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주의자의 꿈

2018년 12월 28일의 나

by 나우히어


최근에 어떤 계기에 의해 이 책이 떠올라 책장에서 찾아내 잘 보이는 곳에 꺼내뒀었다. 그러다 며칠 전 감히 인생 최고의 소설이라고 꼽을만한 책(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앤서니 도어 저)을 다 읽고 나서 도무지 새로운 책을 펼칠 마음이 생기지 않아 이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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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나온 책이니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읽었던 책이다. 그때의 나는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15년 전 나의 책을 고르는 안목이 아주 형편없지는 않았던 것 같아 스스로 흐뭇하다.


이 책의 부제는 ‘어느 헌책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이다.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헌책수집가이자 전작주의자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그러나 나름 다채롭게 풀어낸 것이다. 사실 내가 쓰고 싶은 글의 형식이 바로 이런 것이다. 아직은 나의 독서 및 그와 관련된 인생 경험을 어떤 컨셉으로 정리해서 풀어낼지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컨셉이 정해지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신간 또는 많이 읽히는 고전이나 명작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새 책으로 보는 나의 방식은 참으로 손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지역 헌책방을 찾아다니며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는 저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 비해 나는 얼마나 간편하게 책을 얻고 있는 것인지. 가끔 읽고 싶은데 도서판매사이트에서 품절로 뜨는 책이 있어도, 그 책을 도서관에 가서 빌려보거나 헌책방에 가서 찾아보려는 노력을 한 적도 거의 없다. 또 다른 읽을 책에 묻혀서이기도 하지만 편하게 책을 구하려는 나의 게으름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아직 앞으로 인생의 컨셉을 정하지 못한 것도 어쩌면 나의 게으름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책과 관련된 그동안의 나의 경험을 파악할 수 있는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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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결심하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악마, 레프 톨스토이 저)라는 문장을 보며 감동을 받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 감동을 전하면서 정작 나는 실천을 못하고 있다.


2018년이 4일 남았다.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다. 매년 12월 31일 밤 12시를 전후로 사람들이 카운트다운을 하고 불꽃을 터뜨리고 더 나은 내년을 소망하는 것이 참 부질없어 보인다고. 물론 나도 거의 매년 그 시간에 그와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지만 정작 하고 있으면서도 매일 똑같은 밤 12시인데 왜 매년 12월 31일에만 유독 사람들이 흥분하는지 의아해했었다. 올해는 더더욱 그럴 것 같다.


올해 나는 앞으로 내 인생을 위한 나름의 시도를 많이 했었다. 다시 일을 하기 위해 많은 곳에 원서를 내고 몇 군데서 면접을 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다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창업을 위해 이런저런 발품을 팔았었다. 하지만 그 역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유야무야 접은 상태이다.



이제 나에게 남은 선택은 2가지이다. 계속 지금처럼 아이 엄마로 살며, 책을 읽고 글을 써보며, 내 나름대로 여기저기 들쑤셔보는 것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 2019년이 코앞이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그리고 그 선택이 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이제 그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니체 때문이기도 하고 밀란 쿤데라 때문이기도 하고 앤서니 도어 때문이기도 하고 나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분명한 게 한 가지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어떤 길을 택하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계속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내년에는 글과 관련된 나만의 컨셉을 정해서 글을 모아볼 것이라는 점.





2018년 12월 28일의 내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 길 중에 한 가지(여기저기 들쑤셔보기)를 선택해서 계속 걸어가보다가 지금의 일을 만나게 되었고 생각보다 꽤 오래 그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그 일 안에서 조금의 변화를 요하는 선택을, 아니 사실은 이미 선택을 했고 그 선택과 관련하여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그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나는 지금 난생 처음 피부과에 와서 진료를 기다리는 중이다. 아직도 여전히 나에게는 처음 해보는 일이 있다는 것이, 심지어 많을 것이라는 사실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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