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해지지 않기 챌린지 ①
올해도 두 달밖에 안 남았다. 요즘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 건 '또 한 살 먹는 일'이다.
1. 노처녀
며칠 전 가족들이랑 연극을 봤다. 불혹을 앞둔 여성 직장인들이 권고사직을 당할 위기에 처하면서 헤비메탈을 배운다는 줄거리였다. 주인공은 총 4명이었는데, 39세에 결혼을 못 한 캐릭터가 스스로를 '노처녀'라고 불렀다. 문득 나도 노처녀의 길을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노처녀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드라마는 2005년 MBC에서 방영한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김삼순'은 당시 여자 주인공은 예쁘고 청순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큰 인기를 끌었다. 삼순이 역할을 맡은 배우 김선아는 체중을 늘리면서, 콤플렉스 많은 노처녀의 삶을 연기했다. 근데 당시 삼순이의 나이가 고작 30살이다.
21년 전 이야기라고 해도, 이제는 '결혼 적령 나이'도 많이 올라갔다고 해도,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결혼을 못 한 나는 '노처녀'라는 단어에 괜히 움찔하게 된다.
2.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도, 조부모님도 나이가 든다. 20대 때는 부모님과 조부모님께 받는 것이 많았다면, 40대부터는 내가 드려야 할 게 더 많을 거라는 걸 안다. 30대에 그 준비를 해놔야 한다. 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런 생각이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부모님은 대학교 때 결혼을 하셔서 일찍 나를 낳으셨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나이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께 도움을 많이 받고 자랐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오래오래 사셔서, 제 아이 결혼식까지 보셔야 해요!"라고 버릇처럼 말했다. 그런데 손주는커녕 내 결혼식을 보여드릴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러니까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40대의 내가 30대를 후회하지 않으려면 부지런하게, 현명하게 살아야 한다. 지금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 나이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적어도 사회가 주는 노처녀라는 시선에 당당해지고 싶다. 둘째, 부모님과 조부모님께 받았던 만큼 드릴 수 있도록 경제적 여유 갖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