 장작 같던 그녀의 손이 대번 부드러워지며 다시 그의 손끝 통점을 파고들었다.
며칠 후 두호는 디자인 확정을 위해 예의 그 길로 다시 들어섰다. 낡고 오래되어 바스러진 모서리와 돌들이 그 표정을 잃어가고 있었다. 두호는 그곳에 앉아 오래도록 깊은숨을 쉬다가 공방으로 돌아왔다.
공방은 이미 사위가 어두워져 있었다. 그는 스케치를 책상에 펼쳐 보았다. 그리고 심봉을 꺼내 흙으로 감쌌다. 같은 크기 모형을 우선 시작해야 했다. 새벽이 되자 소파에서 잠든 그의 앞에 스케치 여러 장이 굴러다녔다. 허물어진 심봉도 있었다. 컵라면 그릇에 담배꽁초가 가득 차 있었다. 그와 함께 밤새 심봉을 세우고 끈을 감는 작업을 하던 조수는 새벽녘에 집으로 돌아갔다. 지방대 강의를 나가기 위해서였다. 그런 일이 여러 날 반복되었고 요일이 멈추었다. 그의 앞에 뭉뚱그려진 열네 개의 형태가 모습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때마다 밖이 어두워지고 다시 해가 떴다. 그는 민경 수녀가 입원해 있다는 주소를 바라보다 다시 커피를 휘저었다.
두호는 커피를 마시다 라면상자를 하나 발견했다. 안에는 컵라면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는 포트에 물을 끓여 컵라면에 부었다. 둥둥 떠다니는 스프 분말 사이로 한강 변 햇살이 파고들었다.
미술대학 도자 실기실 벤치에 컵라면 두 개가 놓여있었다. 이 소유자들은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전투화에 군복 차림의 두호가 휴지로 물기를 닦고 벤치에 걸터앉자 멀리서 비구니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다가왔다. 두호가 합장하며 인사했다.
“기침하셨습니까, 큰스님.”
민경이 얼굴을 닦다 말고 물었다.
“라면 다 불었어? 잠시만.” 민경은 애들이 오기 전에 해치워야 한다며 김밥 두 줄을 내왔다.
“풍찬노숙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스님.”
“집어치워. 나 가톨릭이야.”
“아닙니다. 절을 버리시면 그 두상이 매우 아깝지요, 스님.”
그녀가 깔깔거리다 젓가락을 뜯었다. 그리고 허연 눈으로 되받았다.
“물 끓인 거 맞아? 너는 컵라면에 물도 대충이지?”
“스프를 버리고 대신 비닐 껍질을 넣은 트라우마가 있어서-.”
군인과 비구니 한 분이 벤치에 걸터앉아 라면을 옹기종기 먹기 시작했다. 밤새 작품을 다듬고 가스가마 앞에서 서성대느라 한잠도 못 잔 상태였다. 입안에 사막이 지나간 듯 까끌까끌했다. 민경은 아홉 시면 학생들이 등교한다며 그전에 아침을 되는대로 때우자고 했다. 두호는 이게 먹힌단 말이야? 해놓고는 아예 바닥 국물까지 후룩후룩 들이켜고 있었다. 첫 휴가를 받고 다니던 대학 실기실로 찾아온 두호는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고 그것을 자른 민경 때문에 놀랐고, 그녀가 이제 졸업미전을 한다기에 두 번째로 놀랐다. 민경이 아프리카에서 돌아오고 나서 마음을 다잡았다는 것은 우선 속아주기로 했다. 언제든 다시 바람이 불어와 먼 낯선 곳으로 봉사 활동을 떠날지 모르더라도 말이다.
한참을 바라보았더니 파랗게 빛나는 민경의 머리통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낯선 그녀의 두상을 힐끗거리며 쳐다보자, 그녀가 딴 데 보라며 웃었다. 둘은 백 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웃었다.
“너 이러다 진짜 종교에 귀의할라.”
“우선, 한다니까, 졸업 그거. 6년째다. 지겹지.”
“저러다가 너 또 아프리카에서 등장한다며. 교수님마다 걱정 안 하시든.”
“한다, 이번엔 진짜. 그래야 수녀도 되지.”
그때만 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두호는 그예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아이들과 봉사 여건에 대해 듣고 있었다. 다시 올게,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그들 앞에서 행여 울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다는 쓸쓸한 말이었다.
3학년까지 총동원되어 전시대를 나르고 작품이 걸리는 날, 두호는 오후 6시까지 자대로 복귀해야 했다. 전시 디스플레이를 돕고 난 그는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중 유독 놀라운 것은 민경의 작품이었다. 휴학과 전과를 내내 반복하던 민경이 결국 완성한 작품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액자 안에는 길었던 그녀의 머리칼이 싹둑 잘려 담겨 있었다. 그것이 그녀의 졸업작품과 함께 전시되었다. 마치 큰 붓으로 먹을 찍어 크게 한 획을 그어 놓은 것 같았다. 두호는 그 길고도 긴 머리카락이 놓인 액자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작업복을 벗어던진 민경이 정장을 차려입고 오픈식에 나타났다. 두호는 부대로 복귀했다. 민경이 잘라놓은 머리칼이 전체적으로 사람의 형상인 것 같았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또 그것이 누군가가 아주 오래 긴 잠을 자고 있던 형상 같았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또 흘렀다.
언젠가 민경이 말했다. 결정했노라고. 아버지도 허락하셨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하는 순간 밖에 비가 소리 내 떨어지고 있었다. 근무를 나갔던 어린 병사들은 밤새 판초 우의를 적셔가며 초소에 서 있었다. 그들이 지금 누구를 지켜주고 있는지, 혹은 누가 그들을 지켜주는지 잘 몰랐다. 사내들의 고생 총량이 있다면 많은 부분 할당이 여기, 군부대에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두호는 전화를 끊고 미열에 시달렸다. 서로 양재천을 걸었다. 하천에선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우산을 쓴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꿈속에서도 비가 내리나 싶었다. 손수건을 방석삼아 접어놓고 음악회를 보던 남녀는 자리를 떴다. 그들도 비가 점점 소리 내어 떨어지자 차라도 마시러 어디론가 들어가고 싶었다. 선잠을 자다 깨보니 기상나팔이 울었다. 둘이 카페 밖으로 나오자 비가 더욱 소리를 내어 쏟아졌다. 민경이 우산을 꺼내 두호에게 내밀었다.
써라.
군인은 우산 안 써.
그래도 써라. 비 많이 온다.
얼마나 걸었을까. 서로는 우산을 양보하며 하천을 걸었다. 서로의 양쪽 어깨가 비에 젖었다. 민경은 왼쪽이, 두호는 오른쪽이 젖었다. 그가 잠에서 깼다. 막사 천장에 비가 새 그의 어깨 위로 톡톡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5.
성당 뒤편 언덕에 기계 소리가 요란했다. 불도저가 천과 끈으로 감싼 십사 처 조형물을 하나둘 들어 올렸다. 두호는 그것을 가져와 성당 마당에 나열했다. 천과 끈으로 포장된 조각들 위로 형상의 윤곽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환경조각가인 장 크리스토 부부의 작품 같았다. 크리스토는 대지미술가로 오토바이, 의자, 가구 등을 천과 끈으로 포장했다. 끝내 그는 파리 뽕네프 다리와 독일 국회의사당을 천으로 둘러쌌다. 그는 묶인 사물을 제시했다. 비록 언젠가 폐기되지만, 현재 우리와 함께 있는 사물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환기했다. 감싸더라도, 그 본질은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니까.
이전 작품들을 새로 복원하기로 한 노수녀의 결정은 참으로 혜안이었다.
일을 도와주러 오던 후배 윤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막노동으로 돈을 벌어 작품 재료비를 댔다. 두호는 그에게 아르바이트 비용이라도 넉넉히 챙겨주고 싶었지만, 일이 들쭉날쭉할 때가 많았다. 어느 밤 두호와 윤은 함께 소주를 마셨다. 술을 급하게 마시던 두호가 그렇게 돈 생기는 일이면 여기저기 비 맞은 개처럼 다녀서 어쩌겠느냐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윤의 얼굴색이 불콰해졌지만, 두호가 마음에 없는 소리를 썩 잘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바쁘고 급기야 절실할 때 사라져 버린 윤의 행보에 섭섭함을 느끼던 참이었다. 참지 못한 두호가 말에 욕을 섞어 내던졌다. 윤이 자리를 피하려 하자 두호가 더욱 열이 나서 붙들었다. 윤은 사람 마음도 읽지도 못하면서 무슨 환경 미술가냐며 비웃었다. 그는 부족한 감정의 세련 됨됨이가 연습으로도 생기지 않더냐며 불쾌해했다. 둘은 끝내 서로의 하찮음까지 거론하다가 두호가 종이컵을 집어던지자 모두 술에서 갑자기 깨어 사라졌다. 실은 그 짜증은 일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데에 있었다. 두호는 그가 생각한 형상을 구체화하지 못했다. 도자기를 만드는 일은 평생 장식성과 사용자를 고려하던 작업이었다. 막연했던 그의 ‘십사 처’ 형상 최종 디자인이 흔들렸다. 문득 그는 민경과 했던 대화를 떠 올리고 있었다.
“우리는 초라한 이 삶에 어떤 의구심과 불만족을 갖고, 위대한 민족중흥을 시도하려는 것일까요?” 그때도 두호는 비아냥거렸다. 민경은 마시던 맥주에서 입을 뗐다.
“만족보다 위로겠지요.”
“그게 예술의 역할이겠지요? 아마도요? 그럼, 도자기 나부랭이를 굽는 우리는 작가인가요? 예술가인가요? 낄낄.”
“흙을 굽는 게 위로라고? 아하하.”
민경은 미대에 들어와 보니 위로를 예술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웅변가처럼 대답했다. 민경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두호가 되물었다.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여보게요. 나는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 아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착각했었지.”
“그래서, 너무도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수녀가 된다는 건가?”
서로는 어디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을까. 두호는 그녀를 다 이해했다고 믿었다.
“나는 글쎄. 잘 모르겠어. 너 아니어도 성당에서 하나님을 위해 기도해 줄 분들 일요일에 많아.”
“그렇게 말하지 마. 꼭 정해진 사람이 아니야. 누구나 다 하는 거야, 기도는.”
“그런데 굳이 네가 수녀까지 되어야 해? 왜? 그게 더 가치가 있어서?”
“어허, 또 날을 세우네. 다시 말하지만, 좋은 그릇을 만드는 거. 그것을 사서 쓰는 사람을 만족시키기에 내가 너무 부족해.”
“물건을 좋아지게 하는 것보다 정신을 나아지게 하겠다?”
“그릇은 그걸 쓰는 한 사람뿐이잖아.”
“네가 기도를 자꾸 해서 신이 감동했다고 쳐. 그 신이 인류를 구원해 줄까? 말하자면 아프리카 변두리까지 말이다.”
“못됐어.” 민경이 맥주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 그릇을 쓰는 한 사람이라도 구원할 수는 없나? 그게 디자인이라면. 너만 할 수 있는 멋진 것이라면.”
“그게. 그러기가 싫으네. 외국 다녀와 보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
“속세를 포기한 탁발승의 변명일텐데.”
“하아, 그게 아니라니깐. 너 은근 답답한 데 있어. 알아?”
“그냥, 민간인으로 도시 근처에 있어 주면 안 돼?”
“근처에?”
“응. 빌딩 근처에. 전화해서 만날 수 있는, 그런데.”
“너, 군인 되게 힘들구나?”
“밥도 잠도 뜀도 다 밀림에서 해야 해. 좋을 리가.”
“그래도 얼마 안 남았잖아.” 두호는 제대 날짜를 세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가 마침내 돌아올 속세를 이제 그녀가 버린다고 했다. 다시 그녀가 유행가를 흥얼거렸다.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될까?”
두호는 그녀가 말 뼈다귀 같은 소리를 눈웃음치며 던져놓자 짜증이 일었다. 그 초롱초롱한 눈이 이제 절대자 한 분만 바라봐야 한다는 그것에 더욱 울화가 밀려왔다. 우리는 왜들 이렇게 평범해질 수 없었을까.
“정 그렇다면. 나중에 말이야. 내가 나이 먹고 우리 애 데리고, 네가 있는 성당엘 다녀야겠다.”
“와이프가 싫어하지.”
“네 성당 다닌다면 싫어할까?”
“당연하지. 물어봐야지.”
다시 만나게나 될까. 두호는 그녀가 선택한 그 영원한 것에 대해 이해해 보기로 했다. 영원하지 못하는 인간은 계속 살아가며 영원한 것을 찾아내고 소유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다이아몬드이기도 하고, 남겨놓은 글이기도 하고, 절대 사라지지 않는 권력 몽(夢)이거나 썩지 않는 조각품이기도 하다. 인간은 그렇게 영원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 홈쇼핑, SNS 뭐 그런 거.
의사를 때려치우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루쉰은 결정적 장면에 부딪혔다. 사진 속 중국인들은 일본도에 처형되는 애국지사의 피에 만두를 찍어 먹겠다며 아우성쳤다. 루쉰은 일본 의대 유학 시절 우연히 그 슬라이드를 보게 되었고, 의학 공부를 접고 소설을 썼다. 몸이 아니라 정신의 개조가 필요한 것이라고, 의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던져 버리고 중국의 글쟁이, 문호가 되었다. 그녀 앞에 펼쳐졌던 아프리카의 한 장면도 그와 같았을까. 파리가 알을 낳겠다고 얼굴과 눈 속으로 달려드는 아이를 안으며 그 결심이 들었을까. 아니면 진흙탕 물을 마신 아이 배가 올챙이처럼 되어 죽어가는 간의 천막병원에 갔던 걸까. 초록 군복의 그는 그 장면을 떠올려 볼 수 없었다.
왜 신에게 가려하는 것인가. 생명체의 문제를 왜 신에게 부탁하려 하는가.
두호는 심봉으로 다듬었던 프로토타입을 무너뜨렸다. 막연한 의도와 작가의 꿈과 설명과 말하고자 하는 시적 허용을 담기에 너무도 자신이 모자랐다. 유머도 너스레도 떨 수 없는 제안이 답답해지자 더욱 아무것도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열네 개 가운데 열 개를 하룻밤에 부쉈다.
새벽에 전화가 울었다.
“아직 안 가봤지? 안 가봤으면 가지 말라고 전화했어. 면회 아무나 안된대. 그렇다니까. 가족도 아니고. 대학 동기가 뭐 그리 대수겠소.”
“그래? 그러지 뭐. 그럼.”
“요즘 일 땜에 그래? 그래서 더욱, 응? 연결되는 거야, 그치?”
“안 바쁘냐? 끊자.”
새벽길을 달리던 두호가 성당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성당 문 앞에 그녀가 서 있었다. 민경이다. 수녀복 차림의 그녀가 손을 흔들다가 뒤로 감추었다. 주름이 많아졌더라도 손은 아무쪼록 고왔다.
세월이 모두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렸구나, 하려는 찰나 두호가 잠에서 깨어났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바로 죽음에 다다르는 일이다. 그것이 살아서 하는 맨 마지막 행동이다. 그 일을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일은 할 수 없다.
두호가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좀 어떠냐고 물었다.
‘그 일에 대해 - 너의 마지막 일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으며, 너의 신은 그걸 어디까지 알고 계시냐?’고.
수녀는 나직이 대답했다.
‘알고 계시지만 대답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나의 일이라, 내가 모두 관여할 것이고, 또한 나의 의지다.’
그는 전지전능한 분에게 30년도 훌쩍 지났으니 이제 그와 비슷한 답이라도 알려 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되물었다.
수녀는 웃으며 답하지 않았다.
‘모든 일과 죽음을 관장하지만, 그 일에 대해선 누구도 묻지 않는다. 그 일과 더불어 우린 그의 곁으로 가게 되니까.’
그는 그녀의 주름진 얼굴에 그어진 세월을 바라보았다. 작게 웃으며 유행가를 부르던 사람. 가사 실수가 민망해서 눈웃음을 치던 사람. 자신의 까까머리 민둥산을 수줍게 쓰다듬던 사람. 아프리카를 울며 떠돌다 길을 잃던 사람. 바닥에 닿던 머리를 하루아침에 자르던 사람.
어서 다시 일어나 주시오, 제발.
* * *
두호는 선 계약금을 모두 성당 계좌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기존 십사 처 조각들을 다시 가져다 세웠다.
윤과 함께 일주일을 허비한 일이었다. 처음 제 자리에 놓여있었던 조각은 다시 그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둘은 불도저도 없이 끙끙거리며 열네 개를 공들여 세웠다. 밑바닥, 모서리에 시멘트와 아교를 넣고 개어 보강했다. 색을 잃고 바래졌던, 다만 깨어지고 조각난 형상에 흙과 석채를 개어 채워 넣었다. 그리곤 외형에 여러 번 투명 페인트를 발라 풍화를 더 잘 견디게끔 해주었다. 노수녀가 소리를 듣고 올라오다가, 그것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지팡이의 주인은 그리도 궁금해하고 만나고 싶다고 거짓말했던 그의 곁으로 떠났다.
다음 해 봄. 민경 수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호의 동기가 건너편 휴대폰까지 침을 튀겨가며 그 말을 전했다. 화창해서 감사한 봄날 저녁이었다.
봄을 타는 두호는 성당 뒷길을 마저 걸었다. 봄날 저녁 바람이 다가왔다 다시 어디론가 불었다. 봄날 저녁이었고, 더없이 화창하고 또 더없이 감사한 날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